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김고은이 또 하나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빚어냈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감독 이언희)을 통해서다. 인생도 사랑도 거침없는 청춘으로 분해 자신의 강점과 매력을 고스란히 녹여낸 그는 “어떻게 보면 소소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래서 더 귀한 작품”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김고은은 지난 1일 개봉한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눈치 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 분)와 세상과 거리 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노상현 분)가 ‘동거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린 영화다.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과 국제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 오른 박상영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영화 ‘탐정: 리턴즈’ ‘미씽: 사라진 여자’ 등을 연출한 이언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49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성황리에 마쳤다.
김고은이 연기한 구재희는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며 오늘만 사는 인물로, 사랑에 누구보다 진심이다. 특유의 사랑스럽고 당당한 면모로 캐릭터를 더욱 매력적으로 완성한 김고은은 재희와 연애관을 제외한 모든 라이프 스타일이 딱 맞는 흥수 역의 노상현과 완벽한 ‘케미스트리’까지 완성하며 흠잡을 데 없는 활약으로 관객을 매료하고 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김고은은 ‘파묘’의 성공 이후 새 영화를 선보이는 소감과 작품을 택한 이유, 캐릭터 구축 과정 등 ‘대도시의 사랑법’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파묘’ 이후 새 영화로 돌아왔다. 반응이 좋은데 기분이 어떤가. 완성된 영화는 어떻게 봤나.
“기분 좋다. 한시름 놨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늘 작품 공개 하기 전에 어떻게 봐줄지 떨리고 좋은 평가를 기대하지만 안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긴장이 되는데 그래도 안심이 된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저 시기를 잘 지나왔구나 생각이 들기도 하고 재희와 흥수가 서투르고 에너제틱 해서 예쁘다는 생각도 했다. 그 나이가 갖고 있는 예쁨이 있잖나. 찬란한 느낌. 그런 것들이 좋아 보였다.”
-영화가 제작되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고. 어떤 믿음이 있었나.
“좋은 대본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당연히 몰랐다.(웃음) 다른 작품을 하지 않으면서 이 작품만 기다렸다면 당연히 어려웠겠지만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 상당히 많은 작품을 하면서 이 작품도 성사되길 바랐다. 될지 안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이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는 게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공감 가고 디테일하게 서사를 그리는 작품 자체를 만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소소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래서 더 귀하다고 생각한 것도 있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재희를 표현하기 위해 고민한 것은 무엇인가.
“재희를 처음 접했을 때 진짜 친한 언니인 것 마냥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재희의 이면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저렇게 표현하게 되기까지 성장 과정에서 갖고 있는 아픔을 잘 이해하려고 했고 표현적인 부분에서도 서툴고 너무 날 서 있는 부분들이 짠해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 자칫하면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를 잘 대변하자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같은 나이의 캐릭터를 연기한 것은 처음이었다. 더 공감했을 것 같은데.
“재희와 흥수의 20대에서 30대 넘어가는 그 시기가 다 우리네 삶인 것 같았다. 나도 겪었고 친구들도 겪었고 주변 사람들도 다 그 시절을 겪지 않은 사람이 없잖나. 어떤 방식으로 겪었느냐의 차이다. 내면의 갈등과 생각이 충돌하고 사회가 원하는 방향과 내가 생각하는 게 달라서 충돌하기도 한 그런 시절. 사회에 딱 던져졌을 때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20대, 무지한 상태에서 실전에 투입되는 기분 등 그런 이야기들이 두 인물을 통해 잘 담겨있다고 생각했고 공감 포인트였다. 잘 표현하고 싶었다.”
-재희의 스타일링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의견을 많이 냈다고.
“재희를 두고 ‘자유분방하다, 튄다’라는 단어로 표현돼 있었는데 단순히 노출이 심한 옷을 입는다든가 패셔너블하다든가 이런 식으로 단순하게 표현되지 않길 바랐다. 자유로워 보이는, 튀는 모습들이 저 상의가 저 하의에 맞나 싶은 매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신발도 자세히 보면 꺾어 신거든. 그렇게 그 아이가 갖고 있는 태도를 보여주고 싶었다. 짧은 바지를 입어도 다리를 올리고 앉는다든지 노출이 있는 옷을 여미지 않는다든지 그런 태도를 통해 과감하고 자유분방하다는 게 느껴지길 바랐다.”
-흥수와 재희의 ‘케미스트리’가 무엇보다 중요했는데 노상현과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다.
“촬영 전부터 몇 번의 모임을 갖고 시간을 가지면서 서로 춤추는 모습도 보고 많이 허물어진 지점이 있다. 재희와 흥수 사이에 어떤 스킨십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녀의 느낌이 아닌, 굉장히 자연스러운 스킨십이 있길 바라서 이언희 감독, 노상현에게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의도적으로 더 넣은 것들도 있었다.”
-이언희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감독님과 진짜 ‘으쌰으쌰’ 하면서 촬영했던 현장이다. 2달 반 정도 촬영했는데 그렇게 짧게 촬영할 수밖에 없는 예산과 규모의 영화였다. 그런데 찍어야 할 신들은 굉장히 많아서 하루하루 씩씩하게 무조건 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서로를 북돋아 주면서 했다. 어려운 상황도 많았지만 동지처럼 서로 의지하고 어깨동무하면서 갔다.”
-재희처럼 이 작품을 통해 ‘김고운’다운 모습을 찾았나. 성장이나 성취를 얻은 게 있다면.
“성장은 당장은 모르는 것 같다. 몇 년이 지나고 났을 때 ‘나 성장했구나’라는 기분이 든다. 그냥 한 작품 한 작품 끝날 때마다 자기반성을 하고 개선할 것을 생각한다. 운동선수들이 매일 똑같은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확 성장했듯 나도 그랬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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