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 조합원의 58%가량이 경영진의 토요판 폐지 방침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측이 구성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내부에서 나온다.
한겨레지부는 10일 노보 ‘한소리’에서 경영진이 추진하는 주5일 발간(토요판 폐지) 방침에 대한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를 밝혔다. ‘주5일 발간 경영 방침과 개편 속도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58%)는 답변이 ‘동의한다’(42%)보다 16%p 높았다. 지난달 20∼24일 조사에 조합원 404명 중 127명이 답했다.
토요판 폐지를 반대한 이유는 ‘청사진이 불투명한데도 조급하게 시행’(42%), ‘매체 영향력 감소에 따른 독자 이탈’(28%), ‘임금 삭감, 노동강도 강화’(26%) 등 순이다. 반면 이에 동의한 조합원들은 ‘디지털 우선 등 장기적으로 가야 할 방향’(46%), ‘인건비 절감 필요’(24%), ‘경쟁사 중 시행한 곳이 있어서’(20%) 등의 이유를 꼽았다.
노보에 따르면 김영희 한겨레 편집인은 “섹션(토요판 대체 간행물)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며 “책·지성 콘셉트를 갖되 텍스트만 보는 게 아니라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하면 좋겠고, 주말에 세게 유통할 수 있는 르포나 중형 기획 기사를 살리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변화 방향으로는 “그동안은 (토요판) ‘오늘’ 면 쓰는 사람은 그거 끝나면 할 일 끝난 느낌이지 않나. 이제는 주말 동안 읽힐 기사를 써도 된다. 되도록 퀄리티 있는 기사들이 돼서 월요일치 지면에도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5일 발간’은 ‘주5일제’와 달리 노동 강도를 높인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겨레지부의 한 조합원은 “노동의 관점에서 지면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은 간단치 않다. 유한한 지면에서 무한한 온라인으로 일터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모든 조건을 그대로 두고서 디지털로 간다는 것은 결국 노동조건을 스스로 악화한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지면이라는 제한은 구성원들 노동의 일종의 보호장치이기도 하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지면이 약화된다는 우려도 여전하고, 여전히 지면 매출이 가장 큰 상황”이라고 했다.
한겨레지부는 다른 종합일간지의 토요판 폐지 사례를 들어 이 같은 우려는 기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중앙일보·JTBC 노조는 지난달 노보 「디지털, 어디로 가고 있나요」에서 “지면·디지털·유료화 삼중고로 편집국이 지쳤다. 취재원과 저녁약속 끝난 뒤 플러스(유료구독서비스) 기사 마감하거나 휴무일에 3∼4시간씩 기사 마감할 때도 있다”며 “업무 시간과 강도는 늘었지만, 직무수당·취재비·법인카드 등 보상은 대부분 십수년째 같은 금액”이라고 했다.
김영희 편집인은 노보 인터뷰에서 업무강도 심화 우려에 “(업무 강화가) 안 될 거라고 말은 못하는데, 강화한다고 말해봤자 그게 실제로 될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중대한 사안에 대한 공론화가 부족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응답자 91%가 의견 수렴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 조합원은 “많은 사내 구성원들이 편집국장 후보자 지명 과정에서 주5일제 발간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경영설명회에서 설명했다고 하지만, 외근이 대부분인 취재 기자들은 경영설명회 현장 참석도, 유튜브 중계도 듣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관련해 김영희 편집인은 “경영설명회가 원래 전사 대상”이라며 “독서국은 지국 조사를 하면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었고 편집국은 국장 선거로 공식화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토요판 폐지를 경험한 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는 “(이전보다) 기존 틀에서 자유롭게 시도하는 분위기는 있다”며 “매달 추세를 봤을 때는 PV 상승이 있었다고 보긴 힘들다”고 했다. 한국일보지부는 “경영 파트가 실제로 연간 4억∼5억 원 절감할 수 있다는 조사를 하기도 했다”면서도 영향력 감소와 독자이탈 우려로 판단을 유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겨레지부의 한 조합원은 “주 5일 발간은 이른바 디지털 (플랫폼) 전환의 하위 전략인데, 상위 전략에 대한 검증이 전무한 상황에서 이행하는 것은 사상누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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