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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 나라말로 준비했다’… 유통업계, 외국인 관광객 모시기 특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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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치가 불황을 넘길 대책으로 떠오르면서 주요 유통기업들이 외국인 관광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쇼핑을 위해 잠시 머물고 가는 존재가 아니라, 한류 선순환을 이어갈 인적 자원이라 여기는 시선이 늘어난 덕분이다.

4일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100만여명을 기록했다. 이전해 320만여명보다 245% 뛰었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이다.

올해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되찾았다. 8월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156만명이었다. 2019년 8월 기록했던 158만명과 별반 다르지 않은 수치다.

지난달 서울 경복궁을 찾은 관광객들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경복궁을 찾은 관광객들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이달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10월 1일부터 7일은 중국 최대 연휴에 해당하는 국경절 기간이다. 역대 추이를 보면 매년 국경일 연휴가 낀 달에 외국인 관광객 수가 가장 많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에 중국인 약 12만명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0% 늘어난 예상치다. 2019년 국경절 연휴 기간의 85% 수준까지 올라왔다.

유통업계는 급격히 불어나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에 맞춰 관련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전에는 영어·중국어·일본어를 준비하면 외국인 관광객 대부분 응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셈법이 복잡해졌다. 여행객 국적이 이전보다 다양해진 탓이다.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동남아 국가와 중동에서 오는 이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들 국가는 한국 문화 영향력이 미주나 유럽에 비해 크다. 그만큼 해당 국가 여행객들은 한국 제품에 대한 구매 욕구도 높다.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가장 공격적으로 나서는 곳은 편의점들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전과 달리 면세점에서 지갑을 덜 여는 추세다.

반면 편의점 소비는 늘리고 있다. 본국에서도 파는 상품을 사기보다, 유튜브나 드라마에서 본 한국인들 일상을 체험하려는 시도다.

서울 마포구 CU홍대상상점에 마련된 '라면 라이브러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라면을 맛보고 있다. /뉴스1
서울 마포구 CU홍대상상점에 마련된 ‘라면 라이브러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라면을 맛보고 있다. /뉴스1

CU는 최근 해외기업 로열티마케팅과 업무협약을 맺고 폰타(ponta) 포인트를 결제 수단으로 도입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폰타 포인트는 일본과 대만, 베트남, 미국 하와이 등지에서 1억명 이상이 가입한 멤버십 서비스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지난해 외국인 결제 수단을 통한 결제 건수가 이전보다 150%가 늘었다”며 “홍대에 연 CU 라면 라이브러리 1호점 같은 경우 전체 방문객 수는 내국인이 더 많지만, 외국인 매출이 65%일 정도”라고 말했다.

GS25는 최근 다국어로 작성한 외국인 안내 홍보물을 추가 제작하기로 했다. 한국관광공사 비짓코리아 외국어 지도에는 전국 GS25 매장을 표기할 예정이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부가세를 즉시 환급해 줄 수 있도록 여권 리더기 설치 점포도 현재 440개점에서 500개점 이상으로 늘린다.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여권을 스캔하면 즉시 세금 환급을 받을 수 있는 여권 스캐너를 전 점포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은 현재 19개 나라에서 8만3000여개 점포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 편의점 프랜차이즈다. 특히 중국과 일본뿐 아니라 베트남, 태국에서 인지도가 높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틱톡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상품 발주를 넉넉히 진행하고 있다”며 “아시아권 국가 젊은 여행객들은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에서 인기 있는 상품과 귀여운 캐릭터가 새겨진 한국 교통카드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마트24는 외화환전·시내 부가세 환급·해외송금이 가능한 디지털 ATM 도입 점포를 확대할 예정이다.

백화점은 백화점대로 ‘큰손’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편의점이 선보이기 어려운 고급 뷰티 강좌나, VIP 프로그램을 앞세워 차별성을 강조했다.

롯데백화점 서울 명동본점은 지난해에 이어 올여름에도 외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씨와 K뷰티 수업을 진행했다.

에비뉴엘 잠실점 1층과 롯데월드몰 지하 1층 안내데스크에 설치된 번역기 '트랜스 토커'. /롯데백화점 제공
에비뉴엘 잠실점 1층과 롯데월드몰 지하 1층 안내데스크에 설치된 번역기 ‘트랜스 토커’. /롯데백화점 제공

동시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13개 외국어를 통역해 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베트남어·스페인어·독일어·태국어 같은 외국어도 통역을 지원한다. 외국어로 안내데스크에 설치한 LED 투명 디스플레이에 말을 걸면 해당 문장이 우리말로 바뀌어 나타나는 방식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올해 잠실점 안내데스크에 접수되는 외국인 문의가 하루 평균 700여건을 넘겨 통역 서비스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서울 압구정본점은 올여름 외국인 관광객이 수강할 수 있는 메이크업·스타일링 뷰티 강좌를 열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월 외국인 전용 멤버십을 재정비하면서 최상위 등급 SVIP를 신설했다.

김소형 데이비스앤컴퍼니 컨설턴트는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중국어권이나 일본어권이 아닌 국가에서 왔다”며 “이들에게 정확한 소통을 하고 만족스러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려면 자국어 통·번역은 기본이고, 결제 안정성과 편의성 같은 인프라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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