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임단협을 둘러싼 HD현대중공업 노사의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추석연휴는 물론 10월초 징검다리 연휴가 지나도 합의점이 도출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노조의 투쟁 수위가 고조되고 있는 모습이다.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큰데다 어느덧 10월 중순에 이르고 있는 만큼, 임단협 갈등이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 멀기만 한 노사 간 입장차… 해결 난망
HD현대중공업 노사의 올해 임단협이 난항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타임오프제(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제도)를 둘러싼 신경전으로 임단협 상견례 일정을 두 차례 연기한 끝에 6월 초에 이르러서야 마주 앉았다.
껄끄러운 분위기 속에 시작된 임단협은 진척이 더뎠다. HD현대중공업 사측은 임단협 교섭이 시작된 지 3개월이 지난 지난달 초에 이르러서야 첫 제시안을 내놨다. 하지만 그마저도 내용이 노조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그 사이 노조는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하고 실제 파업에 나서며 사측을 압박했다. 8월 말을 시작으로 수차례 부분파업에 나섰고, 업계 차원의 공동파업도 단행됐다. 또한 이 과정에서 노조 조합원과 사측 경비대의 폭력 충돌로 고소·고발까지 빚어지는 등 갈등이 지속됐다.
임단협에 있어 주요 기점 중 하나로 여겨지는 추석연휴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HD현대중공업은 추석연휴 이후인 지난달 25일 두 번째 제시안을 꺼내들었으나 노조는 이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며 교섭 중단을 선언하고 파업으로 응수했다.
10월초 징검다리 연휴 이후에도 임단협이 진척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노조는 지난 8일 임단협 요구사항 수용을 촉구하며 4시간 부분파업을 실시했다. 올해 임단협과 관련해 실시한 8번째 파업이다. 이어 10일에도 조선업종노조연대 차원에서 4시간 파업에 나섰다. 오는 16일과 17일에도 파업이 예고돼있는 상태다.
이처럼 임단협을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노사 양측의 입장차는 멀기만 하다.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시 19만4,800원 인상), 성과급 산출기준 변경, 근속수당 지급 변경 등을 골자로 하는 요구안을 사측에 건넸다. 반면 HD현대중공업 사측의 2차 제시안은 기본급 12만2,500원 인상, 격려금 400만원+상품권 30만원, 중대재해 미발생 성과금 신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각자의 주장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사측은 업계 최고 수준의 기본급 인상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노조는 HD현대중공업이 업계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매출액을 기록해오고 있는 만큼 요구안을 수용하기에 무리가 없으며, 과거 호황기에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소극적이었던 만큼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 노사의 임단협 갈등은 업계에서도 가장 두드러진다. 마찬가지로 임단협을 둘러싼 진통을 마주했던 경쟁사들은 이제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12일 임단협 타결에 성공했고, 한화오션도 지난 9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 노조는 오는 11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 같은 임단협 갈등은 모처럼 찾아온 호황기의 발목을 잡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3년여 간 일감을 두둑하게 확보해왔으며, 올해도 수주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실제 성과로 창출하기 위해선 원활한 건조 및 인도가 필요한데, 임단협 갈등으로 파업 등이 이어지면서 차질을 빚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노사 간 입장차가 워낙 크고 어느덧 10월 중순에 이른 만큼, 연내 타결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HD현대중공업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 연속 임단협이 해를 넘겨 마무리된 바 있다. 이후 2022년과 2023년도 임단협은 연내 타결에 성공했으나 올해 또 다시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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