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소득보장 정책 실험인 서울디딤돌소득(옛 명칭 안심소득) 지원을 받은 저소득 가구의 31.1%가 근로소득이 늘었다고 밝혔다. 가구 소득이 늘어 더 지원을 받지 않아도 되는 가구도 10%에 가까웠다.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보다 디딤돌소득이 복지 정책으로 효과가 우수하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는 7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2024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을 열고 2년간의 정책 성과를 소개한다고 밝혔다. 디딤돌소득은 소득이 기준선 아래인 가구에 부족한 금액의 일정 부분을 채워주는 소득보장 모형이다. 기준 중위소득 85%인 기준액과 가구 소득 간 차액의 50%를 매달 지원한다. 2022년 7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1단계 시범사업은 중위소득 50% 이하 484가구(비교집단 1039가구), 2단계 시범사업은 중위소득 85% 이하 1100가구(비교집단 2488가구)가 대상이다.
이날 포럼에서 이정민 서울대 교수는 디딤돌소득 정책 성과를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디딤돌소득 2차연도에서 지원을 받은 시민 중 소득이 늘어 지원 대상에서 벗어나게 된 탈(脫)수급자는 132가구(8.6%)다. 1차연도 23가구(4.8%)보다 3.8%포인트 증가했다.
디딤돌소득을 지원받은 가구의 31.1%는 근로소득이 늘었다. 1차연도(21.8%)보다 9.3%포인트 높아졌다. 일을 하지 않았던 ‘비(非)근로가구’ 중 디딤돌소득 지원을 받기 시작한 뒤 근로를 시작한 비율은 비교가구보다 3.6%포인트 높았다.
김지은(38, 가명)씨는 통역 일을 하면서 83세 어머니를 부양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일이 중단되자 그동안 모은 돈과 어머니가 받는 국민연금, 기초연금을 어렵게 생활을 꾸렸다. 2022년 디딤돌소득 수급자가 되어 매달 100만원을 받으며 생활이 크게 안정됐다. 김씨는 최근 새로운 직장에서 근무하기 시작해 디딤돌소득 수급자에서 탈피했다.
정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근로 소득이 정해진 기준을 넘으면 수급 자격이 박탈된다. 반면 디딤돌소득은 일해서 돈을 벌수록 그만큼 총 소득이 늘어난다. 근로 유인 효과가 약한 현행 제도 단점을 보완했다는 게 서울시 평가다. 소득이 기준선을 넘으면 디딤돌소득 지원은 중단되지만, 실업으로 소득이 끊기면 다시 지원을 받는다.
디딤돌소득을 지원받은 가구와 그렇지 않은 가구를 비교한 결과, 지원 가구는 교육훈련비를 72.7% 더 썼다. 서울시는 계층 이동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액도 비교 가구보다 11.1% 높았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해 수급 자격을 판단해 자산을 형성할 의지를 꺾을 수 있지만, 디딤돌소득은 자산이 급여액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디딤돌소득을 지원받은 가구 중 고령자나 미취학 아동이 있는 가구는 늘어난 소득을 활용해 일하는 시간을 약간 줄이고 돌봄 시간을 늘렸다. 가구주가 여성이면 이런 경향이 더 컸다. 디딤돌소득을 받은 가구는 의료비·식료품비 소비가 늘었고, 정신 건강 개선 효과도 높았다. 일을 하지 않다가 디딤돌소득을 받은 뒤 취업한 가구에서 정신 건강 개선 효과가 더 컸다. 근로와 정신 건강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포럼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 뤼카 샹셀 세계불평등연구소장, 데이비드 그러스키 미국 스탠포드대 사회학 교수가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소득 보장제도를 주제로 특별 대담을 한다. 루크 쉐퍼 미국 미시간대 사회복지학 교수와 로버트 조이스 영국 알마 이코노믹스 부소장 등이 각국의 소득 보장제도 현황도 공유한다.
오 시장은 “소득 증가와 근로의욕 고취라는 긍정적이고 유의미한 효과가 입증됐다”며 “서울디딤돌소득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전 세계가 주목하는 K-복지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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