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에서 마세라티를 몰다 사망사고를 낸 30대 뺑소니범과 도피를 도운 일행이 나란히 구속됐다. 다만 법정에는 조력자만 모습을 드러냈다.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28일 오후 광주지법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를 받는 30대 뺑소니범 김모 씨를 구속했다. 아울러 김씨를 도운 30대 조력자이자 고교 동창 오모 씨에 대해서도 범인은닉도피 혐의로 구속했다.
김씨는 지난 24일 새벽 3시 11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 한 도로에서 마세라티를 운전하던 중 앞서 달리던 오토바이를 받은 뒤 구호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사고로 배달 대행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2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중상을 입었고, 뒷좌석에 타고 있던 그의 여자친구가 숨졌다.
김씨는 사고 직후 조력자인 오씨의 벤츠를 타고 도주했고, 추적에 나선 경찰은 사건 발생 이틀 만인 26일 오후 9시 50분쯤 서울 강남의 한 길거리에서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사고 당일 오전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사람을 충격한 사실을 인지했다. 음주 상태이기도 했고 경찰 사이렌 소리도 들려 무서워서 도주했다”고 범행을 시인했다.
다만 김씨는 28일 오후 잡힌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는 출석하지 않겠다는 포기 의사를 내비쳤고, 이에 따라 재판부는 서면으로 실질 심사를 진행했다. 같은 날 오후 3시 50분쯤 오씨만 출석했는데, 그는 ‘왜 도주를 도왔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운전자) 저 아닙니다”라는 말만 내뱉고 법원으로 들어갔다.
한편 김씨에 대한 수상한 행적이 드러나면서 의문점이 커지고 있다. 김씨는 주로 태국에서 거주한다는 사실이 밝혔는데, 국내 주민등록등본상 주소지가 광주 북구의 한 행정복지센터로 등록돼 있어 의문이 제기됐다. 왜 태국에 거주했는지, 태국에서 어떠한 일을 했는지, 장기간 머무르다가 돌연 입국한 사유 등도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김씨가 친구로부터 빌려 운전한 마세라티는 서울의 한 법인 소유 차량으로, 해당 법인은 “되돌려 받지 못한 차량”이라고만 경찰에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사고 당시 일행이 탄 벤츠 차량은 오토바이를 지나쳐 갔는데도 김씨가 몰던 마세라티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점과 대포폰을 이용해 도주 행각을 이어간 점 등에 대해서도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폭력조직 조직원’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경찰은 이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은혜 에디터 / huffkorea@gmail.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