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6개 쟁점법안이 재표결 끝에 여당 반대로 폐기되고, 여당이 추천한 한석훈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이 야당 반대로 부결되며 파국을 드러낸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를 두고 여야가 서로를 맹비난했다. 국민의힘은 사전 합의를 뒤집고 여당 추천 위원 선출안을 부결시킨 더불어민주당을 “이재명식의 무한 보복의 정치”라고 비판했고, 민주당은 ‘민생회복 지원금법’ 재표결에 반대한 국민의힘을 겨냥해 “국민이 개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다”고 공세를 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7일 오전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본회의 상황과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으로 여야 각각 추천한 인물을 국회 몫으로 선출하기로 합의해놓고 나서, 여당 추천 위원은 부결시키고 민주당 추천 위원만 통과시킨 것”이라며 “약속 위반이자 민주당의 사기·반칙, 의회정치 파괴”라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한 위원 선출안에 반대한 배경을 두고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수사한 검사에 대한 본인들의 보복성 탄핵을 (한석훈 위원이) 비판했다는 괘씸죄로 한 위원에게 보복을 가한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보복이 또 다른 보복을 낳는 이재명식의 무한 보복의 정치이자 이 대표를 향한 민주당의 무한 충성의 경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날 본회의에선 여당이 추천한 한석훈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이 부결되고, 야당이 추천한 이숙진 인권위원 선출안만 통과되며 여당 의원들이 이에 항의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여야 원내대표단 간의 합의로 선출안이 상정된 것인데, 민주당이 사전합의를 뒤집었다’는 취지로 민주당을 비판했고, 민주당은 ‘개인의 자율의사에 맡겨 투표하도록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또한 한 위원 선출안 부결 상황에 대해 “역대 어느 국회에서도 없었던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나서며, 야당 추천 위원인 이숙진 위원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임명 거부 여부에 관심이 모이는 상황이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위원에 대한 임명 거부를 대통령에게 건의할 것인가’ 묻는 질문에 “여러 상황을 고민해 보겠다”고 답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추 원내대표는 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전날 본회의 재표결에 부쳐진 끝에 여당 측 반대로 최종 폐기된 노란봉투법, 전국민민생회복지원금법, 방송4법 등 쟁점법안 6건에 대해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악법들”이라며 “이번 6개 법률의 부결은 민주당의 계속되는 입법폭주에 대한 준엄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에선 해당 법안들의 부결 및 폐기를 두고 “(국민의힘이) 민생경제와 국민의 삶을 포기하겠다, 민주주의를 거부하겠다, 노동자의 권리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민생을 살리고 방송 독립성을 확보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법안을 반대하는 대통령과 여당의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민생회복 지원금법에 대해 ‘최대18조 현금살포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국민의힘을 향해 “식용 개 한 마리당 60만 원 지원은 되고, 국민 1인당 25만 원 지원은 절대 할 수 없다는 정부의 태도에 국민이 개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다는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김건희 방탄’, ‘용산 거수기’ 역할을 하는 국민의힘은 정신 차리시라”며 “계속해서 용산 눈치만 보다가는 정권과 함께 몰락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하루빨리 깨닫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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