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30일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를 신설하고 의대 정원 증원 논의 과정에서 의료계 입장을 청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여야의정 협의체 ‘패싱’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자 협의체 구성에 앞장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측에선 이를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3주간 크게 진전이 없는 협의체 구성이 성과없이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vs 여야의정 협의체
의정갈등 해소를 위해 띄워진 ‘여야의정 협의체’가 3주째 출범일도 정하지 못한 채 멈춰있는 모양새다. 당초 ‘추석 전’을 기한으로 삼았던 한 대표의 바람과는 달리 추석 연휴가 끝난 지 2주가 다 되어가는 상황에서도 닻조차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가 ‘2025년 의대 증원 재검토’ 찬・반으로 나뉘어 강경한 태도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의정갈등의 ‘중재자’로 대화의 장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상세한 노력의 내용들을 공개하는 건 적절치 않지만 각각의 주체들이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국민만 생각하고 보다 유연하고 포용적인 입장으로 출범에 나서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이날 한 대표의 발언이 끝난 직후 국민의힘 일부 지도부가 최근 정부 측에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관계자는 “한 대표가 의정갈등 해법으로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표류하고 있자 정부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를 출범시킨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지난 29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여야의정 협의체 ‘패싱’ 논란이 나왔다. 정부는 ‘의료인력 추계 기구’를 중심으로, 당은 ‘여야의정 협의체’를 중심으로 의대 정원을 논의한다는 것이 ‘비효율’인데다, 추계기구 구성으로 정부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석해 논의할 필요성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여야의정이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다른 추계기구를 만들겠다’라고 하면 이걸(협의체) 무력화시키고 정부가 여기서(추계기구) 따로 하던 대로 하겠다는 거구나, 이런 오해를 살 수가 있다”며 “적절한 방식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야의정 협의체 ‘패싱’ 논란에 대해 “모든 것을 ‘사극식’으로 해석하진 말라”며 “여러 시도를 하는 건 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여야의정협의체가 해결의 창구인 것”이라며 “그 과정에선 추계 기구도 필요하지 않냐. 여러 노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정 모두 ‘여야의정 협의체’와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등을 내세워 의료계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관계자들은 의료 인력의 적정 인원을 추계하기 위한 기구는 필요하지만 2025년 의대 증원 규모가 이미 결정된 상황에서 이런 기구 도입은 ‘선후 관계가 뒤바뀐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의료계 단체장은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한 대표의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대해 “그분은 처음에 좀 기대했는데 별로 기대할 게 없을 것 같기도 하다”며 “그냥 아직 기다려보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힘이 없어 보인다. 그 분의 한계”라며 “정부도 설득 못하는데 우리가 들어가서 뭘 하겠냐”고 했다. 또 “(협의체 참여해도) 우린 아무것도 얻을 게 없다”며 “25년은 어쩔 수 없으니 받아달라고 계속 그럴텐데 무슨 의미가 있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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