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쩐의 전쟁’이 연장전에 돌입하며 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공개매수가 상향 맞불 전략이 이어지며 재무부담이 늘게 돼 치킨게임 양상으로 번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3명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는 7일 이사회를 열고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를 상향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최윤범 회장 측의 이번 영풍 공개매수가 상향 논의는 MBK의 특수목적법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10월 4일부터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를 3만원으로 기존 대비 20% 높인 데 따른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1.85%를 보유해 영풍정밀 경영권을 확보하는 측이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MBK가 더 많은 물량을 매수하는 만큼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앞서 제리코파트너스는 10월 2일부터 영풍정밀 지분 393만7500주에 대한 대항공개매수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가 2만5000원 보다 높은 3만원으로 책정했다. 영풍·MBK 연합이 이에 대응해 제리코파트너스와 동일한 공개매수가 3만원으로 상향했다.
영풍·MBK 연합과 고려아연 간 공개매수가 상향 ‘맞불’ 전략으로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에 접어들었다. 영풍·MBK 연합이 10월 4일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재차 높여 공개매수 마감일이 오는 10월 14일로 미뤄졌다.
고려아연은 이번 자사주 매수를 위한 1조5000억원의 자기 자금과 1조1635억원의 차입금을 비롯해 총 4조2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윤범 회장 측 연합군으로 합류하는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털이 고려아연 지분 2.5% 공개 매수에 나서며 투입하는 자금 4300억원을 합하면 4조6000억원 규모가 된다.
시장에서는 최윤범 회장 측의 추가 동원 자금은 1조5000억원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여전히 매수가 인상 여력이 충분해 고려아연 공개매수의 판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지속적인 공개매수가 상향이 재무부담으로 이어져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동일한 가격과 조건으로 경쟁이 지속될 경우 주주·기관투자자들이 경영권 확보 명분을 두고 고민할 가능성이 커진다. 시가총액 14조원 이상인 고려아연의 유통주식은 국민연금(7.8%)을 포함해 30% 초반 수준으로 대부분 기관 주주로 구성됐다.
이 때문에 경영권 확보 정당성과 명분을 얻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영풍·MBK 연합은 최윤범 회장 측의 자사주 매입이 배임 등 법적리스크가 있다고 강조한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를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규정하고 해외 기업에 매각 가능성과 함께 공개매수 절차상 배임을 주장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바탕으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소송전으로 번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법원 판단이 경영권 분쟁에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영풍·MBK 연합은 10월 2일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의 기각 판결을 받았지만 같은날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을 재차 신청했다.
이에 최윤범 회장 측이 경영권을 가진 영풍정밀은 영풍 측 장형진 고문과 사외이사 3명, 김광일 MBK 부회장 등을 배임 혐의로 고소한 데 이어 이들간 경영협력 계약 및 금전 소비대차 계약의 이행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검에 냈다.
영풍정밀은 이번 가처분 신청서에 “영풍은 MBK로 하여금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의 지분을 상당히 취득하게 되고 영풍의 핵심자산인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MBK에 부여하는 점이 문제다”며 “MBK는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콜옵션 및 공동 매각 요구권을 갖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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