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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불안한 업황, 그래도 ‘수소’는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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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된 수소산업전시회 ‘H2 MEET’에서는 대기업부터 중소·중견기업, 스타트업, 연구기관에 이르기까지 관련 기업·기관들은 수소산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박설민 기자

시사위크|고양=박설민 기자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이었지만 국내 수소산업계엔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중심 사업 분야인 수소차부터 업황이 좋지 않다. SNE 리서치 2024년 1월~6월 상반기 기준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42.6% 줄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소 관련 연구 개발 예산도 30~4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관점으로 봤을 때 수소는 여전히 경쟁력 높은 산업 분야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2030년 수소 산업 규모는 4,106억달러(약 57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구온난화, 4차 산업시대 에너지 부족 문제 등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향후 수소 산업의 미래는 더욱 밝다.

때문에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국내 수소 산업계는 쉴 틈이 없다. 대기업부터 중소·중견기업, 스타트업, 연구기관에 이르기까지 관련 기업·기관들은 수소산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지난 2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된 수소산업전시회 ‘H2 MEET’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차 그룹의 시나리오 부스에 전시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박설민 기자

◇ 현대차부터 고려아연까지… 첨단 수소 모빌리티 ‘총출동’

25일 킨텍스 ‘H2 MEET’ 전시장을 찾았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H2 MEET 2024’는 국내 최대 수소산업전시회다. 이번 전시회에는 24개국 317개 기업 및 기관이 참여했다. 올해는 ‘수소의 선두주자를 향해(Be a First Mover in Hydrogen)’라는 슬로건 아래 최신 수소기술 전시, 포럼,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최근 어려운 업황을 겪고 있는 수소산업계임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 중심에는 국내 수소산업계의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가 있었다. 현대차 그룹의 시나리오 부스는 △에너지 안보 △항만 및 공항 탈탄소화 △산업용 수소 애플리케이션 및 비즈니스 △수소 사회 등 총 4개의 주제로 구성돼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소전기트럭’ 실물이었다. 28톤 중량의 거대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수소 완충 시 약 570㎞ 주행이 가능하다. 같은 무게의 디젤 트럭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엑스언트 수소전기트럭은 현재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 아메리카가 설립한 합작법인 ‘HTWO 로지스틱스’를 통해 조지아주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도입 중이다.

아울러 지난 5월 출범한 북미지역 항만 탈탄소화 사업인 ‘캘리포니아 항만 친환경 트럭 도입 프로젝트(NorCAL ZERO)’, 인천국제공항과의 ‘디지털 전환 및 미래 모빌리티 혁신 협약’ 등 국내외 항만 및 항공 운영 과정에서 탄소저감을 위한 사업들도 소개했다.

28톤 중량의 거대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수소 완충 시 약 570㎞ 주행이 가능하다. 같은 무게의 디젤 트럭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박설민 기자

현대차와 함께 눈길을 끄는 전시 부스는 ‘고려아연’이었다. 올해로 3년 연속 H2 MEET에 참가한 고려아연은 매년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발전 관련 전시를 진행해왔다. 올해는 고려아연의 친환경 미래 경영 비전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의 핵심 축인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사업’ 비전을 중점 소개했다.

전시부스에서는 ‘수소지게차’도 눈에 띄었다. 이 지게차는 제련소에서 운용되는 수소지게차 실물이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28일부터 온산국가산업단지 제련소에서 수소지게차 운행 실증을 진행 중이다. 해당 사업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주관, 고려아연과 건설기계부품연구원, 서울대, 조선대, 한국수소연합이 추진하는 사업이다.

고려아연이 운행 중인 수소지게차는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가 탑재됐다. 제작은 현대사이트솔루션과 두산밥캣이 맡았다. 이 지게차들은 3.87kg의 수소를 충전하면 8시간 동안 운행 가능하다. 이는 디젤 지게차가 경유 30L를 주유한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지게차들은 제련소 내 설치된 수소충전소에서 수소를 공급받는다. 수소충전소는 시간당 55kg 충전 규모로 시간당 12대의 수소지게차 충전이 가능하다.

. 올해로 3년 연속 H2 MEET에 참가한 고려아연은 매년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발전 관련 전시를 진행해왔다. 올해는 고려아연의 친환경 미래 경영 비전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의 핵심 축인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사업’ 비전을 중점 소개했다./ 박설민 기자

◇ 최초 수소용품인증 받은 ‘수전해 기술’도 눈길

대기업들이 수소 모빌리티와 수소충전 분야 신기술을 선보였다면 중소·중견기업들은 새로운 아이디어 제품들로 승부하는 모양새였다. 특히 아직 국내서 시장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은 ‘수전해 수소’ 분야 기술들이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으로는 ‘지필로스’ 기술들에 참관객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지필로스는 △그리드 서포트용 100kW급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시스템(20FT컨테이너형) △모듈 타입 알칼라인(ALK) 수전해(판넬형) △그리드포밍 수소연료전지 발전기(150kW) △그리드 포밍&팔로잉용 전력변환시스템(100kW, 300kW)을 선보였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의 주목도가 높은 것은 ‘100kW급 PEM 수전해시스템’이다. 해당 제품은 한 시간당 최대 2kg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24시간 가동 시 하루 최대 48.53kg의 수소 생산도 가능하다. 이는 수소차 8~9대를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지필로스는 이 제품을 올해 청주 대청취수장, 제주 용수파력시험소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지필로스의 100kW급 PEM 수전해시스템. 지난 6월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수소용품인증을 받아 상용화를 시작했다./지필로스
지필로스의 100kW급 PEM 수전해시스템. 지난 6월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수소용품인증을 받아 상용화를 시작했다./지필로스

