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30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기억과 애도의 달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이날 있을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 책임자들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진행됐다.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에서 오는 10월을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는 기억과 애도의 달로 설정하는 한편, 조속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10·29 이태원 참사를 그저 우연히 발생한 사고로 치부하며 희생자를 탓하고 진상규명을 훼방놓는 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유가족들과 생존자들이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하겠다고 손 내밀어준 시민들이 있었던 덕분”이라고 말했다.
유가협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어렵사리 특별법은 통과됐으나 진상규명의 시간은 여전히 멀고 길었다”며 “어느덧 참사가 발생한 지 2주기가 됐는데, 시간이 흘러가면 갈수록 더욱 더 짙어지는 그리움은 표현할 방법이 없어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1주기의 괴로움과 고통을 견뎌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지난해 10월 한달 동안 함께 해줬던 많은 시민들의 연대와 격려 덕분이었다”며 “10월을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는 달로 정하고 시리고 아픈 시기를 잘 버티고 견뎌내려 하니 참사를 기억하고 함께 연대해 주시길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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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기억과 애도의 달 선포’ 기자회견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시민대책회의 박석운 공동대표는 “이태원 참사 이전과 이후의 세상은 크게 달라졌다”면서 “모두가 시민의 재난안전 재난대책, 사회적 참사 상황이 달라져야 한다, 세상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달라지기 위해서는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이 정황 살피기 식으로 진행되면 참사는 또 발생하게 돼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진상규명 조사 과정은 근본주의적 자세를 유지해야 하고, 곧 있을 재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이후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서울광장 분향소 자리부터 선고가 있을 서울서부지방법원까지 “책임자를 처벌하라”, “진상 규명하라”, “피해자 명예를 회복하라” 등의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들고 도보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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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기억과 애도의 달 선포’ 기자회견 이후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현수막을 들고 도보 행진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날 오후 서부지방법원 형사 11부는 참사 발생 702일 만에 이태원 참사와 관련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용산 경찰서 관계자들에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게 금고 3년,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에게 금고 2년, 박인혁 용산경찰서 112 상황실 상황3팀장에게 금고 1년 집행유예 2년을 판시했다.
다만 참사 당일 이 전 서장이 참사 발생 사실을 인지한 시각과 관련해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용원 전 용산경찰서 생활안전과 서무, 정현우 전 용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에게는 각 무죄가 선고됐다.
더불어 박희영 용산구청장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용산구청 측이 “구체적인 직접적 주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같이 판단했다. 이날 박 구청장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최원준 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 유승재 전 용산부구청장과 문인환 전 안전건설교통국장에게도 무죄가 내려졌다.
이에 유가협과 시민대책회의는 논평에서 “납득할 수 없다”며 “
이번 판결은 기존 사회적 참사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과 달리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을 불인정해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참사 전날과 당일 저녁 내내 이태원 일대는 핼러윈 데이 인파로 인해 극심한 혼잡과 다수의 민원이 제기됐으며, 피고인들은 이를 충분히 확인하고 알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면서 “피고인들이 인파 운집 가능성을 몰랐다는 것은 무지와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는 도저히 무죄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참사예방·대응·수습에 모두 실패한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이날 선고 전까지도 그 직을 유지했다”며 “참사발생에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고, 참사의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참사 책임을 일반 시민에게 돌리는 행태를 보였고 참사 이후 유가족의 회복과 우리 사회의 회복을 방해했다”고 날을 세웠다.
유가족들은 “공판 내내 자신들의 책임을 끝까지 부정하고, 온갖 변명을 일삼고, 일선 공무원과 경찰들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에 비통한 가슴을 부여잡고 눈물 흘릴 수밖에 없었다”면서 “정부와 사법에 대한 불신 속에서도 끝까지 법원을 믿고 엄중한 처벌을 하길 간곡히 바라던 유가족의 믿음과 한 가닥의 희망마저 저버렸다”고 한탄했다.
이들은 이번 판결에 대한 검찰의 즉각적인 항소를 촉구하며 “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우리는 법정에서 그리고 법정 밖에서 이들의 죄책을 끝까지 밝혀나갈 것이며, 이날의 이 슬픔과 절망과 분노를 안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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