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혐의 본좌(本座)’ 이재명 대표…현재 7개의 혐의에 대해 4개 재판부에서 재판 중
검찰, 위증교사 3년·공직선거법 위반 2년 구형…이재명 정치생명 가늠할 ’11월 위기설’ 팽배
윤석열 대통령, 동남아 3국 순방 다녀오자 마자 한동훈 대표 만나 ‘국민적 우려’ 불식시켜야
‘윤석열·한동훈’ 과연 보수인가, 많은 사람들 의문…’11월 이재명 사법리스크’ 국정전환 계기 삼아야
국모(國母)를 악마화하려는 야권의 소망은 이뤄지고 있다. 대통령 내외가 어딜 가서 누굴 만나 무슨 말을 하든, 국정 성과 홍보에 목이 마른 정부가 안간힘을 쓰며 뭐라고 떠들어대든 ‘김건희 담요’가 일거에 다 덮어 버리니 국민들은 하루 종일 욕하는 것 말고는 관심이 없다. 검찰 소환을 앞둔 전직 대통령의 딸이 음주운전 정도는 해야 잠시 잠깐 묻힐 뿐이다. 국감 운동장까지 마련됐으니 10월 한 달 더욱 맹렬하게 타오를 것이다.
설사 야권에서 주장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품백 수수, 대통령실 관저 이전, 공천 개입 의혹까지 다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영부인이 이 정도까지 매질을 당하고 ‘밉상’을 넘어 ‘저주’의 대상이 되어야 하나를 생각하다 ‘광풍’에 밀려 잠시 잊고 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새삼 떠올렸다. 누가 보면 주막강아지처럼 짖어대고 물어뜯는 쪽은 어지간히 깨끗하고 자격이 있는 줄 알 것 아닌가. 어차피 이제 사과로는 어림도 없고 언젠가 다시 수사 받을 수 있는 의혹들이라는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영부인은 한번 하고 나면 그뿐이고 무엇보다 앞으로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도 아니다.
이재명 대표는 현재 7개의 혐의에 대해 4개의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 길이길이 기억될 범죄 혐의 본좌(本座)를 복기하는 마음으로 7개 혐의를 하나하나 펼쳐본다. 대장동 개발 혐의(배임 등)와 위례신도시 개발 혐의(옛 부패방지법 위반), 백현동 개발 혐의(배임), 성남FC 불법 후원 혐의(제3자 뇌물 등), 위증교사 혐의(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허위사실 공표), 쌍방울 대북송금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이다. 이 가운데 대장동·위례신도시·백현동 개발 혐의와 성남FC 불법 후원 혐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혐의는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에서 각각 맡고 있다. 위증교사 혐의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담당이다.
지난 9월 30일 검찰은 위증교사 혐의 사건 1심 재판에서 이 대표에게 위증교사 범죄 최고 형량인 징역 3년을 구형했고 선고는 11월 25일로 잡혔다. 지난 2004년 검사 사칭으로 벌금형이 확정된 이 대표는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 TV토론에서 해당 사건을 ‘누명’이라고 표현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재판 과정에서 증인 김모 씨에게 거짓 증언을 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로 작년 10월 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0일 지난 대선에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허위 사실을 발언한 혐의로 이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는데, 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선고는 11월 15일에 내려진다.
이 대표가 오는 11월 선고에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공직선거법 위반)이나 금고형 이상의 형(위증교사)이 확정되면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고 향후 5년 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한다.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대표의 정치생명을 가늠할 최대 고비 ‘11월 위기설’은 여기에서 기인한다. 애써 겉으로는 평온한 척 하지만 그동안 금기시 해오던 ‘대통령 탄핵’까지 스스로 시사하며 민주당의 총집결을 독려하는 것을 보니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심판의 시간이 본인도 두려운 모양이다. 철옹성 같은 1인 교주당의 수장으로서 오롯이 자신의 방탄을 위해 법사위를 철저히 사유화하고 눈만 뜨면 국회를 정쟁과 탄핵의 장으로 쉼 없이 농락했지만 무엇인가 다가오고 있다는 초읽기 심정만큼은 감출 수 없는 모양이다.
11월로 가는 길목에는 10·16 재보궐선거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난 7월에 출항한 한동훈호(號)로서는 아무리 무심하고 싶어도 서울시교육감과 부산 금천구, 인천 강화 정도는 가져와야 본전치기이고 체면이 선다. 물론 이보다 더 시급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동남아 3국 순방 일정을 마치는 즉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는 것이다. 20년 어부바하며 동고동락하던 사이인데 국민 대다수가 못마땅하게 여기는 김 여사에게 좀 모질게 했다고 청하는 독대를 거절한 것도 대통령답지 못했고 더욱이 한 대표만 쏙 빼고 밥 먹은 것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이 옹졸했다. 또 설령 역린(逆鱗)을 건드린 노기를 못 참고 대통령이 그랬다 하더라도 삐쳐서 출국장에는 나가지도 않고 대통령 외유 중에 자기 식구들 모아 세 과시나 하는 여당 대표도 참으로 볼썽사납다. 지난해 연말부터 지금까지 ‘정치인 한동훈’이 보여준 것이라고는 ‘셀카 찍는 것’과 ‘총선 패배’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의정갈등 등 국정 현안이 산적하고 먹고 살기 힘들다는 곡소리가 나라 곳곳에서 진동하는데 국민들이 언제까지 여권의 반목을 지켜봐야 하는가.
여전히 보수 진영의 많은 사람들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보수인가라는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의문을 품는다. 굳이 보수층의 40% 정도만이 윤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두 사람은 보수 진영에게 ‘원래부터 우리 편’은 아니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때 이들이 자행한 사화(士禍)에 가까운 적폐몰이에 직간접적으로 도륙당한 정가와 언론계의 수많은 인사들은 마치 고문기술자 이근안을 떠올리듯이 아직도 몸서리를 치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보수 진영도 윤 대통령의 탄핵만큼은 결단코 반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영의 궁극적인 지향인 정권재창출에 결정적인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벌써 반 돌았다. 친윤계든 친한계든 몇 년 전에는 여의도에서 보이지도 않았고 보여도 그저 보일 뿐이었다. 누가 이기든 국민들의 욕받이나 되는 말 같지도 않은 싸움들은 그만두고 ‘11월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국정전환의 계기로 삼을 수 있게 채비를 서둘러야 한다. 아직은 시간도 있고 기다려 주는 사람들도 있다. 더 이상 진영에 죄지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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