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년여 NCG, 3차례 회의로
공동지침 마련…韓 전략사 출범
구체적 성과 도출은 이제부터
“국민적·국가적 합의부터 마련해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워싱턴 선언’에 따라 신설된 한미 핵협의그룹(NCG)이 출범 1년여를 맞은 가운데 관련 성과 및 보완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미 정상이 3차례의 NCG 회의 끝에 도출된 ‘한반도 핵억제 및 핵작전 지침(이하 공동지침)’을 승인한 데 이어, 관련 실무를 담당할 우리 전략사령부까지 발족함에 따라 ‘확장억제 2.0’의 뼈대가 완성됐다는 평가다.
핵자산을 관장하는 미 전략사와 최첨단 재래식 전력을 동원할 수 있는 우리 전략사가 본격적 협의를 이어갈 예정인 만큼, 내실 있는 콘텐츠 마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함형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최근 최종현학술원이 ‘한미 NCG 출범 후 1년 그리고 그 후’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1년 간의 NCG 성과는 공동지침으로 축약됐다고 할 수 있다”며 “공동지침은 ‘한국 재래식 전력과 미국 핵전력을 통합(CNI)’하는 태세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포괄적 지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동맹국과 CNI 협력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첫 번째 사례”라며 “미지의 영역이고 앞으로 한미가 어떻게 발전시킬지 굉장히 주목되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일찍이 미국은 지난 2018년 핵태세검토서(NPR)를 통해 CNI 개념을 공식화한 바 있지만, 한미 차원의 CNI는 양국 협의에 따라 다른 특성을 가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함 책임연구위원은 “지난 7월 한미가 CNI 관련 첫 번째 도상훈련(TTX)을 벌이며 첫 단추를 끼웠다”면서도 “CNI를 어떻게 발전시킬지는 사실 고민되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어떤 조건, 어떤 상황에서
北 정권종말 결심하고
美 협력 요구할지 논의해야”
CNI 발전 방안과 관련해선 △정치권의 명확한 목표 설정 △중국 등 주변국 관계를 고려한 접근 △기획부터 훈련에 이르는 전 영역에서의 통합 노력 등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함 책임연구위원은 “위협 상황에 대해 우리 정치권이 분명한 목표를 제시해야 된다”며 “정치적으로 달성할 목표를 제시하면, 거기에 따라 군사적 옵션을 발전시키는 것이 전통적 원칙”이라고 말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측은 인명 피해가 아주 적더라도 한국 내 핵폭발에 대해 (북한) 정권종말로 가겠다는 입장”이라며 “립서비스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미국 측은 되레 ‘한국이 정말 끝까지 갈 수 있느냐’ ‘어느 정도까지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느냐’고 되묻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미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핵사용 시 북한 정권 종말”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발신해 왔다. 하지만 지난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영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외과수술식 타격’ 구상을 한국 정부가 반대했던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 연구위원은 “국민적·국가적 합의나 방향성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으면, 되레 우리 때문에 (핵사용 시 북한) 정권종말로 못 가는 상황이 충분히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함 책임연구위원은 “어떤 조건, 어떤 상황에서 우리가 그(북한 정권종말) 결심을 하고 미국 측에 협력을 요구할지, 이런 주제를 전문가 커뮤니티가 더 집중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美 관심사는 中과의 전략경쟁
CNI도 영향 받을 수밖에 없어
때로는 메시지 관리 노력해야”
일각에선 CNI 이행 방안 마련 등 확장억제 실효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군사적 관점에만 함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반도 정세 관리를 위해선 중국·러시아 등과의 관계를 원만히 가져갈 필요가 있는 만큼, 외교적 맥락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함 책임연구위원은 “미국의 관심은 (북한이 아닌) 중국과의 전략경쟁, 그리고 러시아에 대한 위협 관리 등 ‘제3자 억제'”라며 “미국의 글로벌 전략 환경에 맞춰 CNI 발전 노력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러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우리가 때로는 ‘로우키(low-key)’로 메시지 관리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무자, 정치적 중립 준수해야
정권 바뀐다고 대통령직 인수위에
뛰어가지 말고 자리 잘 지켜야”
무엇보다 확장억제 2.0의 뼈대가 완성된 만큼, 향후 안정적·장기적 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황용수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재 성공이냐 실패냐를 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서로 얼마나 신뢰하고 리스크를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꾸준한 협의가 필요하다. 이제까진 정책과 정치를 하시는 분들이 했다면, 앞으로는 실제 안보 현안을 다루시는 분들의 체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가장 큰 불확실성인 핵무기 사용은 결국 미국 대통령의 결심에 달린 것”이라면서도 “최종 결정에 앞서 시나리오를 얼마나 잘 준비했는지에 초점을 맞춰, 1~2년 후 차근차근 살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실무자들이 바뀌어선 안 된다”며 “미국과 대화를 하고 정책을 이해하는 데 몇 년이 걸린다. 실무자들이 정치적 중립을 잘 지키고, 정권이 바뀐다고 (대통령직) 인수위에 뛰어가지 말고 자리를 잘 지켜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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