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영과 다이소가 주도하는 화장품 유통 시장에 편의점이 승부수를 띄웠다. 편의점 4사(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는 브랜드와 협업해 제품 성분은 그대로 하되, 용량을 줄여 1만원 이하 가격대에 판매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24시간 영업 등 편의점의 장점을 살려 틈새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들은 잇따라 가성비 뷰티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GS25는 브랜드 아크네스의 올인원 로션을 9000원대에 선보였다. CU도 브랜드 엔젤루카와 협업해 물광팩·세럼·보습 크림 등 신제품 3종을 3000원대에 내놨다. 이마트24도 브랜드 플루와 손잡고 에센스·바디스크럽·클렌징폼 등 제품 3종을 7900원에 출시했다. 세븐일레븐은 브랜드 마녀공장과 함께 소용량 클렌징 제품을 선보였다. 브랜드 제품과 성분은 같지만 용량을 줄여 가격만 낮췄다. 세븐일레븐은 자체브랜드(PB) 상품 출시도 검토 중이다.
편의점이 뷰티 시장에 힘을 싣는 건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CU의 연간 화장품 매출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22년 24%, 지난해 28.3%로 두 자릿수 성장세다. 올해 1~9월까지 매출도 지난해 동기 대비 14.7% 증가했다. 이마트24도 마찬가지다. 2022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 증가했고, 지난해엔 36%에 달했다. 올해 1~8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편의점은 ‘착한 가격’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다이소의 가성비 전략이 먹힌다는 걸 인지한 것과 동시에 주 소비층인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의 화장품 구매 수요를 반영한 것이다. 편의점 화장품의 10대 매출 비중은 42.3%다. 20대는 32.3%를 차지한다. 두 연령대를 합하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최진웅(43)씨는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면 품절 품목이 되는 건 시간 문제”라며 “다이소 화장품이 유명해진 것도 학생들의 SNS(소셜미디어)와 입소문 덕분이었다”고 했다.
아울러 편의점 업계는 24시간 영업과 전국 점포 수로 승부를 볼 계획이다. 편의점 4사의 전국 점포 수는 합하면 5만5000여 개다. 이는 CJ올리브영·다이소의 점포 수 합계보다 18배 많은 규모다. 올해 2분기 올리브영의 전국 점포 수는 1354개다. 다이소의 전국 점포 수는 약 1500개다. 이들 모두 정해진 시간에 문을 열고 문을 닫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색조 화장품보다 기초 화장품·클렌징 제품에 초점을 맞춰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색조 화장품의 경우 테스트 장소를 따로 마련해야 하는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제품과 같은 성분으로 만든 기초 화장품을 중심으로 제품을 출시해 현장 테스트를 하지 않아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초 화장품은 충성 고객들이 특히 많다”며 “중장기적으로 보면 재구매율을 높일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인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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