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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LOVE, 페어런츠②] 10가지 하지 말아야 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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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처음이다. 그래서 서툴고 실수가 많다. 세상에 태어난 아이도,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도 그리고 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우리 사회가 그렇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일상의 사소한 말과 행동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고 아동학대로까지 확대되는 사회를 만들어서는 안된다. ‘아이 LOVE, 페어런츠’, 아이를 사랑하고, 부모를 사랑하고, 아이와 부모가 사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시작해야 할 첫걸음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박소현(여/30대/잠실/가명) 독자님은 ‘아동학대’라는 단어를 듣고 이 같은 그림을 그렸다. 어린시절 사촌오빠와 단둘이 집에서 놀다가 불이 났던 기억을 그린 것인데, 집에 돌아온 엄마가 검정 재가 묻은 신발을 보며 짜증을 내는 모습에 너무 가슴이 아팠다는 게 그의 말이다. / 그림=박소현
박소현(여/30대/잠실/가명) 독자님은 ‘아동학대’라는 단어를 듣고 이 같은 그림을 그렸다. 어린시절 사촌오빠와 단둘이 집에서 놀다가 불이 났던 기억을 그린 것인데, 집에 돌아온 엄마가 검정 재가 묻은 신발을 보며 짜증을 내는 모습에 너무 가슴이 아팠다는 게 그의 말이다. / 그림=박소현

시사위크=연미선·김두완·권정두 기자  아동에게 신체적 폭력을 행하거나 방임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을 두고 사람들은 ‘아동학대’라고 인지한다. 그렇다면 정서적 학대, 특히 언어폭력은 어떨까.

정서적 학대는 아동학대의 네 가지 분류에 포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그 심각성이 간과되곤 한다. 물리적인 학대와 달리 가시적인 후유증이 즉시 드러나지 않고, 훈육과의 경계도 상대적으로 모호한 편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언어폭력이 아동의 자아에 대한 인식을 부정적으로 바꾸고, 이로 인한 무력함이 성인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 부모에게 들은 말, 자녀에게 하는 말

“넌 대체 누구를 닮아서 그러니?” “너 때문에 못 살겠다” “커서 뭐가 되려고 이래?”
한 번쯤은 화가 난 부모님에게서 들어봤거나, 몇 번을 타일러도 제멋대로 행동하는 자녀에게 해본 말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런 말들을 얼마나 듣고, 혹은 하고 있을까.

‘시사위크’는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진행한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아이에게 상처가 되는 50가지 말에 대한 응답을 얻을 수 있었다. 자녀가 있는 경우 해당 말을 아이에게 해본 적이 있는지, 자녀가 없는 경우 어린 시절 들어본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 중 10가지 말은 세이브더칠드런에서 ‘대체어가 없는, 하면 안 되는 말’로 권고되고 있다.

‘10가지 하지 말아야 할 말’ 중에서는 ‘넌 대체 누굴 닮아서 그러니?’가 22.9%로 가장 많은 응답을 얻었다. 다음으로는 △너 때문에 못 살겠어(20.7%) △누나‧오빠답게 행동해(20.0%) 등의 순으로 응답이 나타났다.

자녀 유무를 구분했을 때도 이 말들은 모두 3순위 안에 들었다. 세부적으로 자녀가 있는 경우 ‘너 때문에 못 살겠어’라는 말을 실제로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없는 경우 ‘넌 대체 누굴 닮아서 그러니?’를 가장 많이 들어본 것으로 집계됐다.

4위에는 ‘아빠/엄마처럼 살면 안 돼(12.1%)’가 올랐다. 그 뒤를 △커서 뭐가 되려고 이래(9.3%) △공부 안 하면 저 사람처럼 되는 거야(8.6%) △잘났어, 정말(7.1%) △사내자식이 약해빠져가지고(5.7%) △공부도 못하는 게(3.6%) △절대 남한테 지면 안 돼(2.1%) 등의 응답이 뒤따랐다.

‘10가지 하지 말아야 할 말’ 중에서는 ‘넌 대체 누굴 닮아서 그러니?’가 22.9%로 가장 많은 응답을 얻었다. 해당 10가지 말은 세이브더칠드런에서 ‘대체어가 없는, 하면 안 되는 말’로 권고되고 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10가지 하지 말아야 할 말’ 중에서는 ‘넌 대체 누굴 닮아서 그러니?’가 22.9%로 가장 많은 응답을 얻었다. 해당 10가지 말은 세이브더칠드런에서 ‘대체어가 없는, 하면 안 되는 말’로 권고되고 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 왜 하면 안 되나요?

