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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로드쇼-필리핀]① 고급마트·편의점 장악한 韓 라면… 올 상반기 수출 33%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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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슈퍼마켓 랜드마크를 찾았다. /박지영 기자
지난 20일,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슈퍼마켓 랜드마크를 찾았다. /박지영 기자

지난달 20일 필리핀 마닐라의 부촌인 ‘마카티’에 위치한 ‘랜드마크 슈퍼마켓’ 매장. 마트 내를 둘러보니 매대 하나는 온통 한국 제품이었다. 신라면, 진라면 등 유명 라면부터 알로에·토마토 주스 등 한국에서 수입한 음료로 진열장이 꽉 차 있었다. 총 6개의 지점이 있는 랜드마크 슈퍼마켓은 필리핀 현지에선 상대적으로 값 비싼 상품을 취급하는 고급 매장이다.

한국 제품 매대의 메인 상품은 단연 라면이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수출한 라면의 수출액은 3690만달러로 전년 대비 17.8%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대(對)필리핀 라면 수출액은 2400만달러로, 작년 상반기보다 32.9%나 늘었다.

이날 매장에서도 K-라면을 사러 온 시민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한국 라면의 매력을 ‘중독적인 맛’이라고 평가했다. 일주일에 한두번은 한국 식품을 구입한다는 조안 멘도자(24)씨는 “한국 라면은 필리핀 라면에 비해 양이 많고 맛도 매콤하다”며 “처음에는 너무 맵다고 느꼈지만, 자주 먹다보니 중독적인 맛에 이끌려 한국 라면만 찾게 된다”고 했다.

컵 떡볶이와 같은 간편식품과 김, 쌈장도 마트의 인기 제품으로 꼽혔다. 실제로 매대에선 초고추장, 불고기 양념, 잡채 양념 등 한식용 소스류의 빈 자리가 많이 보였다. 필리핀에 파견된 청년해외개척단(AFLO) 단원인 이은채(23)씨는 “필리핀 사람들은 매운 맛보다는 궁중떡볶이나 잡채처럼 간장 베이스의 달콤한 소스를 선호하는 것 같다”면서 “식품 박람회에서도 분말소스류를 찾는 필리핀 바이어가 많았다”고 말했다.

‘단지통 우유’로 익숙한 ‘바나나맛 우유’도 보였다. 다만 기존의 ‘꿀단지’ 형태가 아니었다. 수출에 용이하게 네모난 곽에 담겨 있었다. 배송 기간을 고려해 장기간 유통이 가능한 멸균우유 형태로 만든 것도 특징이다. 바나나맛 외에도 현지인이 선호하는 타로맛이나 멜론맛 제품도 판매되고 있었다.

필리핀 현지 마트에서는 한국 식품이 한 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특히 라면류가 인기였다. /박지영 기자
필리핀 현지 마트에서는 한국 식품이 한 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특히 라면류가 인기였다. /박지영 기자

채소 코너에서는 태극기 스티커가 붙어있는 한국산 파프리카가 눈에 띄었다. 한국산 파프리카는 개당 약 200페소(한화 약 4700원)에 판매 중이었다. 현지에서 생산한 파프리카(약 100페소·2350원)의 2배 가격이다.

한국산 파프리카가 필리핀에 수출되기 시작한 건 약 두 달 전인 7월부터다. 2014년 한-필리핀 정부간 검역 협상 타결 이후 작년 8월에서야 검역 조건이 완화됐고, 약 1년여만에 필리핀행 비행기에 파프리카를 실을 수 있게 됐다.

필리핀으로 수출되는 파프리카는 강원 평창에 소재한 농업회사법인 오대에서 생산한 국산 신품종 파프리카다. 가격은 비싸지만 과육이 단단하고 품질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필리핀인들 사이에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었다. 파프리카 유통사의 관계자는 “마트에 납품할 때마다 한국산임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태극기 스티커를 꼭 붙여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필리핀 르포. /박지영 기자
필리핀 르포. /박지영 기자
필리핀 르포. /박지영 기자
필리핀 르포. /박지영 기자
필리핀 르포. /박지영 기자
필리핀 르포. /박지영 기자
필리핀 르포. /박지영 기자
필리핀 르포. /박지영 기자

고급 슈퍼마켓이 아닌 일반 편의점에서도 K-푸드는 인기 상품이었다. 필리핀에 180개 지점을 두고 있는 일본계 편의점 체인인 ‘로손’은 전 매장에서 한국산 컵라면을 판매한다.

로손에선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어묵 판매대도 운영 중인데, 판매하는 어묵은 일본산이 아닌 한국산이라고 한다. 필리핀의 한 식품 수입 기업 관계자는 “일본산보다 한국산 어묵을 필리핀인들이 더 선호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로손에서 해외 식품을 수입하는 일을 하는 마티사 테니니오 상품기획 매니저는 “라면, 김치, 김, 어묵 소주 등의 한국 식품이 많이 팔리고 있다”면서 “필리핀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젊은 세대가 한국 문화와 한식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로손에서 판매 중인 도시락에 불고기 등 다양한 한식 메뉴를 접목하고 있다”면서 “현재 판매하는 도시락 3개 중 1개는 한국풍의 메뉴를 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판매 중인 계란이 듬뿍 들어간 샌드위치를 도시락 메뉴로 검토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필리핀에 부는 한류 붐을 타고 K-푸드의 수출길은 계속 넓어지는 추세다. 올해 8월까지 대(對)필리핀 한국 농식품 수출액은 2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aT는 필리핀을 K-푸드 ‘유망 시장’으로 보고 있다. aT 관계자는 “필리핀 인구는 1억1000만명에 달하는 시장”이라면서 “특히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인기가 한식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식 수출에 있어 유망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필리핀 외교 관계 격상도 K-푸드 수출 확대에 기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7일 정상회담을 가진 후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전 가진 필리핀 유력 일간지 ‘필리핀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양국 관계 발전의 중심축이 돼 온 무역과 투자를 한층 더 확대하길 희망한다”며 “한-필리핀 FTA가 발효되면, 무역과 투자가 획기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작지원: 2024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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