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들이 자신의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사진들이 SNS에 게재되고 있다. 일부 소방관들이 의료 대란 속에 응급 환자가 병원에 이송되지 못하는 이른바 ‘구급차(응급실) 뺑뺑이’ 실태를 알리자 소방청이 언론 접촉을 막아서면서, 소방관들의 ‘입틀막 챌린지’가 이어지고 있다.
소방청은 지난달 12일 소방청의사집단행동비상대책본부의 「구급현장 활동 관련 언론대응 유의사항 알림」 공문을 각 광역 시·도에 보내 “언론 대응과 관련하여 부적정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에는 경위 및 내용 등 사실관계를 조사하여 관련 절차에 따라 적의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해당 공문은 ‘언론 대응 관련 유의사항’으로 △영상촬영 등으로 응급환자 이송 및 응급처치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 금지 △현장활동 관련 영상물, 음성물 등의 무단 유출 및 개인보관 금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사실에 대한 비밀 누설 금지 △소방활동 외 제복 착용 금지 △방송 출연 및 인터뷰 시 현상 왜곡 우려가 있는 개인적 의견 발언 지양 △소방활동과 관련해 개인적 언론 접촉이 필요한 경우에는 소방관서장 보고 △소방관서장은 소속 직원에 대한 복무관리 및 영상물 등 관리 철저 등을 적시했다.
이튿날 전국 소방 지휘관 긴급회의에서 허성곤 소방청장은 “엄중한 시기에 일부 대원들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제되지 않은 개인의 의견을 소방의 공식적인 의견인 것처럼 제복을 착용하고 표명함으로써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할 우리가 오히려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소방관들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소방지부 조합원을 중심으로 소방청의 언론 접촉 통제에 항의하는 의미를 담아 ‘입틀막’을 표현한 자신의 모습을 촬영해 SNS에 올리고 있다.
서동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소방지부 사무국장은 6일 미디어오늘에 “‘구급차 뺑뺑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이를 언론에 알리게 되었다. 소방청에서는 언론 접촉을 금지하고 징계를 운운하면서 겁박하고 있다”며 “그래서 추석 명절 이후 제보 및 인터뷰 등에 어려움이 많다. 이에 대해 항의하는 소방청 입틀막 규탄 챌린지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소방청이 소방관들의 언론 대응 통제에 관해 발송한 공문을 두고도 서동신 사무국장은 “비상에 대해 국민들이 안전을 위해 대책을 만든 것은 없고 오직 언론 통제, 금지만 강조하고 마지막으로 징계를 암시하는 문서”라고 지적했다.
“입을 틀어막는다”는 뜻의 줄임말인 ‘입틀막’은 대통령경호처 요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발언하려는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카이스트 졸업생 등의 입을 틀어막고 끌어낸 일들이 반복되면서 권력의 언론·표현의 자유 통제를 함축한 표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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