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과 서울의소리 기자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돼 ‘용산 비판 언론 고발 사주 의혹’ ‘한동훈 공격 보도 사주 의혹’ 등 파장이 불거진 가운데, 대통령실이 김 전 행정관에 SGI서울보증보험 상근 감사위원에서 물러날 것을 종용하는 모양새다.
익명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4일 중앙일보를 통해 김 전 행정관을 두고 “거취가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대통령실에서 나와, 올해 4월 총선에 출마하려다 공천 받지 못한 김 전 행정관은 지난 8월 예금보험공사 자회사인 서울보증보험(SGI) 상근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김 전 행정관이 녹취록 파문에 대해 사과와 함께 국민의힘을 탈당하지 않았나”라며 “이제는 스스로 자신의 거취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김 전 행정관의 거취는 누가 요구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결단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이런 파문을 일으킨 상황에서 공직을 맡는 것이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대통령실 참모들은 윤석열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와 전혀 친분이 없는 김 전 행정관이 외부에 윤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고, 김 여사와 친분이 있다고 과시한 것에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후 여러 언론에 김 전 행정관의 거취 문제를 언급했다. 5일 이후 연합뉴스, 뉴시스, TV조선, KBS, YTN, 동아일보, 세계일보 등 다수의 언론과 통화에서 김 전 행정관이 거취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 밖에 다른 언론사들도 이를 인용했다.
대통령실 인사들이 본인 직함도 밝히지 못한 채 “대통령실이 직접 인사에 관여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라는 전제를 붙이면서, 김 전 행정관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김 전 행정관의 SGI 행은 거취 결단에 앞서 규명해야 할 지점이 있다. 김 전 행정관은 총선 출마가 무산된 뒤 2월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와 통화에서 “어디 공기업 사장이 됐든 아니면 용산을 넣어달라고 해서 용산에 다시 들어가서 다시 비서관 역할을 하든지 보험을 들어야 될 거 아니야”라고 말했다. 이를 전후한 여러 차례 통화에서 그는 “공기업”을 재차 언급했고, 실제 8월 SGI 상근 감사위원이 됐다.
김 전 행정관 선임 과정에 미심쩍은 정황도 있다. JTBC는 5일 “관련 서류를 정리해 도전했다”던 김 전 행정관 주장과 달리, 그의 선임은 추천으로 진행돼 SGI에 제출된 서류가 없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15일 SGI 임원후보추천위원회 회의에선 4명 위원이 총 3건을 20분 만에 통과시켰고, 김 전 행정관에 대한 전문성 검증은 없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을 총괄한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도 한국공항공사 사장 지원 과정에서 특혜를 받아 내정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뒷배경’에 대한 의구심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한국일보는 4일 사설에서 “(SGI) 감사는 연봉 최대 3억6000만 원에 월 470만 원의 업무추진비, 고급 법인차량과 기사, 비서까지 제공된다”며 “비서관도 아닌 선임행정관을 스스로 선택한 자리로 보내줄 수 있는 배후가 누구인지 직접 밝혀내 합당한 책임을 묻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같은날 동아일보 사설은 “SGI서울보증 감사위원직은 그의 부족한 금융 또는 감사 업무 전문성 등에 비춰 볼 때 통상의 경우 넘보기 힘든 자리다. 그의 전임자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감사원 고위 간부를 지냈다”며 “여러 선택지 가운데 임기 3년에 높은 연봉을 받는 자리를 골라잡은 것이라면 더더욱 뒷배경이 궁금해진다”고 꼬집었다.
앞서 대통령실은 언론에 김 전 행정관의 SGI서울보증 상근감사 임명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추천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김 전 행정관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대통령실 관계자 추천으로 서울보증에 들어갔다거나 제가 여러 군데 중 한군데를 찍어서 어딜 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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