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서울시에서 돌봄노동 수요 충족을 위해 지난달 도입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사업에 체불·중도 이탈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내년 예정된 추가 인력 투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필리핀 가사관리사 98명이 서울시 169가정에서 일하고 있다.
한 달 전인 9월 3일 100명이 142가정에서 근무를 시작했는데, 그 사이 24가정이 서비스 개시 이후 중도 취소를 했고 51가정이 신규 신청해 매칭됐다.
주요 취소 사유는 변심, 시간 조정의 어려움 등이었다고 노동부는 전했다.
지난달 15일 가사관리사 2명이 근무지를 이탈해 돌아오지 않은 사건이 있었다. 이탈 사실이 알려진 후 서울시가 마련한 긴급간담회에서는 오후 10시로 설정된 숙소의 통금 제도나 이동·대기 시간에 대한 불만 등이 제기됐다.
이에 노동부와 서울시는 월급 외에 주급제, 격주급제 등을 허용하고, 체류기간도 7개월에서 최장 3년으로 연장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지난 8월에는 근무 이후 첫 급여일인 8월 20일에 지급됐어야 할 교육수당이 제때 지급되지 않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8월에 나갔어야 할 교육수당은 뒤늦게 모두 지급됐지만, 임금이 후불로 지급되기로 하면서 지난달 20일에도 2주치 교육수당만 입금됐다.
한 달째 진행되는 시범사업에 이 같은 잡음이 터져나오자, 내년 상반기에 1200명의 추가 인력 투입이 예정된 본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공연대노동조합 아이돌봄분과 소속 김연자 강원지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아이를 돌보는 데에는 깊은 공감대가 필요한데, 외국에서 오신 젊은 근로자들이 노하우 있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기존의 노동자들이 떠나지 않게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를 잘해 줘서 좋은 일자리로 정착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돌봄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혹은 더 심각한 정도로 외국인분들도 교통과 이동, 실질적인 근무 시간에 문제를 겪을 것”이라며 “본사업이 시행된 후 교통이 불편한 지방 같은 경우는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 김규찬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내국인으로는 돌봄 수요가 충족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본사업이 도입되는 일은 시간 문제”라고 전망했다.
그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서비스 취소 사유에 대해 “한국에서는 아직 돌봄 노동을 외국인이 맡는 것을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문화적인 코드와 언어적인 요소,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었다는 점 등이 잡음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이 돌봄의 경우 상당히 높은 수준의 의사소통 능력을 요구하는데, 짧은 교육으로는 한국 문화에 맞도록 업무를 수행하는 데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면서 충분한 사전 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가사 돌봄을 고용해서 이용한다는 것이 고용주로서 어떤 책임과 권리가 있는지에 대한 인식 역시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용주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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