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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해파리+다친 해파리=한 마리”… 빗해파리의 놀라운 합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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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해파리.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Aquarium of the Pacific

상처를 입은 빗해파리 두 마리가 하나로 결합하며 신경과 소화관까지 이어지는 모습이 확인돼 놀라움을 주고 있다.

7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일본 오카자키 자연과학연구기구(NINS) 케이 조쿠라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두 마리의 다친 빗해파리가 하나로 결합한 개체를 연구한 결과를 8일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게재했다.

‘바다 호두’라는 이름을 가진 빗해파리(Comb jelly; Mnemiopsis leidyi)는 전 세계 바다에 분포하는 흔한 해파리 중 하나다.

연구를 이끈 조쿠라 박사는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휘트니 해양 생물학 연구소에서 빛을 이용해 바다를 항해하는 빗해파리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는 실험체를 구하기 위해 매일 해변을 산책하면서 그물로 빗해파리를 잡았는데, 이 중 한 마리가 유난히 크고 입이 두 개라는 것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빗해파리는 보통 골프공 정도의 작은 크기인데 해당 개체는 두 마리 정도로 크기가 컸던 것이다.

융합된 빗해파리. 한 쪽을 건드리자 다른 한쪽도 반응한다. 사진=마리아나 로드리게스-산티아고/뉴욕타임스(NYT)

조쿠라 박사는 같은 연구소에서 개구리를 연구하던 마리아나 로드리게스-산티아고 박사에게 이 독특한 해파리를 보여주고 함께 관찰을 시작했다. 심지어 이 개체는 한쪽을 찌르면 다른 한쪽이 반응하며 신경계가 연결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두 사람은 다친 빗해파리가 한 마리로 융합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에 들어갔다.

먼저 연구팀은 서로 다른 시기, 다른 바다에서 채취한 빗해파리를 한 쌍으로 묶었다. 그리고 각 해파리의 몸통을 조금씩 제거한 뒤, 두 마리의 다친 부위가 맞닿도록 하루동안 고정시켜 놓았다.

총 10번을 실험한 결과 한 번을 제외하고는 두 마리가 모두 하나로 이어졌다. 심지어 시간도 짧았다. 다친 빗해파리 두 마리는 단 2시간만에 이어져 수조에서 한 마리가 돼 헤엄쳤다. 신경계가 이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조쿠라 박사가 두 마리 중 한 마리(A)의 입에 먹이를 넣자, 다른 한 마리(B)의 장으로 음식물이 이동하는 모습이 투명한 몸통안에서 생생하게 관측됐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예일대학교의 케이시 던은 “빗해파리는 반으로 자르면 2시간 만에 회복하고, 이틀만에 잘려진 반쪽이 다시 자란다”면서 두 마리가 이어진 것은 빗해파리의 놀라운 회복력 덕분이라고 봤다.

일반적으로 동물의 면역 체계는 다친 부위에 다른 동물의 다친 부위가 닿으면 이물질로 인식한다. 이식항원인식(allorecognition)에 의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가 면역 억제제를 복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즐동물은 단세포 생물에서 가장 먼저 갈라져 나온 동물로 여겨진다. NYT는 이를 토대로 “동물이 이종항원인식이라는 면역체계를 가지게 된 것은 유즐동물이 7억년 전 갈라져 나온 이후일 수 있다는 점은 시사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에 연구를 함께 진행한 휘트니 해양생물학 연구소의 신경과학자 레오니드 모로즈는 “빗해파리는 살아있는 화석이 아니다. 초기 동물부터 이종인식이 있었지만, 빗해파리가 수억년 간 이어지며 이를 잃어버렸을 수 있다”고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전자신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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