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R&D 예산 뚝…”돈 부족해요” 인력 감축→연구 중단 ‘최악 사태’까지

유니콘팩토리 조회수  


[MT리포트]쫓겨나는 과학자(下)


풀뿌리 연구 인력인 학생연구원이 사라진다. 연구인력 양성의 전진기지인 4대 과학기술원조차 ‘일자리가 없다’며 쫓겨나는 과학자 역시 적지 않다. 과학계를 떠나는 인력 이탈이 심화하면서, 연구 현장에선 우리 과학기술계의 기초 체력 저하와 생태계 황폐화를 우려한다. 연구에만 몰두해도 ‘먹고 살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정부 정책의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으로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반도 기후 변화· 백신 개발 연구…”임상도 못 했는데”



③ 한반도 생태연구·RNA 백신 플랫폼 연구도 70% 이상 예산 삭감

4대 과기원의 ‘2023년도 대비 2024년도 계속과제 연구개발비 조정 내역’에 따르면 올해 참여연구인력이 절반 이상 줄어든 과제가 속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4대 과학기술원(이하 과기원)의 국가 R&D(연구·개발) 과제 참여 인력이 올해 감축된 가운데 기후변화에 따른 한반도의 생태 변화, RNA(리보핵산) 백신 플랫폼, 치매 진단 기술 등을 연구하던 주요 연구자들도 설 자리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4일 DGIST, GIST, KAIST, UNIST 등 4대 과기원이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2023년도 대비 2024년도 계속과제 연구개발비 조정 내역’에 따르면 올해 참여 연구인력이 절반 이상 줄어든 과제가 속출했다.

4대 과기원 중 총연구 인력이 19.3%로 가장 많이 줄어든 GIST에서는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받아 2022년부터 수행하던 ‘한반도 주변해 해양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생태계’ 연구의 인원이 54명에서 올해 8명으로 대폭 줄었다. ‘기후환경 시나리오에 따른 생태계 개체군의 변화’ 연구 역시 39명에서 7명으로 줄었다. 두 연구 모두 당초 2026년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다.

KAIST에서는 ‘RNA를 이용한 백신 플랫폼 개발’ 연구의 예산이 전년 대비 90% 이상 삭감되며 연구 인력이 14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 연구 계약기간은 내년 12월 31일까지였다. UNIST의 연구팀이 진행하던 ‘폐암 조기진단을 위한 DNA 탐침 키트’ 연구 역시 2025년 12월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예산이 완전 삭감되며 올해 중단됐다. 이 연구에 참여하던 인력은 11명이었다.

“5년 간 진행해오던 AI(인공지능) 기반 치매 진단 연구 예산이 50% 삭감됐다”고 밝힌 과기원의 A 교수는 “연구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임상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돈이 부족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인건비를 줄이면 함께 일하던 연구원을 내보내야 하는데, 그럴 순 없기 때문에 차선으로 임상시험의 목표치를 당초보다 줄였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A 교수가 참여하는 3개 대학 공동 한의융합기술연구의 예산도 80% 감축돼, 주관 연구팀을 제외한 모든 팀이 연구에서 빠지기로 했다.

정부가 내년도 R&D 투자를 ‘원상 복귀 이상’으로 돌리는 예산안을 내놨지만, 연구자 입장에서 희소식이 아니라는 시각도 나온다. 진행 중이던 과제가 사라져 당장 인건비 마련이 어려워진 연구자들이 내년도 신규 과제 모집에 한꺼번에 뛰어들게 됐기 때문이다.

A 교수는 “이젠 연구자 간 피 터지는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며 “R&D 예산이 줄어들 수 있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과제 일괄 감축이 아닌 다른 조정 방식을 택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했다. 그는 “연구 과제는 국가와 연구자가 서로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맺는 일종의 약속임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만 해도 먹고살 걱정없도록…’땜질’ 나선 정부



④정부의 선택과 집중에 기존 연구가 중단되는 일은 없어야

2025년 이공계생 경제적 지원책/그래픽=윤선정

풀뿌리 연구 인력의 부족에 정부의 경각심이 높다. 진로에 대한 비전과 경제적 보상의 기대감이 낮아진 탓에 ‘연구만 해선 먹고 살 수 없다’며 연구자를 포기하는 인재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이에 정부는 학생연구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늘릴 대책을 마련한다. 과학기술원 등 학교 현장에서도 전략기술 중심의 R&D(연구개발) 재원을 확보, 젊은 연구자의 안정적 연구 환경 보장에 주력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과학기술인재 성장·발전 전략’의 핵심은 이공계 석사과정 학생 대상의 국가장학금 및 생활비 지원책을 마련하고, 석·박사를 마친 대학원생이 국내에서 안정적인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확충하는 내용이다.

