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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영풍,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상향… 최윤범 회장 대응 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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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 각사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 각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싸고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기존 경영진 측이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획득하기 위해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들 연합은 주식 공개매수가격 상향 카드도 꺼내들었다.

◇ MBK·영풍,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가 상향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MBK의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고려아연의 공개 매수가격을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26일 정정 공시했다. 아울러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영풍정밀의 공개 매수 가격도 기존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는 영풍그룹의 계열사다. 영풍그룹은 공동 창업주 고(故) 장병희, 최기호 회장이 1949년 설립한 영풍기업사를 모태로 두고 있는 기업집단이다. 두 창업주 일가는 75년간 동업자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영풍그룹과 전자계열은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경영해왔다. 

그러나 두 가문의 동업관계는 2022년 이후 균열의 조점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올해는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다. 창업주 2세인 장형진 고문 측과 3세인 최윤범 회장 측은 신사업과 배당 정책을 놓고 의견 출동을 빚은 것을 시작으로 현재 지분 싸움과 법정 분쟁을 벌일 정도로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영풍은 지분구조상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지분 25.4%를 보유 중이다. 영풍 지분을 포함한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은 31.1%다. 다만 그간 고려아연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은 최씨 일가가 행사해왔다. 최윤범 회장의 고려아연 직접 보유 지분은 1.84% 불과하지만 우호세력 주주 지분을 포함하면 행사 지분은 33%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가운데 영풍은 경영권을 획득하기 위해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전격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영풍과 장형진 고문 일가 측은 MBK파트너스와 주주간 계약을 체결해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했다. 이 계약을 통해 MBK파트너스는 영풍 장씨 일가 소유의 고려아연 지분 절반+1주에 대한 콜옵션을 부여받게 됐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은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 지배력을 공고히 하겠다고 선언했다. 양측은 다음달 4일까지 고려아연 지분을 최소 144만5,036주(발행주식수 6.98%)에서 최대 302만4,881주(14.61%)까지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은 당초 공개매수가를 주당 66만원으로 책정했으나 이번엔 이를 7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아울러 고려아연의 지분을 보유한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가도 함께 올렸다. 

이에 따라 지분 추가 확보를 위한 MBK·영풍 측의 자금 부담은 확대될 전망이다. MBK·영풍 측은 공개매수를 위해 2조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여기에 공개매수 가격 인상으로 최대 물량 확보 기준 3,000억원의 추가 자금이 더 필요하게 됐다. 이 자금은 영풍으로부터 대여해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영풍이 MBK 측의 특수목적법인에 3,000억원을 대여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 지분확보 경쟁에 경영권 분쟁 최고조

공개매수가 상향은 높아진 주가에 대응해 공개매수 유인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의 주가가 경영권 분쟁이 고조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25일 종가기준 주가는 70만4,000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현 주가보다는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 공개매수 유인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가격을 상향 조정한 것이다. 영풍정밀 공개 매수가를 높인 것도 같은 이유로 보인다. 

또한 이번 조치는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용 자금 부담을 높이기 위한 결정으로도 풀이됐다. 시장에선 최 회장이 우호 세력과 자금조달처를 확보한 뒤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해 왔다. 이런 가운데 공개매수가가 올라가면 투입 자금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에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경영권 확보에 대해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매수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경영권 확보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이날 이들이 공개매수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고려아연 측은 영풍·MBK파트너스 측의 공개매수가 상향 조치에 반발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영풍은 대표이사 2명이 구속돼 사내이사가 없는 상황에서 전문성 없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지분을 MBK에 내주기로 한 데 이어 이번엔 3,000억원 대출까지 받아 이를 MBK에 빌려주는 믿을 수 없는 결정까지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개매수가 인상으로 투기자본 MBK와 실패한 경영인 장형진 영풍 고문의 검은 야욕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측은 “MBK의 경영권 인수가 성공할 경우, 고려아연의 핵심기술진들이 모두 이탈하고, 인력 감축과 노조 파업, 이로 인한 각종 금속의 생산 차질, 국내 산업을 넘어 국제 금속 가격의 교란 등 앞으로의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진과 핵심기술진, 그리고 노동조합 등 근로자들은 다시 한번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 차원에서 진행되는 공개매수가 인상을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양측은 첨예한 여론전과 법적분쟁도 이어가고 있다. 각각의 경영 방식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며 경영권 획득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영풍과 고려아연 측은 각각 업무상 배임 의혹을 제기하며 경영진을 고소를 한 상황이다. 

공개매수 종료일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들의 경영권 분쟁이 어떤 결과를 맺을지 주목된다. 

시사위크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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