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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광구 지킨다” 39년만에 마주앉은 한일…”중국도 군침, 외교해법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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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광구 지킨다' 39년만에 마주앉은 한일…'중국도 군침, 외교해법 절실'

제주 남쪽 200㎞, 대량의 석유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는 ‘7광구’ 개발을 두고 한국과 일본이 약 40년 만에 실무 협의에 나섰다. 양국은 1978년 발효된 ‘한일공동개발구역(JDZ)’ 협정에 따라 공동으로 자원 탐사에 나섰지만 1986년 일본이 손을 뗀 뒤 지금까지 개발이 중단됐다. 이대로 2028년 협정이 종료되면 7광구를 두고 양국은 물론 중국까지 뛰어드는 영유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39년 만에 논의 재개=외교부는 27일 일본 도쿄에서 JDZ 협정에 따른 6차 한일 공동위원회를 개최했다.1985년 5차 공동위원회 이후 39년 만이다. 한국에서는 황준식 외교부 국제법률국장과 윤창현 산업통상자원부 자원산업정책국장이, 일본에서는 요코우치 아키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심의관과 와쿠다 하지메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 자원연료부장이 참석한다.

앞서 우리 정부는 협정상 의무 사항인 공동위 개최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일본이 차일피일 미루며 협정 종료(2028년 6월 22일)가 점점 다가왔다. 특히 종료를 3년 앞둔 내년 6월 22일부터는 양국 중 어느 쪽이라도 종료를 선언할 수 있어 이대로라면 JDZ가 효력을 잃을 수도 있다. 한국은 JDZ 협정을 연장하고 공동의 추가 탐사를 통해 경제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모든 시나리오를 두고 국익 수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7광구 지킨다' 39년만에 마주앉은 한일…'중국도 군침, 외교해법 절실'
지난 2011년 개봉한 영화 ‘7광구’ 포스터.

◇日, 해상 국경선 유리해지자 ‘개발 중단’=7광구는 1969년 발표된 유엔 아시아극동경제개발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존재가 알려졌다. 보고서는 “한국의 서해와 동중국해 대륙붕(해저 200m 깊이 지형)에 바다 기준 세계 최대 매장량의 석유가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한참 뒤지만 2004년 미국 국제 정책 연구소 ‘우드로윌슨센터’는 동중국해 천연가스 매장량이 사우디아라비아의 10배에 달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추정 매장량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석유공사는 2000년 초 일부 지역을 탐사한 결과 석유가 3억 배럴가량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은 1970년 발 빠르게 7광구에 대한 영유권을 선포했다. 당시 국제법은 대륙붕이 어디와 연결됐는지를 따져 개발권을 부여했는데 7광구는 한반도의 줄기로 인정됐다. 그러자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이 반발했고 자체 시추 기술이 없었던 한국이 한발 물러난 결과가 JDZ 협정이다. 하지만 일본은 1978~1987년과 2002년 등 두 차례 공동 탐사에서 경제성을 갖춘 유정이 발견되지 않자 더는 조광권자(자원 탐사·채취를 허가받은 자)를 지정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공동 개발에서 발을 뺐다. 탐사와 시추는 반드시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에 한국도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 조항은 과거에는 일본에 기술을 의존해야 했던 한국에 유리했지만 시대가 바뀌며 오히려 한국의 발목을 잡았다.

일본이 경제성을 내세웠지만 실제 이유는 국제법 변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1982년 새로 채택된 유엔 국제해양법은 연안에서 200해리까지 배타적경제수역(EEZ)을 기준으로 하되 국경선이 겹칠 경우 중간에 선을 긋게 했다. 이를 적용하면 7광구의 90%가 일본으로 귀속되는 만큼 일본으로서는 협정 종료 이후를 기대할 만한 이유가 생겼다. 7광구 바로 인근 지역에서 자원 탐사와 시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중국은 7광구 인근에 2006년 춘샤오 가스전을 시작으로 적극적인 자원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미 상업 생산 중인 가스전도 여럿이다.

'7광구 지킨다' 39년만에 마주앉은 한일…'중국도 군침, 외교해법 절실'
지난 1973년 서울 외교부에서 열린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을 위한 실무회의 광경. 연합뉴스

◇韓日中 얽혀 분쟁 우려…외교적 해법 절실=이대로 JDZ 협정이 끝나면 인접한 중국까지 권리를 요구하며 7광구가 분쟁 지역으로 떠오를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7광구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뻗어나간 대륙붕이고 JDZ 지역 일부분은 자국의 EEZ라고 주장한다. 또 JDZ 협정이 종료되더라도 일본의 바람대로 단독 개발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게 국제법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협정 종료 시 7광구는 한일 양국의 대륙붕 주장이 중첩되는 해안경계미획정구역으로 남는데 유엔 해양법 규약에 따르면 미획정구역에서는 어느 한 국가가 다른 국가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개발할 수 없다. 일본으로서는 JDZ 종료 시 개발도 못 하고 중국만 끌어들이는 역효과만 큰 셈이다. 중국이 7광구 개발권을 주장하며 동중국해에 적극 진출하는 경우 미국으로서도 상당히 불편할 수 있다. 7광구 문제가 그저 한일 양국만의 이슈가 아닌 것이다. 한국은 이런 상황과 최근 한일 우호 관계를 지렛대로 활용해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한일 수교 60주년 등과 같은 분위기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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