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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이 ‘무혐의’로 매듭지어졌지만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공직자 배우자의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현행 청탁금지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한편 검찰의 공소권 독점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된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의 결론이 뒤집히면서 ‘수심위 무용론’까지 대두된다. 야권이 이번 사건 처분을 두고 연일 공세를 이어나가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김 여사의 또 다른 사법리스크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역시 기소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돼 파장이 예상된다.
2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 수사팀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최재영 목사를 모두 ‘혐의 없음’ 불기소 처분했다.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가 지난해 11월 27일 최 목사가 김 여사를 접견하면서 명품가방을 건네는 장면을 몰래 촬영한 영상이 공개된 지 약 10개월 만,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된 지 약 4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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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쟁점은 김 여사와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였다.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2022년 6월부터 9월까지 명품 가방과 고가 화장품, 양주를 선물하며 논란이 시작됐다. 최 목사는 자신이 디올백 등 선물을 제공한 것은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 의원을 국정자문위원으로 임명 △김 전 의원 사후 국립묘지 안장 △통일TV 송출 재개 등을 위한 청탁이라는 주장이다.
검찰은 김 여사가 최 목사에게 받은 선물이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된 것이라고 볼 수 없기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윤 대통령과 최 목사는 아무런 친분이나 직무 관련성이 없다”면서 “최 목사의 선물은 김 여사와의 우호적 관계 유지 또는 접견 기회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최 목사도 검찰 조사 당시 “청탁이 아니라 친교를 위한 것”이라고 진술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특히 검찰은 영부인인 김 여사가 청탁금지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처분의 근거로 강조했다. 2일 열린 취재진 대상 브리핑에서 검찰은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배우자가 직무 관련 금품 수수를 금지하고 있으나 위반 행위에 대해 처벌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청탁금지법 ‘공직자의 배우자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제공받기로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제 8조 4항)’고 정하면서도 별도의 처벌 조항은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6년 시행된 청탁금지법은 변호사로부터 금품을 받고도 무죄를 선고받은 ‘벤츠 검사’ 등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 이후 탄생했다. 증명이 까다로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제재할 수 있도록 짜여졌지만 본인이 아닌 배우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공직자의 배우자까지 포함하면 처벌 대상이 되는 국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비공직자인 개인 사회생활까지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당시 법 제정 상황이었다”며 입법 배경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부인 신분으로 고가의 선물을 건네 받아도 이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국민 법감정’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권을 중심으로 공직자 배우자 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개정안이 대표 발의 된 상태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도 청탁금지법과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해서도 법령을 정확하게 보완하고 미비한 점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직무 관련성이 없는 금품 수수까지 금지하면 2016년 법 제정 당시 제기된 지적처럼 ‘배우자 개인의 독립적인 사회생활까지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반론도 거세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의 경우 입법 미비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검찰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좁게 해석해서 생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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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수심위의 ‘기소 권고’를 뒤집고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처 사례이기도 하다. 수심위는 지난 2018년 검찰 공소권 독점의 폐해를 막고 검찰의 중립성을 지키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김 여사 사건에서 수심위는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검찰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24일 수심위는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 의견 8명, 불기소 의견 7명으로 최종적으로 ‘기소’를 권고했다. 반면 같은 달 6일 최 목사 측이 배제된 채 열린 김여사 수심위는 모든 혐의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했다. 같은 사건을 두고 2차례 열린 수심위가 다른 결론을 내리면서 논란이 커졌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강제성도 없을 뿐 아니라 복잡한 사건에 대해 당일 결론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신뢰성도 담보하지 못한다”며 위원회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한편 김여사의 또다른 사법 리스크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또다시 불기소하는 방향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는 정황이 없다고 보고 무혐의 처분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12일 열린 항소심 선고에서 김 여사와 유사하게 전주 역할을 한 손 모 씨의 방조 혐의가 인정돼 1심 무죄와 달리 유죄가 선고됐다. 이 때문에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여사에게도 최소한 방조 혐의라도 적용해 기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시세 조종을 인식하고 적극 편승하려 한 손 씨와 달리 김 여사의 경우 이를 인식했다는 명확한 진술과 정황 등이 불충분하다는 것이 검찰 시각이다.
검찰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또다시 불기소 처분을 내린다면 야권을 중심으로 한 공세는 거세질 전망이다. 김 여사 특별법은 4일 국회에서 재차 부결됐으나 여권에서 최대 4표가 이탈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야권이 김건희 특검법을 재발의한다면 방어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점차 나오고 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지금까지 우리당이 민주당 특검 공세를 방어할 때의 명분과 논리는 ‘검찰 수사 결과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때 특검해야 한다’는 것인데 명품백 불기소에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도 불기소 처분하면 야당의 특검법 명분과 논리의 취약성이 보완되는 측면이 있다”며 “그러면 점점 더 방어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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