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재산관리기금의 여유자금 잔액이 지난해 11월 기록한 ‘역대 최대치’에 다시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금은 국가 소유의 토지·건물 등 재산을 매각한 자금으로 재원이 조성된다. 재정 전문가들은 대규모 ‘세수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국유재산을 적극적으로 처분한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한다.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이 8일 기획재정부를 통해 받은 최근 10년 간 국유재산관리기금 여유자금 잔액 현황에 따르면, 지난 8월말 잔액은 1조6325억원이었다.
국유재산관리기금 여유자금 잔액은 지난해 11월(1조6656억원) 월별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말 1조4864억원으로 줄었으나 최근 다시 증가세를 보이는 것이다.
국유재산관리기금은 국가가 소유한 일반 재산의 매각·임대 수입을 향후 청사·관사 매입 등에 충당해 쓰기 위해 2012년 만들어졌다. 매년 정부는 이 기금의 수입과 지출을 계획하는데, 수입에서 지출 분을 뺀 여유자금을 쌓아 운용하고 있다. 기금 신설 초기인 2014년 3941억원에 불과했던 여유자금 잔액은 2017년, 2018년에 각각 1조497억원, 1조4585억원으로 불어난 바 있다.
그 이후 국유재산관리기금의 잔액은 빠르게 줄다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2~2024년 다시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말(1조4864억원)에는 연말 잔액 기준 최대치였던 2018년의 기록을 돌파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가 과거처럼 불필요한 국유지를 계속 보유하지 않고 국민이나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매각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동시에 매각 대금으로 청사·관사·교도소 이전·신축 등 ‘취득 사업’들도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22년 8월 향후 5년간 유휴 국유재산을 ‘16조원+α’(알파) 규모로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추경호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민간 주도의 선순환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과거 2015~2018년 매년 30%대 후반~40%대 초반의 증가율을 보이던 국유재산관리기금은, 2022·2023년엔 각각 50%가 넘게 불어났다.
문제는 이를 ‘제값’에 팔고 있느냐는 것이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3년과 2024년(7월 말까지) 매각한 국유 부동산의 낙찰가액은 감정평가액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에 매각한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은 1343억원이었지만 낙찰가액은 1208억원에 불과했다. 올해도 1266억원 감정평가액에 955억원 낙찰가액으로 그 차이가 더 벌어졌다. 2021·2022년엔 감정평가액보다 낙찰가액이 더 높았던 것과 비교된다.
일각에선 정부가 이렇게 다소 무리하게 국유재산을 처분해 국유재산관리기금을 쌓는 것이 세수 결손에 사용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56조원에 이어 올해 29조6000억원의 ‘세수 펑크’가 발생할 것이라고 공식화했는데, 이를 메꿀 대응 방안은 아직 “논의 중”이라고만 밝힌 상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른 기금들은 여력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그나마 국유재산관리기금에 돈이 많이 쌓인 상태”라며 “올해 세수 결손에 대응하기 위해 이 기금을 가져다 쓸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기금 여유 재원을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 운용 계획보다 증액한 규모로 예탁해 일반회계로 전용해 쓰는 방식이다.
반면 정부는 국유재산관리기금 잔액의 증가가 세수 결손과는 관계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유재산을 매각하는 것은 유휴 부지를 활용하자는 차원이지, 세수 결손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라면서 “국유재산관리기금을 세수 대책에 활용하기 위해 예산실과 논의하고 있는 것은 현재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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