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김효재)이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뉴스회피 현상과 언론사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개최한 가운데, 현직 언론인들이 뉴스 회피자들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이날 세미나에는 스페인 IE대 루스 팔머(Ruth Palmer) 교수(뉴욕 콜롬비아대 연구서 ‘뉴스회피(Avoiding the News)’의 공동 저자)가 스페인, 영국, 미국 등의 뉴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팔머 교수는 뉴스 회피의 원인으로 독자와의 단절, 부정적 뉴스에 치우진 보도 태도 등을 지적하고, 뉴스와 대중 사이 사회적 연계가 약해지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팔머 교수는 이날 뉴스 회피자의 특성에 대해 “정치를 싫어하고 소속감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의 뉴스 회피 경향이 높았다”며 “이들은 정치가 내 삶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고 정인들은 싸움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한 언론인 역시 정치인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뉴스 회피자들은 뉴스를 보아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게 해 무력감을 가속화시킨다고 하는데 이것은 뉴스 애호가들이 뉴스를 볼 때와 정반대의 시각”이라며 “뉴스 애호가들은 뉴스를 보면서 사회와 연결된 느낌을 느낀다”고 말했다.
팔머 교수가 말한 뉴스 회피자의 또 다른 특징은 “이들은 뉴스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보기보다는 SNS를 통해 ‘뉴스가 나를 찾아온다’는 인식을 가지고 표출된 뉴스를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팔머 교수는 “뉴스 콘텐츠만 바꾼다고 해서 회피를 바꿀 수 없다”며 “콘텐츠가 어떤지와 상관없이 뉴스 회피를 하는 사람들을 바꾸기 위해서, 즉 표출되는 뉴스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뉴스 리터러시를 통해 가치를 알릴 필요가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와 저널리즘이 주는 정보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 성향에 따른 뉴스 회피는 5060세대…모든 세대의 문제는 아냐”
세미나의 또 다른 발표자인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뉴스 이용자와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뉴스 회피 연구를 하면서 느낀 점을 공유했다. 김영주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5월30일부터 6월19일까지 시민 3000명을 대상으로 ‘국민의 뉴스 이용과 뉴스 회피’에 관한 온라인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2.1%인 2162명이 뉴스를 회피한다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관련 기사: 한국 사람 10명 중 7명 “뉴스 회피한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연구 중 20대의 뉴스 회피율이 굉장히 낮았는데 처음에는 연구가 잘못된 줄 알았다”며 “그래서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보니 SNS나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수시로 접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방송이나 신문 뉴스도 보지만 이들의 머리 속에는 가공된 뉴스 역시 뉴스 개념으로 생각하기에 세대 간 뉴스 개념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 연구에서 ‘즐겨 보는 뉴스 1순위가 정치이고 또 동시에 보고 싶지 않은 뉴스 1순위도 정치였다”며 “즐겨보는 뉴스라고 해서 좋아하는 뉴스가 아니며, 좋은 뉴스라서 즐겨보는 것도 아님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은 뉴스 이용자들이 원하는 균형잡힌 뉴스,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뉴스, 문제 지적이 아닌 해결책을 제시하는 건설적인 저널리즘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뉴스 회피 현상에 대해 정치 뉴스에 대한 환호나 기피 현상이 나타난다고 생각하시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며 “예를 들어 2040세대는 정치 뉴스 기피보다는 ‘20대들은 일을 안하고 집에만 있는다’는 내용의 뉴스나 ‘연예인이 5억 주고 집을 샀는데 그 집이 50억이 됐다’는 식의 뉴스를 기피하고 있었다”며 “다만 5060의 경우 정치 성향에 따른 뉴스 기피 현상이 보였는데 정치에 과몰입해 반대 성향의 뉴스를 기피하는 현상이 모든 세대는 아님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직 언론인들의 ‘뉴스회피’ 솔루션…포털 개선, AI 기자 도입 등
이날 현직 언론인들이 토론자로 참석해 어떻게 뉴스회피 현상에 대응할 것인지 고민을 나눴다. 김승일 부산일보 논설위원은 부산일보의 ‘산복 빨래방’ 보도를 예시로 들면서 “부산일보에서 2000만원을 들여 빨래방을 만들고 지역 주민들을 찾아오게 해 부산 지역 구술사를 위한 기사를 만들었는데, 언론이 받을 수 있는 상은 다 받았지만 네이버에서의 페이지뷰는 처참했다”며 “모바일에서 뉴스 비즈니스라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것 같아서 딜레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부산일보 산복빨래방이 우리에게 남긴 것]
송승환 JTBC 기자는 “최근 쏟아지는 뉴스들은 마치 ‘탄산 음료’같다. 몸에 안좋은 걸 알지만 자꾸 보게되고, 씹지도 않아도 술술 넘어가고, 즉각적으로 도파민을 만든다. 최근 ‘곽튜브’와 관련된 기사가 대표적인 예로 이정도로 뉴스가 나올 일인지 잘모르겠는 뉴스들이 많아졌다. 언론의 경영상황이 나빠지면서 이러한 ‘소다 장사’가 지속된고 있다”며 “‘제로 소다’가 유행인 것처럼 뉴스에도 ‘커뮤니티 베껴쓰기 제로’, ‘논란 확대하기 제로’처럼 이미 기자들이 알고 있는 해법을 실천해가는 방식으로 ‘제로 뉴스’를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경원 SBS 기자는 “수많은 기사가 포털에서 소비되는 환경이기 때문에 포털 관계자들도 이런 자리에 참석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포털에서 질 좋은 기사 노출을 늘리는 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부교수는 “한국의 경우 전반적인 뉴스 회피보다는 선택적인 뉴스 회피자들이 많은데 전반적인 뉴스회피가 적은 이유로 포털을 통해 자신이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다양한 뉴스를 접할 수 있다는 환경 때문”이라며 “포털이 해결책이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오히려 포털을 통해 우연히 다양한 뉴스를 접할 수 있도록 정책적 고민을 늘려가고, 양질의 기사가 노출될 수 있도록 실천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대근 한국일보 기자는 “최근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크다. 이를 잘 활용하면 기자들이 하루에도 5~6개씩 기사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을 개선해줄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보도자료 처리 기사 등은 과감히 AI에 맡기고 기자들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도화된 방식으로 기획과 취재를 통한 질좋은 기사를 작성하는데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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