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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33년 신화 만든 소스 공장서 글로벌 K-소스 꿈꾸는 교촌F&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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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전 충북 진천군 비에이치앤바이오 하역장은 수확기를 맞은 홍고추를 옮기는 화물차와 지게차로 분주했다. 새빨간 고추가 가득 담긴 상자 수십개가 팔레트에 쌓여 강렬한 매운향을 풍기며 원료창고로 옮겨졌다. 회사 관계자는 매년 5~10월 농가에서 수확한 홍고추 930톤(t)이 쏟아져 들어온다고 했다.

원료창고로 옮겨진 홍고추는 교촌치킨의 대표 메뉴 ‘레드 시리즈’의 소스에 쓰인다. 비에이치앤바이오는 이 밖에도 연간 480t의 국내산 아카시아꿀·마늘 등을 써 간장·허니 시리즈를 비롯한 교촌치킨의 모든 소스를 만든다. 이곳이 경기 오산과 경북 경산에 있던 공장을 통합해 만든 교촌F&B의 소스 전문 자회사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충북 진천 비에이치앤바이오 본사 모습. /양범수 기자
지난 26일 충북 진천 비에이치앤바이오 본사 모습. /양범수 기자

◇ 연면적 1만㎡에도 근무자 27명뿐인 스마트 공장

비에이치앤바이오는 교촌F&B가 170억원 이상을 들여 2017년 10월 완공한 소스 전문 기지다. 국내 치킨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전용 공장을 세우고 별도 법인화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기존 공장의 규모와 생산 능력을 4배 이상으로 늘려 세운 곳으로, 1만5375㎡ 부지에 연면적 9392㎡로 조성됐다. 공장 내 설비에만 50억원이 들었다.

비에이치앤바이오는 설비 투자 비용으로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원료창고에 원료를 엘리베이터로 4층 배합실까지 옮기면 원료 전처리부터 배합, 충진, 포장까지 모두 자동화된 설비를 따라 처리된다. 이로 인해 통상 100명 정도가 일해야 하는 규모의 공장이나, 총 근무자는 27명에 불과하다.

공장 견학로를 따라 4층에 들어서자 유리 안쪽으로 깐 마늘을 처리하는 마늘 세척 살균기가 보였다. 수천개의 마늘이 설비를 따라 버블 세척된 뒤 섭씨 70도의 온도에서 살균되고 두 차례의 세척을 더 거치고서야 계량돼 배합기에 투입됐다. 김태윤 공장장은 “전처리를 포함한 모든 과정이 자동화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화된 작업 공정만큼이나 놀라운 것은 많은 공정에서 물이 사용됨에도 바닥 어느 곳에서도 물이 떨어진 곳이 보이지 않았다. 김 공장장은 “공장 설계 당시 가장 주안점을 둔 것 중 하나가 물”이라면서 “필요하지 않은 곳에 물이 있으면 세균이 번식할 수밖에 없기에 물이 최대한 없도록 만드는 데 신경을 썼고, 완공 이후 다른 많은 식품 회사들도 견학을 왔다”고 했다.

지난 26일 충북 진천 비에이치앤바이오 하역장에 교촌 레드 소스의 주 원료인 홍고추가 입고되는 모습. /양범수 기자
지난 26일 충북 진천 비에이치앤바이오 하역장에 교촌 레드 소스의 주 원료인 홍고추가 입고되는 모습. /양범수 기자

◇ 코카콜라 제조법처럼 ‘극비’ 교촌의 농축액 제조법

비에이치앤바이오 4층은 교촌 소스의 가장 큰 비밀이 담겨있는 곳이기도 하다. 바로 숨겨진 배합실 때문인데, 이곳에서는 교촌 소스의 ‘킥(Kick·음식의 결정적인 특징)’이 되는 농축액이 만들어진다. 채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고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재료와 배합비는 교촌F&B의 창업주인 권원강 회장과 극소수의 친인척만 알고 있다고 한다.

송원엽 비에이치앤바이오 대표는 이 농축액을 가리켜 “코카콜라 레시피와 같다”고 했다. 코카콜라는 성분 중 1%가 안되는 비밀 원료 ‘머천다이즈 7X’가 코카콜라의 정체성을 만들기에 이 비밀이 극비 사항으로 금고에 보관되어 있듯. 교촌치킨 소스의 핵심이 되는 농축액 역시 극비사항으로 직원 가운데 권 회장의 친척 1명에게만 전수되었다는 것이다.

