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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금리인하기엔 집값 얼마나 올랐나… “6.8%까지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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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멀지 않았다는 예상이 확산하면서 집값 상승 기대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은행들이 대출을 조이면서 서울 집값 상승세는 소폭 꺾였지만, 소비자들이 전망하는 1년 뒤 주택가격 수준은 2021년 하반기 수준으로 치솟았다.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집값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역대 금리 인하기에는 집값이 얼마나 급등했을까. 조선비즈가 KB부동산이 산출하는 월간 주택가격지수를 토대로 역대 금리 인하기의 집값 흐름을 분석해봤다. 분석 결과 금리 인하기에 전국 집값은 최대 6.8%, 아파트값은 7.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집값이 매번 오른 것은 아니었다. 부동산 거품이 붕괴됐던 시기에는 매수수요가 꺾이면서 집값이 오히려 하락하기도 했다.

◇ 역대 인하기 총 세 번… 2012년엔 전국 집값 6.8% 올라

8일 한은에 따르면 금융통회위원회는 오는 11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를 연다.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선비즈가 증권사 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11명 중 8명(73%)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보다 25bp(1bp=0.01%포인트) 낮은 3.25%로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이 정책금리를 콜금리에서 기준금리로 변경한 2008년 2월 이후 우리나라에는 총 세 번의 금리 인하기가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2008년 8월~2009년 2월)와 유럽 재정위기발(發) 성장둔화기(2012년 7월~2016년 6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확산기(2019년 7월~2020년 5월)였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1차 인하기인 2008년 8월부터 2009년 2월까지 한은은 금리를 5.25%에서 2.00%로 낮췄다. 그러나 전국 주택매매가격지수는 오히려 64.4에서 63.3으로 1.7%, 서울은 65.6에서 64.0으로 2.4% 하락했다. 아파트 매매가격은 하락 폭이 더 컸다. 전국은 2.21%, 서울은 3.8% 떨어졌다.

미국 부동산 거품 붕괴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로 소비자들의 매수수요가 얼어붙으면서 집값이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 실제로 이 기간 전국 미분양 주택은 2007년 11만2254가구에서 이듬해 16만5599가구로 치솟았고, 금융위기를 전후로 상위 100대 건설사 중 약 30개 기업이 법원에 워크아웃을 신청하기도 했다.

반면 부동산 거품이 잦아든 2차 인하기에는 금리 인하가 매수심리를 자극했다. 한은은 2012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금리를 3.25%에서 1.25%로 낮췄다. 그러자 전국 주택매매가격지수는 70.9에서 75.7로 6.8%, 서울은 64.8에서 66.8로 3.1% 올랐다. 연평균 전국은 1.7%, 서울은 0.8% 오른 셈이다. 아파트 가격은 전국이 7.6%, 서울은 3.3% 상승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후 찾아온 3차 인하기는 시중의 유동성을 늘리면서 집값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금리는 2019년 7월부터 2020년 5월까지 1.75%에서 0.5%로 낮아졌다. 이후 전국 주택매매가격지수는 79.6에서 81.4로 2.3%, 서울은 78.4에서 81.3으로 3.6% 상승했다. 아파트 가격은 전국이 2.7%, 서울이 5.2% 올랐다.

◇ 금리 인하 속도·대출 규제가 변수… “당장은 변동 없다” 주장도

이번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는 금리 인하 폭에 따라서 집값 상승 폭이 달라질 전망이다. 한은이 지난달 26일 발간한 ‘금융안정 상황(9월)’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25bp(1bp=0.01%포인트) 내리면 전국 집값은 43bp, 서울 집값은 83bp 올랐다. 기준금리가 내리면 대출금리도 덩달아 하락해 집값 상승세를 부추길 수 있다.

다만 이는 주택 공급과 거시 경제 상황 등 다양한 효과를 배제하고 단순 금리 인하 효과만을 산출한 것이다. 역대 금리 인하기에 집값 추이와 변동 폭이 달랐던 것처럼 여러 효과를 반영한 실제 흐름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 인하가 집값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맞지만 대출 규제나 주택 공급 등 외부적인 요인에 따라 실제 집값 흐름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집값 상승 폭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먼저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그간 급등했던 물가가 반영되면서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최근 2년간 연평균 물가가 3~4% 올랐던 점을 감안하면 내년 집값은 누적된 건축·인건비 상승압력이 반영돼 더 높은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면서 “집값이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 간 ‘키 맞추기 현상(가격 따라잡기)’도 발생해 지역별로 변동률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분간 집값이 오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가 주택매매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금리가 낮아져도 대출금리나 주택공급이 변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이전보다 더 활발하게 집을 사고팔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향후 주택가격도 극적인 변화 없이 지역적·국지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데 그칠 것”이라고 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라는 두 가지 정책이 엇박자가 나면서 집값에 대한 시장의 전망도 혼란스러게 나오는 상황”이라면서 “금리가 내리면 시중에 유동성이 풀리면서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오르겠지만, 지금처럼 대출규제를 강화하면 쉽게 돈을 빌릴 수 없어 집값 상승 속도가 제한될 것”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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