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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소 탄생부터 파산까지..얼룩소는 어떤 실험이었나

미디어오늘 조회수  

▲얼룩소 홈페이지.
▲얼룩소 홈페이지.

지난 2021년 9월30일 ‘프로젝트 얼룩소’로 시작한 참여형 미디어 플랫폼 ‘얼룩소’(alookso)가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대법원 회생파산 공고게시판에 올라온 파산 공고를 살펴보면 9월24일 서울회생법원 제12부 (재판장 오병희)는 얼룩소에 대해 파산 선고를 했다. 채권자집회 및 채권조사 기일은 오는 11월27일이다. 이날 영업의 폐지 또는 계속, 고가품의 보관방법에 관하여 결의할 수 있다.

미디어오늘은 윤지연 얼룩소 대표와 얼룩소 초창기부터 에디터로 활동한 천관율 기자에게 파산과 운영에 관련한 질의를 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얼룩소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디지털소통센터장을 맡았던 정혜승 전 대표가 설립에 참여하고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투자, 천관율 전 시사IN 기자가 에디터로 합류했다. 일간지 기자들이 에디터로 옮겨가면서 그들의 새로운 미디어 실험이 주목을 끌었다. 얼룩소는 사회적 의제에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론장을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미디어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초창기 얼룩소는 1주에 최소 100만 원을 생산자에 보상하면서 유저들을 끌어 모아 ‘글 값 논쟁’을 만들어내기도 했으나 해당 보상 시스템은 오래가지 못했고 포인트 보상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포인트 시스템마저 지난 6월부터 사라졌다. 글을 올려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시스템으로 변화하자 유저들이 급격하게 줄었다. 전자책 발행 사업인 ‘에어북’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였으나 주목받지 못했다.

[관련 기사: 얼룩소가 쏘아올린 ‘글 값’ 논쟁]

“자주 변화했던 사업 방향…유저들에게 설득 못했다”

얼룩소에서 일했던 A에디터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좋은 취지의 미디어 스타트업이었지만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이면서 지향하는 바가 서로 다르다 보니 의견을 모으기가 어려웠고 길을 잃는 느낌이 오래 지속됐다”며 “좋은 취지였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전직 B에디터는 “‘건강한 공론장’을 만들자는 애초의 방향성이 자주 바뀌었고 변화가 있을 때마다 내부의 직원들과 유저들에게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 ‘alookso’(얼룩소)관련 이미지. 
▲ ‘alookso’(얼룩소)관련 이미지. 

초창기 대표로 활동했던 정혜승 작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얼룩소 창업자로서 내가 뽑은 주니어들에게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 가해자이고, 또 다른 입장에선 피해자였다”며 “파산 소식에 마음이 좋지 않다. 괜찮은 미디어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시도의 시행착오도 기록이 남아야 할텐데”라고 글을 남겼다. 이어 “함께 꿈을 만들어보자고 꼬셨던 이들에게는 늘 미안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30일 기준 얼룩소의 홈페이지에는 파산이나 영업 폐지에 대한 공지가 올라오지 않은 상황이다. 25일 얼룩소 에디터가 올려놓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대한 콘텐츠가 마지막으로 발행됐다. 공지사항 역시 지난 5월31일 콘텐츠 보상 서비스 운영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이 마지막이다. 콘텐츠를 올리면 주는 보상을 중단하겠다는 공지 이후 얼룩소는 전자책인 ‘에어북’을 출판하는 서비스는 지속하겠다고 밝혔고 정비를 한 후 알리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공지는 없다.

얼룩소가 파산 절차를 밟는다는 기사가 나온 이후 몇몇 얼룩소 유저들은 파산 관련 글을 올렸다. “보상 시스템이 사라지면서 이미 예견된 수순이지만 파산 소식을 운영진의 공지가 아닌 외부 기사로 먼저 접하게 된 현실은 서운하고 섭섭하다”, “초기 얼룩소는 그럴듯했다. 조회수에 따른 수익을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지급하는 모델은 신선했고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것 같았으나 알고리즘에 맡기지 않고 사람의 손으로 큐레이션을 한다는 점이 더 독이 됐다. 새롭게 유입된 사람들은 적고 이미 자리 잡은 사람들만 이익을 독식했다”는 등의 의견이다.

얼룩소 투자자 이재웅 전 쏘카 대표 “미디어 생태계 바꾸기 위한 실험 더 많았으면”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현재까지 얼룩소 관련 입장문을 내지 않았다. 다만 25일 본인 페이스북의 전체공개 댓글을 통해 “얼룩소는 많은 분들이 성공을 기원해주시고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주시고 걱정해주셨는데 성공하지 못하고 피봇(pivot, 전략을 바꿈)을 하게 되어서 저도 안타깝다”며 “의미있는 생태계를 만들려던 사람들의 노력은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고 그 과정이 효율적이지 못했다 하더라도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어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과 사회가 또 배워서 미래에 새로운 시도가 나오게 될 동력이 되었으면 그것 만해도 작지 않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고 투자했던 저를 포함해서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위로를 해본다”며 “지금의 잘 작동하지 않는 미디어 생태계를 바꾸기 위한 실험은 앞으로도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어려워도 의미있는 노력들이 모이다 보면 언젠가는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미디어오늘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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