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지난달 5일 제29회 양성평등주간을 기념해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을 발표했다. 언론은 육아휴직 급여 수급자(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중이 8년 전인 2015년(5.6%)에 비해 지난해 28%로 5배, 남성 수급자 인원은 2015년(4872명)보다 지난해(3만5000여명) 7.3배 증가한 대목에 주목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직장 내 일·가정 양립 문화가 큰 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서울경제, 9월5일자)고 평가했다.
물론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의 수와 비중이 8년 전보다 모두 증가했지만 육아휴직 사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여가부 발표 자료 중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은 대목이 있다. 2022년 육아휴직자 수가 여성은 2021년 8만1514명에서 2022년 9만3200명, 남성은 2만9041명에서 2022년 3만7884명으로 큰 폭으로 증가한다.
2022년에는 육아휴직 급여가 인상됐다. 기존에는 0~3개월까지 통상임금의 80%(상한 월 150만원)을 지급하고 4~12개월은 통상임금의 50%(상한 월 120만원)를 지급했는데 2022년부터 육아휴직을 신청한 이들에게는 1~12개월 모두에게 통상임금의 80%를 지급하기로 했다. 또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 사용시 통상임금의 80%를 지급하던 것을 100%로 늘렸다.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늘었지만 이들이 각각 몇 개월씩 사용했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최근 5년(2020년~2024년 8월) 기업 규모·휴직 기간별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현황’을 보면, 최근 5년간 ‘육아휴직 10~12개월 사용자’가 여성은 72.6%지만 남성은 43.3%로 큰 차이를 보인다. ‘육아휴직 6개월 이하 사용자’는 남성의 경우 41.8%로 절반에 가까웠지만 여성은 19.2%였다. 남성은 짧게 쓰고 여성은 길게 써온 것이다.
남성은 대기업으로 갈수록 육아휴직을 짧게 사용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10~12개월 장기간 사용자는 ‘10인 미만 사업장(71.3%)’이나 ‘300인 이상 사업장(76.3%)’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남성의 경우 10~12개월 장기간 사용자가 10인 미만 사업장에선 60.4%지만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41.1%에 불과했다. 이는 여성이 육아를 담당한다는 성역할을 토대로, 대기업 남성 노동자가 육아휴직할 경우 임금손실 등 경제적 불이익이 상대적으로 더 크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남성 육아휴직자수는 대기업에서 많았다. 올해 8월 기준 남성 육아휴직자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1만5920명으로 10인 미만 사업장 3864명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정부가 공무원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실태를 더 면밀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연희 의원은 인사혁신처에 최근 5년(2022~2024년)간 국가공무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사용 인원과 사용기간 통계를 요구했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중앙행정기관별 육아시간 사용 현황’에 대해서는 제출했지만 “사용기간에 대한 통계는 인사혁신처에서 별도로 보유·관리하고 있지 않다”며 제출하지 못했다.
이연희 의원은 8일 미디어오늘에 “정부는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대폭 개선됐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성별에 따른 사용기간에 있어서는 여전히 성별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내년부터 육아휴직기간이 최장 1년6개월까지 늘어나는 만큼 성별 사용기간, 기업별 차이 발생 등 세밀한 통계 관리와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