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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8일 싱가포르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자 차원의 새 경제안보 전략인 ‘공급망파트너십약정(SCPA)’ 가동에 들어갔다. 윤 대통령은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16%를 담당하는 ‘물류 허브’ 싱가포르와 동맹 관계를 구축해 공급망 외풍에 대비한 방파제도 쌓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의회에서 로런스 웡 총리와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올 5월 취임한 웡 총리와 가진 첫 회담으로 20년간 집권한 리셴룽 총리 시대를 마감하고 등장한 새 정권과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의의가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와 세계 최초의 양자 공급망 협력 체계인 SCPA를 맺었다. 주요국들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다자 차원의 협력 체계로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지만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정세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져 보다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할 필요성은 커진바 있다. 요소수 대란 같은 원자재나 부품 공급 교란이 생기면 양국이 동맹 수준으로 위기 상황을 수습하기로 한 것이다.
SCPA에는 원자재 수급 문제뿐 아니라 첨단 산업·바이오 등 미래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공급망 재편에 공동 대응한다는 내용과 함께 위기 단계별 대응 시나리오도 담겼다. 구체적으로 평시에는 공급망 지도를 함께 그리고 위기 시 5일 내 긴급 회의 등을 열어 공조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SCPA 협력 국가를 추가해나갈 계획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IPEF가 일종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라면 SCPA는 일종의 공급망 분야 자유무역협정(FTA)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개별 에너지원 차원의 문서도 체결됐다. 양국은 이날 액화천연가스(LNG) 수급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LNG 스와프(교환) 및 공동 구매, LNG 공급망 위기 협력 대응을 통해 LNG 도입 비용과 수급의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LNG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최근 국제 정세 불안으로 LNG 가격 등락 폭이 확대돼 골치를 앓아왔다. 윤 대통령은 “세계 3위 LNG 수입국인 한국과 LNG 교역 허브인 싱가포르 간 협력은 안정적 공급망 구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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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스타트업 분야도 양국의 우대 관계를 촉진할 또 다른 축이다. 싱가포르는 인공지능(AI)과 바이오 선도 국가로 우리가 강점을 지닌 미래차, 첨단 제조 분야와 시너지가 크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양국은 첨단 제조, 미래차, AI 등 분야에서 우선적으로 협력해나갈 것”이라며 “싱가포르의 주요 기업·연구기관과의 공동 R&D 등 우리 기업의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상호 방문객 숫자가 90만 명에 달하는 등 민간 교류를 지속 활성화할 제도적 기반도 확충된다. 웡 총리는 이날 공동 언론 발표에서 “한국과 싱가포르는 FTA를 디지털 시대에 맞춰 개선해나갈 것”이라며 “무엇보다 항공 관련해 더 많은 수요를 반영해 개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 수교 50주년을 맞는 내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싱가포르를 “미래를 함께 개척해나갈 핵심 파트너”라고 부르며 “양국은 부존 자원의 부족이라는 불리한 여건에서도 인재를 양성하고 첨단 기술과 금융 허브를 구축한 결과 글로벌 경제 강국으로 도약했다”고 유대감을 강조했다.
격상된 관계를 기반으로 역내 안보 문제에 있어서도 서로의 이해를 보다 적극 지지해주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저와 웡 총리님은 북한의 불법적인 핵 개발과 무모한 도발을 국제사회가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같이했다”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제사회의 분명하고 단합된 대북 메시지가 발신될 수 있게 긴밀히 공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9일 세계적 권위를 가진 ‘싱가포르 렉처’에 연사로 참연해 통일 한반도 비전을 주제로 연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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