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지난달 30일 금고 3년형을 선고받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재판부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동일한 혐의로 기소돼 같은 날 재판장에 섰던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연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검찰은 이 전 서장과 박 구청장에게 모두 징역 7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가 이 전 서장에 대해서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인정하면서 두 사람은 전혀 다른 결과를 받아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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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열린 1심 재판에 불복해 4일 서울서부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 전 서장과 함께 재판에 선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도 같은 날 함께 항소했다.
이 전 서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에 대규모 인파로 안전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사고 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고 경비 기동대 배치와 도로 통제 등 조치를 제때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자신의 현장 도착 시각을 허위로 기재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와 국회 청문회에서 참사를 더 늦게 인지한 것처럼 증언하고 서울경찰청에 경비기동대 지원 요청을 지시했다고 허위 증언한 혐의(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로도 기소됐다.
앞서 지난달 30일 오후 2시 열린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이 전 서장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다. 금고형은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강제노역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징역형과 다르다. 송 전 실장과 박인혁 전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팀장 역시 각각 금고 2년,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날 이 전 서장에 대해 “대형 참사 전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추락 등 안전사고라는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다”며 “핼러윈 축제 현장에서 인파 위험성 등 정보 수집이 반드시 필요했지만 사고 당일 현장에 정보관을 배치하지 않는 등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며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허위공문서작성·행사와 위증 혐의는 “직접적인 근거가 없다”며 무죄 판단했다.
이 전 서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경찰관 모두가 사전에 사고 발생 가능성을 인식 못했다”며 핵심 요건인 ‘사고 예견 가능성’이 충족되지 않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서장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방어권을 보호하기 위해 보석을 취소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덕분에 이 전 서장은 불구속 상태로 항소심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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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재판부는 같은 날 오후 3시 30분 연이어 열린 용산구청 관계자 4인 재판에서는 줄줄이 무죄를 선고했다. 업무상과실치사상과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박 구청장은 이날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구청장직 상실을 면하게 됐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대규모 인파로 인한 사상 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고, 상시 재난안전상황실을 적정히 운영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지난해 1월 기소됐다. 이런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참사 현장 도착 시간 등을 허위로 기재한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하도록 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도 있다.
재판부는 박 구청장에 대해서는 핼러윈 행사 안전관리와 관련한 행정기관의 수정·변경 권한이 없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행정기관에서 사전에 특정 장소로의 인파 유입을 통제하거나 밀집 군중을 분산 해산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수권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업무상 주의의무는 자치구의 추상적 주의의무에 해당할 뿐 피고인들의 구체적 주의의무를 규정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허위공문서작성·행사와 관련해서도 “피고인이 허위로 작성하라거나 기자들에게 배포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을 인정할 직접 증거가 없다”며 무죄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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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선고 결과를 기다리던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박 구청장이 무죄를 선고받자 “우리는 인정할 수 없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느냐”며 오열했다. 앞서 이 전 서장의 선고 결과에 대해서는 “유가족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검찰의 항소를 촉구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당연한 결과”라는 논평을 내놓은 것과는 사뭇 대비되는 반응이다.
같은 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판결은 기존 사회적 참사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과 달리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아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면서 “이번 부당한 판결에 대한 검찰의 즉각적인 항소를 촉구한다. 오늘의 이 슬픔과 절망과 분노를 안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서장은 선고 후 “죄송하고 또 죄송스럽다”며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답했다. 박 구청장은 선고 직후 얼굴을 가린 채 사설 경호원의 보호를 받으며 별도 발언 없이 법원을 빠져나갔다. 묵묵부답에 분노한 유가족들이 주먹으로 박 구청장이 탄 차를 치는 등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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