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등장했던 ‘나체 트럼프’ 동상이 올해 대선을 2개월 앞둔 상황에서 다시 등장했다. 이번에는 무려 13m 높이로 세워져 공화당원들의 눈총을 샀다.
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쯤 라스베이거스의 15번 주간 고속도로 옆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공화당 대선후보)가 발가벗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 조형물이 크레인에 걸린 채 세워졌다.
조형물은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로부터 불과 40km 떨어진 거리에 설치됐다.
높이 약 32피트(약 13.1m)짜리 조형물은 주말 사이 설치돼 인근을 지나는 행인들 수천명이 발걸음을 멈추고 이를 구경했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이 소식은 공화당원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미국 네바다주 공화당은 성명을 내고 “가족들은 라스베이거스를 지나는 동안 충격적인 가치를 위해 의도적으로 고안된 이 공격적인 마리오네트를 보아야 한다”며 “개탄스럽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극우 성향의 인플루언서 이안 마일스 청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 조형물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우익 진형의 음모론자 캐터드(필립 뷰캐넌) 역시 “정치적 폭력”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조형물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제작자는 익명으로 미국 대중문화 전문지 ‘더랩'(The Wrap)에 “정치인의 투명성, 취약성 공적 인격을 대담하고 의도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현재 13m짜리 조형물은 크레인과 함께 사라진 상태다. 제작자들은 영구 철거가 아니며,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는 ‘투어’를 진행하기 위해 임시로 철거했다고 전했다.
‘나체 트럼프’를 묘사한 조형물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과 맞붙었던 지난 2016년 대선 직전에도 트럼프 나체상이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 로스엔젤레스, 시애틀, 오하이오 등 주요도시 5곳에 세워지기도 했다.
당시 나체상은 특유의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트럼프가 불룩한 자신의 배에 두손을 곱게 모으고 서 있는 모습을 점토와 실리콘으로 묘사한 것이었다. 당시 각 시 당국이 트럼프 나체상을 불법 설치물로 규정하면서 5개 조형물은 모두 하루만에 철거됐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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