그렇다면 앞선 10가지 말들을 아동에게 하는 사람은 모두 학대 행위자로 봐야 할까.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다. 이 말들이 아동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모 교육을 진행하면서 현재 관계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임주리 마인드가드너 심리코칭센터 대표는 “‘넌 대체 누굴 닮아서 이래’를 듣는 아이는 ‘내가 문제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자기 비하에 이르게 될 수 있다”면서 “특히 스스로가 완벽해져야 이런 말을 듣지 않고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의심도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너 때문에 못 살겠다’도 마찬가지로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말”이라면서 “죄책감이 내가 한 행동이나 말이 나빠서 느끼는 것이라면, 수치심은 내 존재 자체에 관한 말이고, 이 말을 들을 때 아이들은 죄책감을 넘어 수치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비슷하게는 주로 무시하는 억양과 함께 무언가를 요구할 만한 자격이 없음을 내포하는 ‘공부도 못하는 게’와 아이를 향해 비아냥거리는 ‘잘났어, 정말’이 있다.

실제로 한 연구보고서에서는 “적대적‧거부적인 언어폭력을 반복적으로 겪은 아동의 경우 쉽게 거부를 지각하고, 그에 대해 과도하게 반응하는 거부 민감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됐다”면서 “또한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 자기개념을 형성하는 데 기여해 스트레스 상황에서 다양한 정서 조절 및 대처 능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빠/엄마처럼 살면 안 돼’와 같이 배우자를 험담하는 행위가 가진 부정적 영향도 강조됐다. 임 대표는 “아이에게 아빠와 엄마는 각각 ‘내 안의 절반’이고 이들은 아이가 세상을 배우는 통로”라면서 “이때 아이는 스스로 공격받는다고 생각하면서도, 부모를 통해 어그러진 세상을 인지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나’라면 어떤 말을 듣고 싶을까

언어폭력과 관련된 연구보고서에서는 “정서적 학대는 차별‧편애‧모욕 등이나 아동에게 위협적인 말‧욕설‧표정 등 아동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행위를 아우른다고 할 수 있다”면서 “국내서도 아동을 원망하거나 아동에 대해 위협적이고, 경멸하거나 거부적‧적대적인 언어 사용 등이 언어폭력을 통한 정서적 학대 행위로 규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앞서 살펴본 10가지 말들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할 것인지는 다소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측에서는 이를 두고 아동학대 예방 자료로는 사용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문장들을 학대 예시로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서적 학대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주리 대표는 “체벌이 과거에 당연시 여겨졌다가 지금은 신체적 학대로 인정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면서 “성인으로서 이런 말을 들었을 때도 우리는 수치스럽다고 느끼는 데 아이라고 이런 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 듣는 사람이 상처가 된다면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스스로뿐만 아니라 주변인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긍정적이고 응원이 담긴 말이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스스로뿐만 아니라 주변인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긍정적이고 응원이 담긴 말이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주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영국 자선단체 ‘Words Matter’는 지난해 여름 1,000여명의 아동(11~17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통해 41%의 아이들이 어른들로부터 비난‧모욕 등 상처 주는 말을 경험한다고 밝혔다. 아이들이 가장 상처받았다고 응답한 말은 ‘넌 쓸모없어(59%)’였다. 다음으로 △넌 멍청해(56%)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구나(52%) △넌 가치 없어(48%) △네가 부끄럽다(48%) 등의 응답이 나타났다.

특히 절반이 넘는 아이들(55%)은 어른들이 일부러 상처 주는 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슬픔(66%) △자신감 하락(65%) △우울(53%) 등의 기분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스스로에 대한 의심(46%) △불안함(46%) △수치스러움(45%) 등의 응답이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런던대학교(UCL) 심리언어과학부 학장을 맡고 있는 피터 포나기(Peter Fonagy) 교수는 “아이들에 대한 언어폭력이 만연한 상황”이라면서 “이는 간과되지 않고 제대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아이들이 자라면서 듣는 말은 스스로 및 주변인들과 강하고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하다”면서 “모든 아이에겐 긍정적이고 응원이 담긴 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부모도 사람이기 때문에 여러 차례 말해도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화가 나는 경우가 발생한다. 때로는 엄격하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아이를 비난하거나 거부하는 말은 하면 안 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임주리 대표는 “어른도 반복해서 말을 듣고 훈련한다고 해서 다 되지 않는다”면서 “아이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똑같은 상황에서 나라면 어떤 말을 듣고 싶은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처음에는 어려워도 나중에는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그래 알고 있네’ ‘이렇게 해줄 거지’로 차분하게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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