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년이나 지체된 참사의 진상규명은 이제 시작”이라며 ‘이태원 참사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에 참사의 진상조사를 위한 조사신청을 접수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2일 오후 서울 중구 특조위 진상규명 조사신청 접수처에 9개 항목의 진상규명 과제가 담긴 진상조사 신청서를 접수했다. 특조위가 진상조사 조사신청을 받기로 한 첫 날 접수된 1호 진상조사 신청이다.
유가족들의 신청서에는 △희생자 159명이 가족들에게 인계되기까지의 행적, △2022년 핼러윈 데이 인파 밀집에 대한 예견 및 대책 현황과 문제점, △대통령실 이전이 참사 대응 관련 각 기관에 미친 영향, △참사 전날 및 당일의 위험 신고에 대한 대응 및 전파의 적절성, △참사 당일 현장에 배치된 경찰 운용의 문제점, △참사 당일 구급 활동 및 대응의 문제점, △참사 당일 현장에 배치된 각 기관별 인원 및 역할의 적절성, △피해자 지원 체계 및 내용의 문제점,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모욕·명예훼손·혐오·2차 가해 등의 내용이 담겼다.
송기춘 특조위 위원장은 유가족들의 신청서를 직접 수령한 뒤 별도로 마련된 간담회 자리에서 “참사를 겪고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굉장히 많은 아픔을 가지고 싸워왔는데 저희들이(특조위가) 그 억울함이 없고 또 아픔을 잘 이겨내실 수 있도록 도움이 되어드리겠다”며 “(희생자들이) 어떻게 사망했는지, 왜 이렇게 부당한 공격들이 있는지 이런 부분들을 잘 해명을 하고 풀 수 있도록 해서 앞으로 대한민국의 어떤 안전관리 시스템이나 자유롭고 안전한 세상이 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저희가 여태껏 이렇게 많은 시간을 흘려보내면서 힘들게 온 것은(이유는) 딱 하나다. 우리 아이들의 명예를 회복해 주기 위한 마음으로 지금 여기까지 달려온 것”이라며 “아이들이 이제는 좀 더 편안하게 많은 사람들로부터 ‘그래, 너희들이 잘못이 아니야’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지난달 30일 선고 판결 중 판사가 분명히 말했다. ‘이것은(이태원 참사는) 정부의 부재로 발생한 인재’라고 확실하게 그렇게 정의를 내렸다”며 “그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많은 위로가 되었지만 좀 더 명확하게 사실 관계를 조사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특조위는 지난달 23일 제1차 전원위원회 회의에서 이날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조사신청 접수를 받기로 했다. 특별법에 따라 참사 유가족은 물론 참사로 신체적·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은 사람, 긴급구조 및 수습에 참여한 사람, 인근에서 사업장을 운영하거나 근로 활동을 하고 있던 사람 등은 진상규명 조사신청을 할 수 있다.
유가족들은 1호 진상규명 조사신청에 앞서 특조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30일 나온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이 위원장은 “원통하고, 억울한 마음에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 아무리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싶어도 이건 아니지 않나. 절대 받아들일 수가 없다”며 “애당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결과이다. 믿고 신뢰할 수 없었던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수사와 검찰 수사의 민낯을 확인한 결과”라고 성토했다.
그는 “(용산구청장) 박희영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재판장은 ‘죄를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지만 우리 유가족이 볼 때는 그 근거가 차고도 넘친다”면서 “검찰은 도대체 어떤 근거로 징역 7년을 구형했나. 재판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던 그 근거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징역 7년을 구형했다는 것 아닌가. 검찰의 역할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제 법정에서의 그 절망스러운 순간에는 정말 숨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란 것과 또 다른 희망의 불씨가 살아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참고 견디면서 싸워 나갈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힘을 보태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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