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김건희 의혹, 최순실과 비슷…민주당 함께 나서야”
민주당 “지도부 차원서 논의된 바 없어, 각각 입장 차이”
노무현 탄핵 땐 ‘역풍’ 박근혜 땐 ‘여론 공감’…상황 달라
정치권 “민주당, 李 ‘1심 판결’ 따라 행동 달라질 가능성”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을 들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몰이’에 나서는 조국혁신당이 더불어민주당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대여 투쟁의 선명성을 통해 혁신당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민주당과 경쟁 중인 10·16 호남 재보궐선거에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혁신당의 요구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 김 여사 관련 의혹에 결정적 증거가 부재한 가운데 탄핵 공론화는 여론의 역풍을 초래할 뿐더러, 혁신당의 이슈 드라이브에 굳이 끌려가는 모양새를 연출할 필요가 없다는 관측이다.
2일 야권에 따르면 혁신당은 10·16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가운데서도 연일 윤 대통령 탄핵을 강조하고 있다. 조 대표는 전날 구청장 재선거가 이뤄지는 부산 금정구를 찾아 자신의 이름을 딴 커피 차량 ‘꾹다방’을 선보였다. 베스트 메뉴는 윤 대통령 탄핵의 의미를 담은 ‘탄핵리카노'(탄핵+아메리카노)다.
혁신당은 최근 민주당을 향해 탄핵 대열에 합류하라고 지속 압박하고 있다. 과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빌미로 민주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만큼, 김건희 여사의 이번 국정 개입 의혹이 최순실 씨와 비슷한 유형이라는 주장이다.
조 대표는 전날 라디오에서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됐지만 김건희 씨의 국정 개입, 당무 개입, 총선 개입 (의혹) 등이 차례차례 나오고 있다”며 “최순실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개입 사태를 생각해보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그것과 유형이 매우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석열·김건희 두 사람의 각종 불법 행태가 점점 드러나고 있는데, 이제 꼬리가 잡힌 것에 불과하다. 혁신당과 민주당이 손을 잡고 그 꼬리를 잡아당겨야 한다”며 “우리(혁신당)는 소수정당이니 거대 정당인 민주당에 촉구를 하며 같이 이 (탄핵) 준비를 하자고 제안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민주당에 “탄핵 결심을 해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반면 민주당은 혁신당의 탄핵 동참 요구에 사실상 ‘무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민수 대변인은 2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당의 탄핵 동참 요구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고 “혁신당의 입장이 있고, 우리 당의 입장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혁신당이 주도하는 탄핵 이슈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대통령 탄핵 관련 행사가 국회에서 실시됐지만, 민주당은 ‘일부 국회의원의 개별행위’라고 일축했다. 당내 강성으로 분류되는 강득구 의원은 지난달 27일 의원회관에서 일부 시민단체와 함께 ‘탄핵의 밤’ 행사를 주선했고, 여권으로부터 ‘헌정 질서’를 흔드는 행위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친명(친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라디오에서 “(행사 주선은) 강 의원의 개인적 행위지 민주당에서 관련된 사실은 전혀 없다”며 “강 의원이 좀 신중하게 처신해야 되는 게 아니었나 싶다”고 비판했다. 또 김윤덕 사무총장도 기자간담회에서 “당 차원에서 한 번도 탄핵 문제가 논의된 바 없다”며 “(강 의원의) 개별적 의사 표현”이라고 선을 그었다.
혁신당의 탄핵 동참 압박에도 민주당이 사실상 외면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배경에는 원내 제1당이 구체적 근거 없이 탄핵 공론화에 나설 경우, 오하려 민심의 역풍이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과거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은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시도 이후 거센 역풍을 맞고 17대 총선에 참패한 바 있다. 특히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엔 보수 진영과 중도층을 비롯한 상당수 여론의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김건희 여사도 윤석열 대통령도 의혹 수준에 머무르기 때문에 확실한 근거를 더 수집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 근거를 확보한 상태에서 (탄핵) 플랜을 짜야지 무턱대고 여론전에 나서면 우리 지지층만 모이는 대규모 집회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야당이 확보한 구체적 탄핵 사유가 없는데 섣불리 나섰다가는 노 전 대통령 탄핵 시도 이후의 역풍 상황이 재현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11월에 1심 판결이 예정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최악의 결과가 나올 경우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 때부터 민주당은 역풍을 생각할 겨를 없이, 물러날 공간 없이 이판사판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경우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전체가 장외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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