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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대응댐이라는 유령이 출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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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27일 오전 충남 청양군 송방리 청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지천 기후대응댐 후보지 주민설명회에서 지천댐 반대 대책위원회가 설명회를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8월27일 오전 충남 청양군 송방리 청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지천 기후대응댐 후보지 주민설명회에서 지천댐 반대 대책위원회가 설명회를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대응댐이라는 유령이 출몰했다. 역사상 가장 혹독한 폭염을 겪던 차에, 환경부가 난데없이 기후대응댐을 건설하자고 목청을 높인다. 전국에 14개의 댐을 건설하고 거대한 물그릇을 빚어 위기에 대처하자는 것이다. 그야말로 ‘기후대응’이라는 주문으로 졸지에 무덤에서 끌려나온 댐 유령들.

잠시, 우주에서 지구 행성을 바라보자. 저 초록별 육지에는 실핏줄처럼 수많은 강이 구비치며 바다로 흘러간다. 1000km가 넘는 강 중에서 바다까지 중단없이 흐르는 강은 고작 23%다. 댐이 막아서고 있다. 현재 기획되거나 개발 중인 모든 댐 공사가 완료되면 2030년까지 전 세계 강의 93%에서 자연 흐름이 변경된다.

수메르 문명부터 인류는 댐을 짓고 농사를 지어왔다. 하지만 대형 댐 개발은 20세기 자본주의의 고유한 특징이다. 용수와 전력 수급뿐 아니라 근대화와 경제 성장을 추동하는 자본주의의 동력으로 기능했다. 1950년 이후에는 세계은행이 남반구에 발전 명목으로 댐 개발을 집요하게 닦달해왔고, 지금은 중국이 권위주의 국가들에 댐 개발을 독려하는 실정이다.

1990년대 정점을 찍고 잠시 댐 광풍이 주춤하긴 했다. 환경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또 개발 이득을 소수가 차지하고 그 대신 문화유적 상실, 대량 이주, 자연경관 붕괴 같은 불평등의 현실이 수면 위에 솟구친 탓이다. 그러다 2000년대 중반 기후-생태 위기를 핑계 삼아 또다시 댐 개발의 고삐가 당겨졌다. 수력이 친환경 에너지이고, 물 위기에 대응하자는 것이 그 골자다.

과연 댐은 기후대응책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댐은 ‘메탄 공장’이다. 브라질 과학자들이 처음으로 댐과 저수지 일부에서 석탄발전소에 맞먹거나 그 이상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뒤이어 2016년에는 스위스 연구팀이, 그리고 2022년에는 미국 환경청(EPA)의 온실가스 보고서, 그리고 세계 도처의 댐 배출량 연구들이 이 사실을 인정한다. 침수 과정에서 나무와 온갖 유기 물질이 썩고 분해되면서 메탄을 대량 배출하는 것이다. 탄소흡수원인 숲을 수장시킨 채 메탄을 뿜어내는 기막힌 역설의 형상, 그것이 바로 댐이다.

무엇보다 댐의 치명적인 영향은 생물다양성 파괴다. 댐 개발로 인해 1970년 이래로 담수 동물 개체수가 평균 84% 감소했다. 양서류, 파충류, 어류가 이동이 차단되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고, 모든 담수어 종의 약 3분의 1이 멸종위기에 처했는가 하면, 이미 80종이 사라졌다. 댐이 건설될수록 더 많은 지구 생물이 소멸된다. 생물다양성이 멸절된 곳은 자명하게 인간의 황무지다.

▲ 댐. 사진=gettyimagesbank
▲ 댐. 사진=gettyimagesbank

뿐만 아니라 댐은 바다로 흘러가는 퇴적물의 4분의 1 이상을 가둬둠으로써 탄소 순환을 교란한다. 물이 흐르지 못해 유기물이 부족해진 하류 생태계에선 수생식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메콩강 하류처럼 식량 생산이 감소하게 된다. 달리 말해, 매년 2억 톤 가량의 유기물을 품고 구비구비 흐르는 강물이 훨씬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하고 생태계를 풍요롭게 한다.

댐은 이처럼 그곳에 살던 사람들을 추방하고, 생물다양성을 고사시키며, 숲을 썩게 만든다. 댐이 야기하는 생태 파괴의 궤적을 다 묘사하기에 이 지면이 너무 짧지만, 그중 놓쳐선 안 되는 중요한 사안이 있다. 극한의 기후 격변이 가속되면서 댐이 점점 ‘무기화’된다는 것이다. 최근 리비아와 인도에서처럼 극한 호우로 인해 댐이 붕괴되면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가 하면, 2021년 브라질과 같이 극단적 가뭄으로 수력 발전이 멈춰 에너지 대란에 휩싸이게 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노후 댐은 철거하고 더 이상 댐을 짓지 않는 것이 좋다. 강을 그냥 흐르게 두는 것이다. 댐이 철거되면 숲이 복원되고 양서류와 나비가 다시 생명의 춤을 출 것이다. 물살이들이 고향으로 다시 회귀할 것이다. 자연 흐름을 절단하고 환경을 무너뜨리며 그곳에 살던 사람들을 내쫓는 메가 프로젝트가 기후대응과 친환경으로 수식되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물론 우리는 잘 알고 있다. 尹정부가 댐을 지으려고 하는 이유가 기후위기를 염려해서가 아니라 토건 자본의 배를 불리기 위해서라는 것을.

댐 건설 발표에 들끓는 지역 민심을 달래겠다고, 맙소사 ‘골프장’을 지어주겠다는 환경부. 얼마나 무지한지 자신들의 천박한 환경의식을 스스로 폭로한다. 신공항이며, 케이블카며, 이제는 댐 개발에 이르기까지 온통 토건 자본을 위해 환경파괴의 면죄부를 발급하는 게 저 부처의 유일한 기능이다. 정말로 환경부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싶은가? 그러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 그래도 정히 뭔가를 하고 싶다면 강은 흐르게 놔두고 환경부 스스로 문을 닫아라. 그것이 최상의 대책이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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