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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6.3%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유럽연합(EU)의 회원국 투표가 4일 드디어 치러진다. 총 27개국 중 EU의 인구 65% 이상인 15개국이 관세 부과 조치에 반대하지 않을 경우 가결된다.
만약 가결되면 기존 10%였던 관세는 11월부터 27.0~46.3%로 인상돼 5년 동안 적용된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아닌 전기차 분야에서만큼은 세계적 강국으로 우뚝 서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 중국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운명이 날이 밝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중국 경제 정보에 정통한 베이징 소식통들의 3일 전언에 따르면 현재 분위기는 중국에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친중 국가의 이미지가 상당히 강했던 프랑스, 폴란드, 이탈리아 등이 찬성 쪽으로 기운 사실이 무엇보다 뼈아프다. 중국이 올해 이들 국가의 대통령과 총리들의 방중을 초청, 지국정성으로 대접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경우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그리스를 비롯해 스페인, 포르투갈까지 프랑스 등과 행동을 같이할 것이라는 소문이 도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상황은 훨씬 더 비관적이라고 해도 좋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동차 강국이면서 EU 내에서는 영향력이 막강한 독일이 시종일관 중국 편에 서고 있다는 사실이 아닌가 싶다. 중국도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독일을 설득해 반대표 몰이에 적극 나서고도 있다. 독일 역시 중국을 위해 수면 하에서 EU의 약한 고리를 공략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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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국인 중국은 자국 자동차 업계의 사활이 걸린 만큼 자체적으로도 막바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EU와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개별 회원국들과도 접촉하면서 막판 설득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상당수 국가들에게는 독일의 행보에 동참해줄 경우 반대급부를 제공하겠다는 미끼까지 던지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관영 언론도 막후에서 자국 정부 지원을 위해 만사 제쳐놓고 나서고 있다. 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 계열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의 보도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지난달 29일 전 EU 집행위 수석 경제학자 루디 에르노트의 발언을 인용, “EU 집행위가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유럽 기업들의 발전은 더뎌진다.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시장 접근을 차단할 것이 아니라 협력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추가 관세 부과가 좋지 않은 선택이라는 사실을 EU 회원국들에 설파했다.
그럼에도 최종적으로는 역부족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해야 한다. 베이징의 경제 평론가 장웨이(張衛) 씨 역시 “EU는 중국에 어떻게든 경제적 타격을 가하겠다는 미국의 입김이 너무 세다. 상황이 중국에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분위기가 나쁘다고 분석했다.
만약 중국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상황은 정말 심각해진다. 중국도 보복을 가할 수밖에 없는 만큼 향후 중-EU의 무역전쟁이 대규모는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폭발할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이 경우 중국도 부정적인 영향을 각오해야 한다. 올해 경제 성장률 5% 안팎 달성의 목표가 물건너갔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중국 내 경제 비관론자들 사이에서 비등하는 것은 확실히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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