학생연구원과 박사후연구원(포닥)은 그간 연구현장을 지탱해 온 핵심 인력이다. 이들의 인건비는 주로 소속 연구실이 확보하는 R&D 비용에 기대고 있다. 이에 지난해 국가 R&D 예산 삭감 사태 이후 대규모 인원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고, 학생 연구자들의 핵심 거점인 4대 과기원의 올해 전체 연구참여자가 지난해보다 4.9%(949명) 줄어들면서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이들의 불안정한 상황은 앞으로 연구자를 꿈꿔야 할 과학기술 꿈나무들의 유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실제 4대 과기원 중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의 올해 봄학기 학부 신입생 충원율은 87.5%,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98.3%로 법정 정원에 못 미쳤다. 석·박사 과정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UNIST의 올해 대학원 신입생 충원율은 83.4%, DGIST는 84.5%였다.

이에 정부는 과학기술 인재의 경제적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과기정통부는 우선 4대 과기원과 대학의 박사후연구원 채용을 앞으로 10년간 2900명 규모로 확대한다. 과기원은 1500명, 대학부설연구원은 1400명 수준이다. 또 이공계 석·박사 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매월 생활지원금을 지급하는 ‘한국형 스타이펜드(Stipend)’, 이공계 연구생활장려금도 추진한다. 다만 대학마다 사업 참여 절차가 남아, 최종 수혜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

4대 과기원을 비롯한 학원 연구 현장도 인재 유치를 위한 변화가 절실하다는 평가다. 정부가 R&D 예산의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 만큼 핵심 연구과제를 수주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한 과기원 교수는 “무엇보다 더 많은 예산이 배분되는 신규 과제를 따내 안정적인 연구원 인건비를 확보하는 게 먼저”라며 “국가 전략기술을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진행중인 기존 연구가 중단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교수는 “정부가 국가 재원을 전략기술 분야로 집중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기존의 계속과제는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새로운 신규 과제를 전략기술 등으로 집중해야지, 무턱대고 기존 과제의 예산을 삭감해버리면 안 된다”며 “연구 예산은 국가와 연구자와의 약속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했다.


유니콘팩토리
content@www.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뉴스] 랭킹 뉴스

  • "잃어버린 딸 우연히 입양" 뻔해도 본다…'1분 드라마'에 푹 빠진 중국
  • 니오(NIO) 3분기 실적 예상치 하회에도 판매량 증가 따른 수익성 개선 전망
  • 팔로알토(PANW) 분기 실적 예상치 상회, 플랫폼화 전략 효과 가시화
  • 아빠들 기다리던 패밀리카 나왔다…대형 SUV 아이오닉9, 첫 공개
  • 홍철호 ‘기자 무례’ 동아일보 “尹 격노에 참모들 직언 못하고 심기 경호 탓”
  • 엔비디아(NVDA) 매 분기 신기록 달성, 여전히 AI 생태계 내에서 독보적

[뉴스] 공감 뉴스

  • 버라이즌(VZ) 점유율 하락 우려에도 인터넷 가입자 증가 지속 전망
  • 푸틴 "ICBM 아닌 중거리미사일 쐈다"…"美에 사전 통보"
  • 스타트업 창업자·투자자 "내년에도 어렵다"…취해야 할 대책은
  • 생후 일주일 신생아 숨져… 경찰 수사 착수
  • "1634만원에 사는 가성비 SUV"…트랙스 크로스오버 '재고 떨이' 돌입
  • 당대표 개인 재판에 당력 총동원?…민주당 '이재명 로펌' 자처 '촌극'

당신을 위한 인기글

  • 푹- 끓여내어 야들야들한 건더기와 얼큰한 국물의 만남, 육개장 맛집 BEST5
  • 한식에 술만 있다면 무한으로 마실 수 있는 술꾼이 인정한 한식주점 5곳
  • 찬바람에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지금, 딱 좋은 감자탕 맛집 BEST5
  •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굴 맛집 BEST5
  • [리뷰: 포테이토 지수 72%] ‘위키드’ 중력을 거스르지 못한 완성도
  • ‘짝퉁 제왕’ 되는 김수현 “로맨스는 15%뿐”
  • 전지현·현빈·김수현·박은빈·도경수까지, 디즈니+ 빛낼 새 얼굴은?
  • [데일리 핫이슈] 로제·브루노 마스 ‘아파트’ 첫 라이브, 고현정 ‘유퀴즈’ 출격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눈치 좀 그만봐’… 한국 축구 사령탑 홍명보, 이천수 주장에 단호히 반박했다

    스포츠 

  • 2
    대한항공, 한국전력 완파…선두 현대캐피탈과 승점 격차 해소

    스포츠 

  • 3
    "저만 잘하면 될 거 같습니다" 선발 복귀하고 3연승, 그럼에도 한선수는 자책했다 왜 [MD인천]

