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는 2019년 이후 내리막을 걷고 있다. 약 1000만 명에 달하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의 ‘은퇴 러시’도 노동력 확보에 부담 요인이다. 노동인구가 줄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하고 노인부양비는 더욱 증가하면서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중장년 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부와 민간 차원의 해법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서울경제신문과 라이프점프가 2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제5회 리워크 컨퍼런스’에서는 고령화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일자리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일본 기업의 생애경력개발 지원과 커리어 전문가의 역할’을 주제 발표한 이영민 숙명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취업과 전직 지원도 중요하지만 정년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는 ‘인생 1모작’이 탄탄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참고해야 할 일본 고용정책으로 ‘전 국민의 생애경력관리’를 꼽았다. 이 교수는 “일본은 커리어컨설턴트가 입직(入職)부터 승진·퇴직·재고용 등을 거쳐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퇴장할 때까지 근로자의 경력을 관리한다”며 “각 기업의 인사 담당자가 근로자의 역량 개발, 비전 탐구를 위한 연수, 세미나 등을 제공하는 구조인 ‘셀프커리어독’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소개했다.
|
다만 고용 주체인 기업의 요구나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성급한 제도화는 경계했다. 이 교수는 “근로자는 평생 경력을 개발·관리하고 기업은 근로자들이 경력을 잘 관리하도록 지원하며 정부는 각종 제도와 법령을 정비한다면 ‘평생 현역 사회’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령화율(총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이 약 30%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일본은 고령자 고용정책을 적극 펼치면서 65세까지 ‘고용 확보 조치’ 시행 기업이 99%에 달한다. 김명중 일본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그 이유를 “기업 부담을 고려해 시간을 들여 단계적으로 실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고용 형태에 따라 임금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단계적 또는 선택 정년제처럼 업종이나 기업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시행할 수 있도록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60세 이상 취업자가 2007년 약 1000만 명에서 2023년 약 1468명으로 늘면서 이들이 낸 직접세와 사회보험료도 약 7조 엔에서 약 14조 엔으로 증가했다”며 “고령자 고용 안정이 사회보장 재정 안정에도 기여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고령자나 경력단절여성과 장애인들이 노동시장에 참가하면 부양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은퇴자의 인생 2모작도 중요하나 1모작이 잘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제시된 ‘생애경력관리’를 국내에서도 시행할 뜻을 내비쳤다. 최영범 고용노동부 고령사회인력정책과장은 “우리나라의 정년은 60세지만 상당수가 실제로는 52세 정도에 은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인생 1모작을 제대로 끝내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 경력 설계가 제대로 안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 과장은 “과장 이후 부장·임원으로 가는 하나의 커리어패스가 아닌 다양한 직무·직렬을 고민하고 개편할 필요가 있다”며 “40세 이상이면 생애 진단을 해보고 기업의 다양한 커리어패스를 따라 정년에 이르거나 적합한 산업 및 직무에 맞는 직장으로 이직하도록 발전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우수 사례 발표에서는 김종선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기획조정본부장이 서울시가 전개하고 있는 ‘인생디자인학교’와 ‘서울마이칼리지’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인생디자인학교는 중장년이 삶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인생을 꾸려나가기 위한 경로를 설계하고 직업 역량을 높이도록 돕는 사업으로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마이칼리지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대학이 연계해 중장년에 맞춤형 프로그램과 진로 탐색 기회를 제공해 호평을 받고 있다.
조지연 지에스씨넷 전무는 자사가 진행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중장년층 상담 프로그램과 시니어 인턴십, 구직자 취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 재취업 지원 서비스 등을 설명했다. 조 전무는 “재취업 지원 서비스의 경우 의무 대상인 1000인 이상 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의 반응도 좋았다”며 “생애 설계 관련 교과목 반영, 좀 더 젊은 시기부터 준비하도록 지원 등의 노력을 통해 더욱 발전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