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를 39일 앞둔 27일(현지 시각) 미시간주(州)의 그랜드래피즈에 위치한 델타플렉스 아레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가 오후 2시로 예정돼 있었지만, 3시간 전인 오전 11시부터 주차장은 이미 차들로 가득 차 있었다. 차로 10분 정도 거리의 유세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셔틀버스를 타야 하는데,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줄은 수십 미터 이상 길게 늘어져 있었다.
초등학생도 안 되어 보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도 많았고, 70~80대의 노인들도 눈에 띄었다. 90% 이상은 백인이었다. 뜨거운 햇빛 아래 서서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지만, 지지자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백인 여성 리타(70) 씨는 트럼프 모자와 티셔츠 등을 구입하며 들뜬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번에 그랜드 래피즈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왔었는데, 해당 소식을 뒤늦게 듣고 너무 아쉬웠다”면서 “드디어 그를 볼 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될 것 같다”면서 “집에 돌아가면 생각이 많아질 것 같다”라고 했다.
미시간에 살고 있다는 페니 론(80) 씨는 “해리스 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면서 “늘 중산층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반복하는데 그것은 중요하지 않고, 앞으로 뭘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리스는 트럼프가 하는 말을 듣고 그걸 따라 하려고만 하는 것 같다. 해리스와 바이든이 부통령과 대통령이 되면서 트럼프가 했던 모든 일을 원점으로 돌렸다”라고 했다.
그랜드 래피즈는 ‘러스트 벨트’의 중심인 미시간주의 3개 카운티 중 하나인 켄트 카운티에서 가장 큰 도시다. 그랜드 래피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당시 0.2%포인트(P) 차이로 승리하며 당선의 결정적 승부처가 된 곳이다. 지난 2020년에는 대선 때는 마지막 유세를 그랜드 래피즈에서 했는데,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위를 뺏기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트럼프 캠프 측은 그랜드 래피즈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JD 밴스 상원의원이 공식 확정된 뒤 갖는 첫 합동 유세를 그랜드 래피즈에서 한 바 있다.
유세가 시작되기 약 한 시간 전인 오후 1시, 트럼프 캠프 관계자가 등장해 지지자들에게 “유세장 수용 인원이 가득 차 더는 셔틀버스를 탈 수 없다”라고 공지했다. 이미 몇 시간을 서서 기다렸던 지지자들은 “유세장에 다시 자리가 날 가능성은 없느냐”라며 아쉬움을 내비쳤지만, 크게 불평하는 이는 없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를 보러 2시간을 운전해서 왔다는 익명의 지지자는 “모두가 들어갈 수 있게 적당히 팔아야 했다”면서 “그 정도로 초과 판매를 했다면,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이 큰 스크린으로라도 볼 수 있도록 밖에 TV라도 설치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전 8시 30분에 집에서 나와 10시 30분에 도착했지만, 셔틀버스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 인근 주차장에 차를 세워야 했다고 말했다. 약 반나절을 날렸지만, 그는 “그래도 트럼프 지지자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해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는 그랜드 래피즈 외곽에 위치한 워커의 한 제조 공장에서 진행됐다. 한때 자동차 산업 등 제조업으로 번영했지만, 현재는 경제 침체로 쇠락한 미시간주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세장에는 제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도 자리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와 이민 정책에 초점을 맞춘 연설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독일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들기를 원하고, 아시아 전자 회사들이 미시간 전자 회사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우리를 떠난 모든 제조업체가 후회하며 돌아오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당선되지 않으면 여러분은 자동차 산업을 잃게 될 것”이라며 “해리스는 미시간주 4만 개를 포함해 전국에서 약 20만개의 자동차 관련 일자리를 없애는, 내연기관차를 100% 금지하는 법안에 투표했는데 이는 미시간 경제에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에서 승리하면 취임 당일에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로 불법 이민자를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이 국경을 개방한 결과, 13만명의 유죄 판결을 받은 외국인이 미국으로 들어왔다는 정보를 방금 막 받았다”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이민자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만들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에 대해 “살인 기계”, “최고의 살인범” 등 강도 높은 표현을 쓰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선거인단 15명이 걸려 있는 미시간주는 주요 경합 주다. USA투데이와 서퍽대가 지난 16~9일 투표 의사가 있는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시간주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48%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45%) 3%P 앞섰다. 최근 잇따라 발표되는 여론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미시간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평균적으로 2%P 앞서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은 숨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많은 곳이라 실제 투표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역전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치열하게 유세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멕시코와의 접경 지역인 애리조나주 더글러스에서 행한 연설에서 “우리는 국경 안정화, 안전하고 인도적인 이민 시스템 구출을 해야 한다”라며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를 막고, 국경을 강화하는 것은 내게 새로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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