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남 녹취록’에 與 발칵…친윤·친한 계파전 우려도
尹-원내지도부 만찬에 ‘韓 패싱’ 논란…’윤한갈등설’도
당내선 “왜 야권에 공세 빌미를 주나” 한탄 섞인 목소리
나경원 “좌파의 탄핵 시나리오에 휘둘리지 말아야” 강조
김건희 여사 관련 이슈가 지속해서 터지자 국민의힘 내부에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김 여사가 연관된 의혹이 확산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당대표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달을 조짐이 감지되고 있어서다. 특히 윤 대통령이 원내지도부만을 초청한 것 역시 김 여사와 아주 관련이 없는 것도 아닌데다, 야권에 공세 빌미를 준 측면도 있는 만큼 대통령실이 원만한 당정관계를 위해 좀 더 정무적인 판단을 해줬으면 하는 당내 목소리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2일 오후 6시 35분부터 8시 50분까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파인글라스에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 여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 상임위 간사단을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들과 마주한 건 지난달 24일 한동훈 대표 등 신임 지도부 인사들과 용산 분수정원에서 만찬을 한 지 8일 만이다.
논란은 만찬이 성사되자마자 불거졌다. 이번 만찬 자리에서 ‘한동훈 대표’가 빠진 것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달 24일 열린 만찬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다 거절 당한 바 있다. 이후 재차 독대를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마주 앉은 적이 없다. 이에 당 안팎에선 이번 만찬에 한 대표가 빠진 것을 두고 윤 대통령과의 불화가 극에 달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 같은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날 만찬 직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연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한 대표가 빠진 것과 관련해 “오늘 만찬은 국정감사와 관련된 자리인 만큼 원외대표라 (한 대표가) 참석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번 국감을 잘하는 것이 한 대표와 무관한 건 아니지 않느냐. 원내 의원들, 상임위원장, 간사단, 지도부와 원내지도부도 모두 한동훈 지도부다”라고 말하며 확대 해석에 대해 선을 그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윤 대통령과 추경호 원내지도부 만찬에 대해 “예전에도 국감을 앞두고 여당 원내대표, 상임위원장이나 간사 이런 분들과 함께 대통령 만찬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런 차원이라고 보인다”며 “독대라고 하는 것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이어서 굳이 패싱을 하는 만찬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만찬은 추 원내대표가 오는 7일부터 시작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당 의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윤 대통령에게 먼저 요청해 마련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해당 만찬 논란이 야권의 공세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이번 만찬 관련 보도를 가리켜 “대통령은 언제까지 옹졸한 밴댕이 정치를 계속하실까. 영부인은 언제까지 권력서열 1위를 유지하며 민심을 무시할까”라며 “(한 대표는) 언제까지 더이상 왕따를 참지 않고 국민 뜻대로 정치를 할까”라고 현 정부·여당의 관계를 비꼬는 메시지를 게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의원은 “여태 윤한 갈등에 대해 별말을 하지 않던 민주당이 득달같이 달려드는 것 자체가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이번 만찬으로 커질 윤한 갈등으로 덮으려는 것”이라며 “애초에 이런 공세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비밀리에 하던지, 아니면 한 대표를 같이 불러서 하던지 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만찬을 요청한 원내지도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갈등을 겪고 있다는 건 여의도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데 굳이 이 타이밍에 한 대표를 뺀 만찬에 참석한다는 것 자체가 야권의 먹잇감이 되기 딱 좋은 것 아니냐”라며 “지금 이 시점에 한 대표를 고립시키려는 뉘앙스까지 풍겨가면서 굳이 만찬을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만찬뿐 아니라 최근 터지는 이슈들이 김 여사와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일 국회 브리핑에서 이날 만찬 관련 보도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내면서 “대통령과의 독대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한 대표를 쏙 빼고 만찬을 진행하겠다는게 한 대표가 재의결 표결 시 투표권이 없는 원외 인사여서 그런 것이냐. 아니면 김건희 특검과 해병대원 특검에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그런 것이냐”라고 꼬집었다.
특히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시 후보였던 한 대표를 겨냥한 공격을 유튜버에게 요청했다는 의혹이 담긴 녹취록이 터지면서 ‘김 여사’ 관련 이슈가 당내 계파 갈등으로 확산될 조짐까지 감지되고 있다. 앞서 특정 성향 유튜브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김 전 선임행정관은 전당대회 전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 이번에 잘 기획해서 (한 후보를) 치면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표와 친한(親韓)계 인사들은 즉시 김 전 행정관을 규탄하며 이번 사태가 조직적으로 계획된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친한계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채널A 유튜브 ‘정치시그널’에 나와 “진영을 팔아먹은 행위가 단독범행이었는지, ‘조직 플레이’였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김 전 선임행정관이 단독으로 하기에는 정황상 어렵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친윤계는 공식적으로 반발하진 않았지만 김 전 행정관의 녹취가 ‘개인의 일탈’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펼치며 친한계와 대척점에 서는 모습을 보였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한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실·김 여사의 김 전 행정관 배후설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내가 아는 한 여사와도 관계는 없다. 이런 이슈에 괜히 흔들려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선 중진인 나경원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 좌파들은 기승전 탄핵을 위해 총공격하고 있다. 주말 시위, 집회는 물론이고, 탄핵을 위해 김건희 여사 특검, 공천 개입 등을 계속 던지고 있다”며 “김영선 전 의원 공천개입 문제가 유야무야되자 김 전 행정관과 서울의소리 녹취록이 공개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의 탄핵 시나리오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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