100kW급 PEM 수전해시스템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최초의 ‘수소용품인증(KGS AH-271)’을 받은 상용화 수전해시스템 이라는 점이다. 지필로스는 지난 6월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수소용품인증을 받아 상용화를 시작했다. 수소용품과 수소용품 제조자는 상용화를 위해선 KGS가 진행하는 평가를 통과해야만 한다. 이는 ‘수소경제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 인증이 필요한 수소 제품은 △수전해설비 △수소추출설비 △고정·이동형 연료전지 등 4종이다. 수전해설비는 그동안 ‘현장설치형’ 및 ‘초소형 제품’에 대해서만 인증이 진행됐다. 하지만 수전해 시스템 상용화를 위해 ‘공장제조형 제품’으로 100kW급 KGS 수소용품인증을 받은 것은 이번 지필로스의 PEM 수전해 시스템이 처음이다.

아울러 ‘수소연료전지 발전기’도 참관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노란색과 녹색의 커다란 컨테이너 모양인 수소연료전지 발전기는 연료전지 스택(Stack)과 고전압 배터리팩(29kWh), 독립형인버터, 스텍 냉각장치의 일체화 시스템이다. 지필로스 측에 따르면 최대 출력은 150kW이다. 1시간 운전 시 소모되는 수소는 약 10kg이다.

엄규문 지필로스 대외협력실장은 “지필로스는 디젤발전기를 대체할 수 있는 무공해 수소연료전지 발전기 개발과 상용화를 진행 중”이라며 “군 시설과 도심 건설현장 그리고 청정수소발전 및 분산에너지 시장 등에서 수소연료전지 발전기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필로스가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발전기. 연료전지 스택(Stack)과 고전압 배터리팩(29kWh), 독립형인버터, 스텍 냉각장치의 일체화 시스템이다. 지필로스 측에 따르면 최대 출력은 150kW이다. 1시간 운전 시 소모되는 수소는 약 10kg이다./ 박설민 기자
지필로스가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발전기. 연료전지 스택(Stack)과 고전압 배터리팩(29kWh), 독립형인버터, 스텍 냉각장치의 일체화 시스템이다. 지필로스 측에 따르면 최대 출력은 150kW이다. 1시간 운전 시 소모되는 수소는 약 10kg이다./ 박설민 기자

◇ 해외시장 노리는 수소업계… “튼튼한 내수시장 뒷받침 절실”

전시장 내부에선 해외 바이어들과의 소통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 실제로 H2 MEET 조직위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주관한 ‘수소산업 글로벌 파트너십 상담회’에는 일본, 중국, 유럽, 중동 등 30여 개 기업 바이어가 방한, 국내 50여개 수소 기업들과 상담을 진행 중이었다. 

상담회에 참가한 수소업계 관계자들이 불황인 국내 수소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의 사업 활로를 모색하고 있었다. 특히 ‘호주’ 업계 관계자들과의 상담이 주를 이뤘다. 2019년 국가수소전략을 발표한 호주는 글로벌 대표 수소 강국 중 하나다. 2030년까지 아시아 시장의 수소 3대 수출국 및 선진 수소 국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호주 바이어들과 상담을 마친 한 수소 업계 관계자는 “캐나다, 호주 등 해외 수소 강국들과의 협력으로 침체된 업황 분위기를 반전하고자 한다”며 “한국 수소 기술의 경우 해외에서 신뢰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비즈니스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지난 2019년 우리나라 정부와의 수소협력 확대 의지를 선언하는 ’한-호주 수소협력 의향서(Letter of Intent, LOI)’도 체결한 바 있다. 또한 2018년 호주 재생에너지청(ARENA)이 발간한 ’수소수출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는 수소산업에 있어 한국을 유망한 잠재적 협력 파트너로 평가하고 있다.

전시장 내부에선 해외 바이어들과의 소통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 실제로 H2 MEET 조직위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주관한 ‘수소산업 글로벌 파트너십 상담회’ 현장./ 박설민 기자
전시장 내부에선 해외 바이어들과의 소통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 실제로 H2 MEET 조직위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주관한 ‘수소산업 글로벌 파트너십 상담회’ 현장./ 박설민 기자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내수시장의 안정’이라는 게 수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아무리 해외 시장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하더라도 안정적인 내수시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사상누각(沙上樓閣)’처럼 쉽게 허물어져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특허청(EPO)’에 따르면 2011~2020년 지난 10년 간 수소 관련 특허출원의 28%가 유럽에서 나왔다. 반면 반면 우리나라는 7% 수준에 불과했다. 일본과 미국이 각각 24%, 20%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부족한 수준이다. 즉, 지금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안정적 내수 지원이 없다면 해당 국가들에게 호주나 캐나다 시장을 빼앗기는 것은 시간문제인 셈이다.

한 수소업계 관계자는 “어느 때보다 수소와 관련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으로 특히 ‘첨단 업종’에 수소가 포함될 필요가 있다”며 “반도체, 항공기, 우주개발, 전자, 에너지 등 주요 기술 산업은 첨단 업종에 속해 여러 정책적 혜택을 누릴 수 있으나 수소는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정부, 업계에서 근시일 내에 첨단 업종에 수소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큰 기대를 하고 있다”며 “미래 에너지 산업 활성화,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은 수소산업에 달려있다는 것을 정부 관계자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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