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일터에서 작업하다 위험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긴급하게 연락하라고 노동부가 만든 ‘위험상황 신고전화’(1588-3088)의 열 통 가운데 세 통은 안 받거나 중간에 끊겨 신고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아 8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1∼2023년 현장 노동자가 위험상황 신고전화에 연락한 총 8635건 가운데 2473건(28.64%)은 노동청이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방청 가운데 광주고용노동청은 780건 가운데 353건(45.26%)이 전화 연결이 안돼 미수신율이 가장 높았다.
위험상황 신고전화는 작업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 관련 위험한 상황에 맞닥뜨리거나 목격한 노동자가 긴급 대처를 요청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노동부는 접수된 신고 내용의 상당수가 안전난간이나 추락방지 설비, 신호수 배치, 지게차 운용 부적절을 비롯해 안전모나 안전화 같은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이뤄지는 작업 등이라고 밝혔다. 실제 중대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뜻한다. 그럼에도 제대로 연락이 닿지 않다보니, 노동청 근로감독관이 위험 현장에 출동한 경우는 3년간 2326건으로 전체 신고전화의 26.9%에 그쳤다.
노동부에 따르면, 위험상황 신고전화로 전화하면 전화가 걸려온 지역에 따라 자동으로 해당 지방 노동청 사무실 전화로 자동 전환되고, 업무 시간이 끝난 뒤엔 경력이 오래된 근로감독관의 개인 전화로 착신 전환되는 구조다. 노동부는 신고전화 수신율이 저조한 이유로 전담 인력 부족을 내세웠다. 노동부 관계자는 “담당 사무실 전화가 다른 민원으로 통화 중일 수도 있고, 착신 전환된 근로감독관이 업무상 다른 일로 통화 중이면 부재중으로 뜨는 경우도 있다”며 “지방청이 연간 처리하는 물량이 2만8000여개에 달하는 상황에서 근로감독관은 매일 출장을 나가는 탓에 핸드폰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선 의원은 “고용노동부가 위험하면 도와줄 테니 전화하라고 해놓고는, 막상 도움이 필요할 때는 먹통인 부실한 시스템으로 오히려 사고와 산재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며 “근로감독관들에게 야간과 휴일에도 전화를 받도록 떠넘길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적절한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대응체계를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겨레/전종휘 기자 / webmaster@huffingto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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