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일 ‘김건희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또 검찰은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이 없다며 김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 등 사건 관계자들을 전부 불기소 처분했다. 이날 저녁, 한 방송에선 김 여사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명태균씨와 국민의힘 공천 문제를 논의하는 내용이 담긴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됐다. 지난달 19일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 보도 이후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쪽은 명씨를 “허장성세가 있는 인물”로 묘사하며 공천 개입 의혹을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정황을 보여주는 증거가 공개되면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게 됐다. 야권과 시민사회에선 “김건희 특검법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쌍특검법’(김건희 특검법, 채 상병 특검법)과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3개 법안은 지난달 19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것으로,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국회에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24건이 됐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위헌·위법적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대통령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이날 오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고발 사건 관련 윤석열 대통령, 김 여사, 최재영 목사 등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최 목사의 명품 가방 선물은 “김 여사와의 우호관계 유지를 위한 것”이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 정도에 불과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해 제공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수사팀 전원의 일치된 의견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5월 명품 가방 사건 전담수사팀이 꾸려진 지 다섯달 동안 끌어왔던 검찰 수사가 무혐의로 종결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저녁, 제이티비시(JTBC)에는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떠오른 명씨와 김 여사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됐다. 국민의힘의 4월 총선 공천 발표를 앞둔 2월에 이뤄진 이 텔레그램 대화에서, 김 여사는 “경선 룰은 당원 50% 시민 50%인데 김영선 의원이 이길 방법이 없다. 5선 의원이 경선에서 떨어지면 조롱거리가 된다”는 명씨의 말에 “단수(공천)는 나 역시 좋지”라고 답했다. 김 여사는 이어 “기본 전략은 경선이 되어야 하고. 지금은 김영선 의원이 약체후보들을 만나서 설득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화는, 김영선 전 의원의 경남 김해갑 공천을 성사시키기 위해 김 여사와 접촉했던 명씨가 “여사님 저를 겪어보시고 도리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았다는 걸 아시지 않느냐. 지난 대선 때 몸이 부서져라 대통령을 도왔다”는 등 며칠에 걸쳐 9차례 메시지를 보내자 김 여사가 답변을 보내며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
방송이 공개한 김 여사의 답변은 이날치 뿐이다. 명씨는 이 방송에 ‘김 여사와 문자로 대화한 뒤 통화도 몇 차례 했다’고 말했다. 명씨는 “여사는 (통화에서) ‘나도 도와주고 싶은데 마음은, 거기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그게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런 보도가 나오자 김 여사가 명씨와 교신한 사실 자체는 부정하지 않고 대화 내용이 ‘원론적’이었다는 사실만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명씨와 김 전 의원 등 당사자들이 (의혹을) 부인하고 있고, (김 여사는) 경선이 원칙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이라고 했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에선 이날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정황을 보여주는 문자가 공개되는 등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들이 추가적으로 이어지자, “특검만이 답”이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김 여사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확실히 드러난 만큼, 김 여사 스스로 특검 수용 의사를 밝히고 특검 조사에 나와서 조사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장나래 이승준 배지현 기자 / webmaster@huffingto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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