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맞서기 위해 추진하는 2조7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회사, 주주, 임직원, 협력업체를 지키고 지역사회, 국민 여러분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진심을 담은 간절한 결정이다”고 말했다.
최윤범 회장은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로 초래된 자본시장의 혼란과 회사의 비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신속하게 수습하고자 결정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그는 “정부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추진 중인 정책에 부합하는 밸류업 전략을 통해 고려아연의 장기적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최 회장이 영풍·MBK 연합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맞서며 공식 석상에 나와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오는 4일부터 23일까지 1주당 83만원에 320여만주의 자사주를 공개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2조6600여억원 규모다.
최윤범 회장은 “고려아연과 함께 사모펀드 베인캐피털도 공개매수에 공동 참여하기로 했다”며 “베인패키털은 고려아연 경영이나 이사회에 관여하지 않는 순수 재무적 투자자(FI)다”고 설명했다. 베인캐피털은 이번 공동 공개매수에 4300억원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고려아연 발행주식 수의 2.5%에 해당하는 51만7582여주를 취득할 계획이다.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털의 합산 공개매수 규모는 전체 발행 주식의 18%인 372만6591주다. 전체 금액은 3조1000억원 규모다.
최윤범 회장은 “고려아연 이사회와 경영진들이 현재 상황과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많은 고민과 토론을 거친 결과다”며 “베인캐피털은 고려아연 현 경영진이 추진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등 미래 사업 방향에 대해 굳건한 신뢰와 적극적인 지지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이번 자사주 매입 이후 전량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 고려아연이 취득하는 자사주는 향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전량 소각해 주주가치를 확고히 높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풍·MBK 연합이 법원에 두 차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잘못된 주장으로 시장 혼란을 초래하는 행위다”며 “주주 여러분들은 이러한 잘못된 주장에 현혹되지 마시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최 회장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수많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대표적으로 공개매수 기간 중 회사가 적대적 공개매수에 대해 경영권 방어를 하거나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거나 자사주를 취득하면 배임이라거나 시세 조정이라는 등 주장은 이미 법원의 재판 단계에서 모두 나온 주장이지만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허구의 주장이다”고 강조했다.
최윤범 회장은 영풍·MBK 연합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대해 약탈적 인수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기간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는 “MBK가 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결국 고려아연을 중국 기업이든 누구든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매수인에게 매각할 것이다”며 “이러한 결과를 방지해 비철 제련 세계 1위의 토종 기업으로서 이차전지 공급망에서 니켈 등 핵심 원소재를 생산하는 국가기간산업을 지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2일 영풍 측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항공개매수와 자사주 매입을 동시에 할 수 있게 됐다.
법원 판결 직후 영풍은 즉각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목적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며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행보에 재차 제동을 걸었다.
여기에 고려아연이 이날 이사회를 통해 자사주 매입 결정을 내리자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에 찬성 결의한 고려아연 이사진을 형사 고소하며 즉각 대응에 나섰다.
형사 고소와 관련해 최 회장은 “고발 하는 건 자유지만 우리도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최 회장은 영풍과 대화 의지를 보이며 화해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윤범 회장은 “장형진 영풍 고문과 그간 오해를 해소하고 고려아연의 협력적 관계 회복 등 두 회사가 직면한 제반 사항들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허심탄회하게 상의 드리고 원만한 해결 방안을 찾고 싶다는 점을 진심으로 제안드린다”며 “제 생각일 뿐이지만 분명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보면 서로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솔루션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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