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가 8일 중소벤처기업부와 특허청 국정감사에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대표 등을 소환한 가운데 배달 수수료 관련 질의가 쏟아졌다. 특히, 쿠팡이츠는 배달 수수료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상생협의체에서 상생 협력 참여 성과를 고려해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처분 경감 또는 행정기관의 실태조사, 직권조사를 면제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1조3000억원의 미정산 피해를 일으킨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와 관련해서도 관련 부처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정부가 티메프 사태로 피해를 입은 중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자금 대출을 시행하고 있으나 높은 금리와 대출 기준 등으로 집행률이 저조한 점 등이다. 주무 부처 장관인 오영주 중기부 장관이 피해 소상공인들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만나지 않는 등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 “쿠팡, 소상공인 인질로 불법 묵인 요구”… 공공배달 지원·배달비 상한제 주장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김명규 쿠팡이츠 대표에게 “자영업자들은 쿠팡이츠의 배민 견제용 최혜(最惠)대우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배민이랑 음식 가격을 똑같이 하지 않으면 와우회원 할인 10% 적용을 중단하겠다고 하거나, 최소주문금액과 메뉴 수도 동일하게 할 것을 요구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입점업체가 왜 플랫폼들의 이전투구의 총알받이가 되어야 하냐”고 말했다.
강 의원은 쿠팡이 상생협의체에 참여하면서 상생협력 참여 성과를 고려해 플랫폼사의 법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처분 경감 또는 행정기관의 실태조사, 직권조사를 면제할 것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불공정 거래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자 이를 면제해주면 상생 협력에 참여하겠다고 한 것”이라면서 “국회도 배달 수수료 상한제 등의 대책을 검토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강 의원은 앞서 쿠팡이 중국인이 설립한 국내 유령 업체들이 국내 판매자들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여 피해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를 사실상 방치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김완기 특허청장에게 “플랫폼 운영 업체도 책임이 있지만, 특허청이 획기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여 국내 소상공인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데 적극 나서달라”고 했다.
쿠팡이츠의 조사 면제 제안에 대해서는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비판했다. 김 의원은 “소상공인들에게는 2만원짜리 메뉴를 팔아 3000원을 남기게 하면서 이제는 그들을 인질로 잡고 (정부를 상대로) 불법 행위를 눈감아 달라고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공공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배민과 쿠팡이츠를 견제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달 수수료 문제와 관련해서는 피터 얀 반데피트 배달의민족 대표에게도 질타가 쏟아졌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입점 업체가 원하는 지역에 매장을 광고할 수 있도록 하는 울트라콜 상품에 대해 “사실상 허위 과장 광고를 경쟁적으로 하게 만드는 상품 아니냐”며 “업체가 있는 위치를 기반으로 광고를 하고, 이런 상품은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반데피트 대표는 “울트라콜 상품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치 후 보고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이 “폐지를 포함해 검토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겠냐”고 재차 묻자 반데피트 대표는 “검토를 진행 중이지만 결정된 사항은 없다. 지난해 경쟁 환경에 비추어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 결론이 나는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배민의 시장 점유율이 60% 가까이 되기 때문에 입점 업체들은 가격 협상력이 사실상 없다”면서 “입점 업체들에게는 사실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이 본질이기에 배달은 부수적인 서비스인데 이런 부수적인 서비스가 수수료율을 계속해서 높이는 상황이 말이 되냐”고 했다. 그러면서 “가격 통제는 반(反)시장적이지만, 독점 업체의 부당한 가격 형성을 방치하는 것도 반시장적”이라고 했다.
◇ “집행률 낮은 티메프 사태 회복 위한 경안 자금… 현장 봐 달라”
티메프 사태 비상대책위원장인 신정권 베스트커머스 대표와 양인철 푸드조아 대표가 국감장에 불려온 가운데 티메프 사태의 피해 대책 과정과 발생 책임을 놓고 정부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티몬과 위메프를 중기부의 사업으로 끌어들였다는 데서 정부도 이번 사태에 공동 책임이 있다”면서 “중기부는 온라인 플랫폼 입점 지원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자 공모 절차도 없이 티몬과 위메프를 염두에 둔 것처럼 진행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장관은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었고, 업무협약만으로 사업을 수행하게 된 위메프의 창립자 중하나는 현 민주당 소속 서울시 의원인 박유진 의원이었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디지털 보좌관 출신이었던 김현성 전 본부장이 위메프와 업무협약을 맺고 다녔다”고 했다. 그는 “당시 여당 세력이 지인 찬스로 주먹구구식 사업을 설계한 건데, 티메프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거냐”고 했다.
김동아 민주당 의원은 양인철 대표를 향해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중소기업 판로지원 사업에 티몬과 위메프를 참여시키지 않았다면 거래를 안하지 않았겠냐”고 물으면서 “중소기업유통센터가 티몬과 위메프를 부적격으로 처리하지 않으면서 이런 피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오영주 장관에게 따졌다. 그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양 대표의 경우 30억원의 피해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음에도 주 수입이 티몬과 위메프에서 발생해왔기 때문에 티메프 사태로 마련된 신용보증기금의 정책자금 대출이 거절됐다”면서 “이게 있을 수 있는 이야기냐”고 했다. 그는 “피해 회복에 사각지대가 있는 만큼 피해 회복 방안을 정상화할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사각지대와 높은 금리 등으로 경영안정자금 집행률이 낮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티메프 관련) 긴급경영안정자금 집행률이 5.8%에 불과한 이유는 신용보증기금 금융지원 금리가 너무 높기 때문”이라며 “피해자 대부분이 서울과 경기에 분포돼 있는 점으로 고려해 이 지역에서의 (경안자금)편성과 집행을 높이는 쪽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송재봉 민주당 의원은 “피해 업체가 4만8000개라고 하는데 실제 정부의 금융혜택을 받은 사람은 1395명에 그쳤다”며 “나머지 사람들은 어떠한 지원도 받고 있지 못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권향엽 민주당 의원도 “저금리인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티메프 긴급경영자금 지원을 받은 업체는 838개에 불과하다”고 했다.
신정권 티메프사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의 피해구제 대책이라는 대출조차 3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아주 기본적인 것조차 수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피해 금액부터 정확히 파악하려면 현장 얘기를 들으셔야 하는데 그마저도 탁상행정으로 하려 하나. 대출받으려는 기업 한두 군데라도 실제로 찾아가서 같이 신청해보고 뭐가 문제인지 점검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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