소스가 만들어지는 배합실에서 한 층 내려오자 분주히 움직이는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천장에는 살짝 기울어진 배관들이 보였다. 김 공장장은 “배관을 기울어지게 설계해 소스가 자연스럽게 흘러 내려와 포장되도록 만들었다”면서 “가압 공간으로 포장 작업 공간을 비롯한 외부에서 발생하는 먼지조차 들어오지 않게 했다”고 설명했다.

컵 포장기·파우치 포장기 등 10대의 충진 설비와 10대의 배합 탱크 등이 있어 작지 않은 공간이었음에도 20명 남짓한 직원들이 전부였다. 빈자리는 컨베이어 벨트와 로봇팔이 분주히 움직이며 사람의 일을 대신했다. 이런 덕분에 진천 공장은 연간 최대 1만2465t의 소스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췄으며, 하루 40t의 소스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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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충북 진천의 비에이치앤바이오 공장 4층의 모습. /양범수 기자

◇ 공장 지었는데… 꺾인 성장률 사업 확장도 부진

교촌F&B가 2015년 소스 제조부문을 인적분할해 비에이치앤바이오를 세우고 진천에 공장을 설립한 것은 당시 교촌치킨의 성장세에 맞춰 소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함이었다. 김 공장장은 “간장소스를 만들던 경산공장과 레드·허니 소스를 만들던 오산 공장 모두 가동률이 100%를 넘기던 상황이었다”면서 “사업 확장까지 고려해 생산량을 크게 늘려 공장을 지었다”고 했다.

하지만, 교촌치킨의 성장세가 공장 준공 이전 대비 감소한 데다 사업 확장에는 많은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공장 가동률이 대폭 증가하지는 못했다. 더욱이, 2021년 칠리·기타소스 설비를 증설해 생산량을 늘렸으나, 생산량이 늘어나지 못하면서 공장 가동률이 오히려 떨어지기도 했다.

비에이치앤바이오가 공장 가동률을 공시하기 시작한 2020년 가동률은 36.8%였으나 2022년에는 32.3%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허니케첩소스 생산을 위한 설비를 들이면서 가동률이 23.8%까지 낮아졌다. 올해 상반기 공장 가동률은 레드소스 등의 생산량이 늘며 소폭 증가한 25.2%를 기록했다.

교촌F&B의 매출액도 2012년부터 공장이 지어진 2017년까지 연평균 11% 증가했으나, 이후 6년간 평균 증가율은 5.6%를 기록했다. 교촌F&B는 지난해 13년 만의 매출액 역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271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1억원으로 같은 기간 77.3%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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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충북 진천의 비에이치앤바이오 공장 3층의 모습. /양범수 기자

◇”美 칙필레처럼”…13년 만의 역성장, 확장 본격화

상황이 이렇자 교촌F&B는 비에이치앤바이오의 소스 생산 역량을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실제로 비에이치앤바이오의 공장 가동률은 낮은 데 반해, 회사의 매출액은 거의 전부를 교촌F&B에 의존하고 있다. 비에이치앤바이오의 지난해 매출액 285억원 가운데, 280억원(98%)이 교촌F&B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올해 상반기 해당 비율은 약 89%를 기록했다.

교촌F&B는 해외의 다른 치킨 브랜드처럼 소스를 특화로 개발해 관련 매출을 키우고, 소스 ODM(제조업자 개발생산)·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시장에도 뛰어들어 관련 매출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교촌치킨 브랜드의 해외 진출 확대에 맞춰 현재의 비가열 소스 외에 가열 소스 제품 역시 생산량을 늘릴 계획도 세웠다.

송 대표는 “미국의 칙필레(Chick-fil-A)의 소스 매출은 연간 5000억원, 남아공의 난도스 치킨의 소스 매출은 연간 1500억원이며 케인스 치킨·데이비스 핫치킨 등 많은 세계적인 치킨 브랜드들이 소스 매출을 키워가고 있다”면서 “전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K-푸드 역시 ‘소스’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소스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비에이치앤바이오는 이를 위해 올해 다시 자체 영업조직을 꾸리고 B2B(기업 간 거래) 소스 사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관련 소스 매출 역시 올해 전체 매출의 15%로 늘리고, 공장 가동률도 50%까지는 끌어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또, 2030년까지는 전체 매출액 1000억원을 달성해 그 가운데 50%는 교촌F&B 외 매출로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6일 충북 진천 비에이치앤바이오 공장에서 송원엽 비에이치앤바이오 대표가 발표하는 모습. /교촌F&B 제공
지난 26일 충북 진천 비에이치앤바이오 공장에서 송원엽 비에이치앤바이오 대표가 발표하는 모습. /교촌F&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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