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쫓겨나는 과학자]② 고용 안정성 낮은 외부인·비전임부터 구조조정
풀뿌리 연구 인력인 학생연구원이 사라진다. 연구인력 양성의 전진기지인 4대 과학기술원조차 ‘일자리가 없다’며 쫓겨나는 과학자 역시 적지 않다. 과학계를 떠나는 인력 이탈이 심화하면서, 연구 현장에선 우리 과학기술계의 기초 체력 저하와 생태계 황폐화를 우려한다. 연구에만 몰두해도 ‘먹고 살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정부 정책의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으로 제기되는 대목이다.
4대 과학기술원(KAIST·UNIST·GIST·DGIST)에서 연구자가 사라지고 있다. 1년 사이 1000명 가까이 연구실을 떠났는데, R&D(연구개발) 예산 삭감의 여파로 그간 몰두하던 연구 과제가 증발한 결과다. 더욱이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이들이 먼저 연구실 밖으로 내쫓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대 과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이들 기관의 연구인력 총 합계는 1만8341명으로 전년(1만9290명) 대비 4.9%(949명) 감소했다. 이는 학생연구원과 박사후연구원(포닥), 외부인력, 비전임 및 전임 교원 등 모든 그룹의 연구인력을 합친 숫자다.
4대 과기원 모두 전년 대비 연구 인력이 줄었다. GIST에서 가장 많은 인력이 감소(19.3%, 510명)했다. 이어 UNIST가 6.0%(272명) 줄었다. DGIST(1.39%, 20명)와 KAIST(1.38%, 147명)도 소폭 감소했다.
과기원 연구자들이 연구실 밖으로 내쫓긴 이유는 재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4대 과기원의 경우 학교 자체 재원과 더불어 연구실이 수주하는 R&D 과제로 인건비를 충당한다. 정부가 R&D의 비효율을 걷어낸다는 명분으로 사상 초유의 예산 감축을 결정했지만, 그 여파가 연구자들에는 사실상 구조조정으로 작용한 셈이다.
특히 연구자 구조조정의 칼바람은 ‘약한 고리’를 먼저 끊어냈다. 연구실 동료 중에서도 고용 안정성이 낮은 직군이 연구실을 더 많이 떠났다.
4대 과기원의 직군별 연구인력 증감을 살펴보면, 공동연구에 종사하는 ‘외부인’이 가장 많이 쫓겨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인은 전년 대비 398명(20.8%) 줄었다. 같은 기간 포닥은 10.1%(144명) 감소했다. 한 과기원 교수는 “포닥은 아무래도 학생보다는 인건비가 많이 나간다. 연봉이 3500만~6000만원 선”이라며 “인건비가 없으면 아무래도 먼저 내보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같은 교원이라도 전임이냐 비전임이냐에 따라 운명이 갈렸다. 비전임 교원은 전년 대비 18.9%(79명) 감소했지만, 전임 교원은 오히려 0.6%(7명) 늘어났다. 1년 사이 학생연구원도 185명(1.4%) 줄었지만, 비교적 감소율은 낮은 편이다. 학생은 교수가 마음대로 내보내기 어렵고, 비교적 인건비 부담도 적은 탓에 구조조정의 대상에서는 그나마 후순위였다는 평가다.
4대 과기원 중 GIST의 연구자가 가장 많이 줄어든 것도 연구인력 구성의 편차 때문이었다. 지난해 기준 3개 그룹(외부인+포닥+비전임교원’)이 전체 연구자 중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GIST가 35.7%로 가장 높았다. 3명 중 1명 이상이 구조조정 시 위험한 상태에 놓여있던 셈이다.
UNIST는 28.9%, DGIST 18.4%, KAIST 11.7% 순이었다. 올해 연구인력 감소 폭 순위와 정확히 일치한다. 과기원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자르기 쉬운 사람부터 먼저 자르는 것이 과학기술계라고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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