    스포츠 

  • 4
    'KKKKKKKK' 타카하시 158km 괴력투+코조노 2홈런 7타점…'우승 후보' 日, 미국 9-1 완파 [프리미어12]

    스포츠 

  • 5
    EV9 사려다 “마음 바꿨다”… 무려 532km 주행 가능한 대형 전기 SUV

    차·테크 

[뉴스] 인기 뉴스

  • "잃어버린 딸 우연히 입양" 뻔해도 본다…'1분 드라마'에 푹 빠진 중국
  • 니오(NIO) 3분기 실적 예상치 하회에도 판매량 증가 따른 수익성 개선 전망
  • 팔로알토(PANW) 분기 실적 예상치 상회, 플랫폼화 전략 효과 가시화
  • 아빠들 기다리던 패밀리카 나왔다…대형 SUV 아이오닉9, 첫 공개
  • 홍철호 ‘기자 무례’ 동아일보 “尹 격노에 참모들 직언 못하고 심기 경호 탓”
  • 엔비디아(NVDA) 매 분기 신기록 달성, 여전히 AI 생태계 내에서 독보적

지금 뜨는 뉴스

  • 1
    위메이드 석훈 PD "레전드 오브 이미르 시즌은 이렇게 다르다"

    차·테크 

  • 2
    "블루 아카 같네", "OST 기대 이상" '테일즈런너 RPG' OST 및 전투 화면 영상 반응

    차·테크 

  • 3
    대체 외인 선수가 팀 성적에 미치는 영향, 대한항공과 한국전력의 극명한 대조

    스포츠 

  • 4
    홍명보 감독, 김민재 실수에 대한 자신의 책임 인정

    스포츠 

  • 5
    1승→8승→7승→7승→18승 찍고 사이영상! '최고의 생일 선물 받은' 스쿠발→전성시대 열었다

    스포츠 

[뉴스] 추천 뉴스

  • 버라이즌(VZ) 점유율 하락 우려에도 인터넷 가입자 증가 지속 전망
  • 푸틴 "ICBM 아닌 중거리미사일 쐈다"…"美에 사전 통보"
  • 스타트업 창업자·투자자 "내년에도 어렵다"…취해야 할 대책은
  • 생후 일주일 신생아 숨져… 경찰 수사 착수
  • "1634만원에 사는 가성비 SUV"…트랙스 크로스오버 '재고 떨이' 돌입
  • 당대표 개인 재판에 당력 총동원?…민주당 '이재명 로펌' 자처 '촌극'

당신을 위한 인기글

  • 푹- 끓여내어 야들야들한 건더기와 얼큰한 국물의 만남, 육개장 맛집 BEST5
  • 한식에 술만 있다면 무한으로 마실 수 있는 술꾼이 인정한 한식주점 5곳
  • 찬바람에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지금, 딱 좋은 감자탕 맛집 BEST5
  •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굴 맛집 BEST5
  • [리뷰: 포테이토 지수 72%] ‘위키드’ 중력을 거스르지 못한 완성도
  • ‘짝퉁 제왕’ 되는 김수현 “로맨스는 15%뿐”
  • 전지현·현빈·김수현·박은빈·도경수까지, 디즈니+ 빛낼 새 얼굴은?
  • [데일리 핫이슈] 로제·브루노 마스 ‘아파트’ 첫 라이브, 고현정 ‘유퀴즈’ 출격

추천 뉴스

  • 1
    ‘눈치 좀 그만봐’… 한국 축구 사령탑 홍명보, 이천수 주장에 단호히 반박했다

    스포츠 

  • 2
    대한항공, 한국전력 완파…선두 현대캐피탈과 승점 격차 해소

    스포츠 

  • 3
    "저만 잘하면 될 거 같습니다" 선발 복귀하고 3연승, 그럼에도 한선수는 자책했다 왜 [MD인천]

    스포츠 

  • 4
    'KKKKKKKK' 타카하시 158km 괴력투+코조노 2홈런 7타점…'우승 후보' 日, 미국 9-1 완파 [프리미어12]

    스포츠 

  • 5
    EV9 사려다 “마음 바꿨다”… 무려 532km 주행 가능한 대형 전기 SUV

    차·테크 

지금 뜨는 뉴스

  • 1
    위메이드 석훈 PD "레전드 오브 이미르 시즌은 이렇게 다르다"

    차·테크 

  • 2
    "블루 아카 같네", "OST 기대 이상" '테일즈런너 RPG' OST 및 전투 화면 영상 반응

    차·테크 

  • 3
    대체 외인 선수가 팀 성적에 미치는 영향, 대한항공과 한국전력의 극명한 대조

    스포츠 

  • 4
    홍명보 감독, 김민재 실수에 대한 자신의 책임 인정

    스포츠 

  • 5
    1승→8승→7승→7승→18승 찍고 사이영상! '최고의 생일 선물 받은' 스쿠발→전성시대 열었다

    스포츠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