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봉 참빛그룹 회장이자 서울예술학원 이사장이 별세했다. 향년 83세. 이 회장은 학교 폭력으로 아들을 먼저 떠나보냈으나 가해 학생을 용서하고, 수많은 학생들을 돕는 등 끊임없이 나눔을 몸소 실천한 인물이기도 하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대봉 참빛그룹 회장이 지난 1일 밤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차려졌으며, 장지는 경남 합천군 대병면 선영이다. 발인은 오는 5일 오전 5시 엄수된다.
1941년 경상남도 합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학업을 중단할 정도로 가난한 유년 시절을 이겨내고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다. 신문 배달, 부두 하역, 고물장사 등을 통해 어렵게 모은 돈으로 1975년 동아항공화물을 세웠고, 이후 건설·관광·레저 등 분야에 14개 계열사를 둔 그룹사를 일궈냈다.
그러나 고인은 1987년 서울예고 재학 중이던 막내아들 이대웅 군을 학교 폭력으로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당시 그는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격노했으나,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을 실천하겠다는 일념으로 생각을 바꿔 가해자 구명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21년 EBS ‘인생 이야기 파란만장’에 출연해 아들의 죽음을 언급하며 “그 원통함은 말로할 수 없지만 끝까지 선하게 원수를 사랑하라는 계명을 지키기로 했다. 선생님들께도 ‘여러분은 책임이 없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직접 가해 학생의 구명운동에 나선 것에 대해서는 “경력 20년 검사가 자기 자식을 패서 죽인 사람을 용서한 사람은 세계에서도 없다고 하더라”면서도 “가해 학생을 용서한 걸 후회한 적은 없다. 서로서로 용서하면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정”이라고 고백했다.
사랑하던 아들의 죽음은 그가 교육사업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고인은 아들이 떠난 이듬해인 1988년 이대웅음악장학회를 설립해 학생들 후원에 나섰고, 지난해까지 35년간 후원받은 학생은 3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에는 아들의 모교가 부실 경영난에 빠지자 서울예술고등학교·예원학교 재단인 서울예술학원을 인수해 정상화하고 교육사업을 영위했다. 그는 지난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들 미쳤다고 했다. 아들을 죽인 원수의 학교에 왜 돈을 투자하느냐고. 그런데 저는 내 아들의 꿈이 자라던 학교라 그냥 문 닫게 놔둘 수가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예고 개교 70주년을 맞아 ‘서울아트센터’를 설립했으며, 고인은 범위를 넓혀 중국의 독립운동가 후손과 베트남 소수민족 학생에게도 학비를 지원했다. 이후 그 공로를 인정받아 베트남 정부로부터 2011년 보국훈장, 2012 정부 보훈 훈장 등을 받았다.
서은혜 에디터 / huff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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