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더위가 계속되면서 전국 지자체의 계절 축제도 비상이 걸렸다. 올해 단풍이 늦어지고 송이버섯도 크게 줄었다. 가을 꽃도 제대로 피지 않고 있다. 기후 변화가 관광 산업과 지역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더위 계속되면 ‘붉은 단풍’ 대신 ‘초록 단풍’
단풍은 최저 기온이 5도 아래로 내려가야 제대로 붉게 물든다고 한다. 가을 더위가 물러나지 않으면 단풍이 늦어지거나 아예 물들 때를 놓치면서 ‘초록 단풍’이 되기도 한다.
올해 전국 주요 지역의 단풍 절정(산림 50% 이상 단풍) 시기는 작년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제주 한라산은 작년 11월 1일이던 단풍 절정이 올해 11월 6일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충남 가야산(10월 27일→10월 30일), 포천 소리봉(10월 29일→10월 31일), 대구 수목원(11월 2일→11월 6일) 등도 단풍 절정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림청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폭염 등 이상 기후로 올해 전체적으로 단풍이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올해 6~8월 평균 기온이 과거(2009~2023년)보다 1.3도 높아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올가을 단풍 축제로는 강원 태백시 철암 단풍 축제(10월 11~13일), 대구 동구 팔공산 갓바위 단풍 축제(10월 말) 등이 예정돼 있다. 단풍이 제때 물들지 않으면 사진을 찍으러 오는 방문객이 줄어들면서 지역 상인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단풍 축제를 주최하는 갓바위 상가번영회 관계자는 “요즘 경기가 얼어붙어 매출이 작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더운 날씨로 단풍이 언제 생길지 예측하기 힘들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철암 단풍 축제 관계자도 “날씨를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철암 단풍 축제에는 연간 3만~5만명이 방문해왔다.
◇폭염에 씨가 마른 송이버섯, 제대로 피지 않은 국화
가을은 송이 축제의 계절이기도 하다. 송이버섯은 9월 중순부터 나서 10월까지 채취할 수 있다. 보통 20~80년생 소나무 밑에서 자라는데 낮 기온이 26도를 넘으면 안 된다. 올해는 폭염이 길어지면서 송이버섯 씨가 말랐다고 한다.
강원 양양 송이 연어 축제(10월 3~6일)는 송이버섯이 부족해 버섯 채취 행사를 없애기로 했다. 양양문화재단 관계자는 “날씨가 더워 송이 채취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경북 봉화군도 송이 축제(10월 3~6일)를 개최한다. 매년 축제를 앞두고 송이버섯 채취 행사 참가자를 미리 신청받았는데, 올해는 사전 예약 대신 현장 접수만 가능하다. 봉화축제관광재단 관계자는 “송이버섯 작황 부진으로 물량을 구하기 힘든 경우 버섯 채취가 취소되거나 다른 버섯 종류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어 사전 예약은 받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전남 신안은 최근 퍼플섬 아스타 꽃 축제를 취소했다. 국화과인 아스타는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란다. 올해는 폭염으로 개화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기후 변화가 지자체 축제 기간도 바꿔
기후 변화로 지자체가 축제 시점을 변경하는 일도 흔하다. 강원 인제는 아예 겨울 축제를 여름 축제로 바꿨다. 올해 1월 개최 예정이던 빙어 축제는 취소했다. 날씨가 평소보다 포근해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올해 6월 캠핑을 주제로 여름 축제를 열었다.
강원 평창은 작년 12월 송어 축제를 한주 연장했다. 추위가 늦게 찾아오면서 얼음 두께가 최소 20㎝가 될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또 강원 속초도 올해 영랑호 축제 기간을 3월 말에서 4월 초로 미뤘다. 꽃샘추위가 변덕스럽고 일조 시간이 부족해 벚꽃이 늦게 피었기 때문이다. 당시 속초 공무원들은소셜미디어(SNS)에 ‘죽을 죄를 졌습니다. 하늘을 이길 수 없습니다. 벚꽃이… 안 핍니다ㅠㅠ’라는 글을 올리기도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기후 변화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해지고 있다”면서 “계절 관광이 아니더라도 체험, 액티비티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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