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계장관회의, 중기부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방안
정부가 현재 11조원 수준인 국내 벤처투자 규모를 2027년까지 16조원까지 끌어올린다. 이를 위해 글로벌 투자유치 규모를 지난해 2000억원에서 2027년 1조원까지 늘리고, 금융권과 산업자본의 국내 벤처투자 시장 참여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글로벌 금융허브 싱가포르에 한국 투자를 위한 거점펀드를 조성하고, 정책목적 벤처펀드의 위험도를 높게 평가하던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는 현행 400%에서 100%로 낮춰 금융기관의 벤처펀드 출자 부담을 줄여주는 내용을 담았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스타트업이 글로벌 혁신 경쟁의 주축으로 부상한 것은 이미 전 세계가 인정하고 주목하는 흐름”이라며 “정부는 우리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당당히 경쟁 우위를 선점할 수 있도록 세계 최고 수준의 역동적인 벤처투자 생태계를 조성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한국벤처투자(KVIC)를 통해 싱가포르에 ‘VCC(가변자본기업)’를 설립하기로 했다. VCC는 싱가포르가 도입한 독특한 기업 구조로, 펀드를 조성한 뒤 여러 개의 하위 펀드로 쪼개서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비교적 자유롭게 펀드를 운용할 수 있고 회계 비공개 등 매력이 크지만 라이선스 취득이 까다롭다.
이에 한국벤처투자가 ‘(가칭)K-VCC’를 설립, 일종의 모펀드를 조성하고 국내외 벤처캐피탈(VC)들에게 하위펀드를 운용케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느꼈던 글로벌 VC(벤처캐피탈)들이 한국에 쉽게 투자할 수 있게 통로를 열어주는 셈이다. 중기부는 K-VCC를 통해 2027년까지 2억달러(2600억원) 이상의 펀드를 조성, 해외 자본을 국내로 유입한다는 계획이다.
모태펀드가 출자한 글로벌펀드는 올해 12조원인 것을 매년 1조원씩 추가 조성해 2027년 15조원까지 늘린다. 해외 VC들의 국내 유치를 위해 2025년 서울·부산에 개소 예정인 글로벌창업허브 입주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달러 기반의 벤처펀드 운용도 허용할 예정이다.
벤처투자자 다양화에도 나선다. 먼저 금융기관의 출자 확대를 위해 정책목적 벤처펀드의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를 현행 400%에서 100%로 하향하기로 했다. RWA는 금융기관의 안정적 자기자본 관리를 위해 모험투자 자본에 일정 비율을 가중해 계산하는 회계 방식이다.
산업자본의 투자 유입을 위해서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에 투자까지 하는 경우 모태펀드가 20억원 한도로 매칭 투자하는 ‘밸류업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상생협력기금을 활용한 벤처투자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상생협력 모펀드’를 조성하고, CVC(기업형 벤처캐피탈)에 대한 외부자금 모집 및 해외투자 규제 완화도 지속할 예정이다.
벤처펀드 출자 경험이 없는 연기금 등을 위해서는 ‘LP 첫걸음 펀드’도 신설한다. 벤처펀드 최초 출자에 모태펀드가 1대1로 매칭하고 우선손실충당, 풋옵션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싱가포르 VCC 관련 “해외 자본들은 한국 스타트업에 매력을 느껴도 낯선 한국의 벤처펀드에 직접 출자하는 데는 소극적”이라며 “다양한 혜택이 있는 싱가포르의 K-VCC에는 적극적으로 출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봉덕 중기부 벤처정책관은 RWA에 대해 “바젤3 협정 문구에도 가중위험치를 조정할 수 있다는 예외사항이 있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펀드 조성에 기여하는 특정 조건인 경우 제한적으로 RWA를 낮추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중기부는 비수도권·창업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안정적 투자자금을 공급하고 VC의 투자 자율성 관련 규제를 글로벌 표준 수준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금융권과 산업자본의 국내 벤처투자 시장 참여를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퇴직연금의 벤처투자 참여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의견 수렴 등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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