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보다 먼저 AI 챗봇 만든 전 구글 개발자 노암 셰지어,
3년 전 회사 떠나 창업… 구글, 재고용 조건 라이센스 획득
7년 전 AI 붐 일으킨 논문 공동 저자…구글서 ‘AGI’ 만드나
현존하는 최고 인공지능(AI) 개발자 몸값은 대체 어느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구글이 자사 전 직원인 노암 셰지어 ‘캐릭터.ai’ 창업자를 재고용하는 데 무려 27억달러(3조6000억원)를 지불해 화제가 되고 있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구글은 AI 스타트업 ‘캐릭터.ai’의 라이센스를 획득하는데 27억달러를 지불했다. 표면적으로는 라이센스 획득 비용이지만 거래의 이면에는 창립자인 노암 셰지어를 구글에 잡아두는 게 목적이다. 이로써 노암 셰지어는 2021년 구글을 떠나 자신만의 회사를 차린 후 불과 3년 만에 조 단위 몸값으로 다시 복귀하게 했다.
올해 48세의 셰지어는 구글 부사장으로서 구글의 AI 제미니(Gemini)의 차기 버전을 담당하는 3인방에 오르게 됐다. 셰지어는 2017년 전세계에 AI 붐을 일으킨 연구논문 ‘관심만 있으면 된다'(Attention is All You Need)의 공동저자다. 논문은 사람의 지시에 따라 시퀀스에서 다음 단어를 안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는데, 이는 추후 생성형 AI 기술의 토대가 됐다.
셰지어는 2000년 구글에 입사한 첫 수백명의 직원 중 한 명이었다. 구글에서 그의 첫 번째 주요 프로젝트는 검색엔진의 맞춤법 수정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임기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에릭 슈미트에게 수천 개의 컴퓨터 칩에 대한 접근 권한을 요청했다.
에릭 슈미트는 지난 2015년 스탠포드대학 강연에서 “셰지어의 초기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세상에서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춘 AI(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범용인공지능)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그(노암 셰지어)”라고 셰지어를 추켜세우기도 했다.
이후 셰지어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농담을 할 수 있는 챗봇 미나(Meena)를 만들었다. 셰지어는 미나가 구글의 검색 엔진을 대체하고 수조 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예측했으나 구글이 윤리와 불안정성을 이유로 시장에 내놓지 않자 2021년 회사를 그만뒀다.
1년 후 오픈AI는 챗GPT를 공개해 AI 기반 챗봇의 대중성을 증명했다. 이듬해 3월 셰지어가 창업한 캐릭터.ai는 투자 라운드에서 1억5000만 달러를 모금해 10억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다른 AI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캐릭터.ai 역시 수익원이 확보되기 전 높은 기술개발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셰지어가 올해 페이스북 소유주인 메타 플랫폼을 포함해 잠재적 구매자를 물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고향인 구글 품으로 돌아갔다. 소식통에 따르면 셰지어는 구글에 캐릭터.ai의 라이선스를 매각함으로써 회사 지분을 팔거나 기업공개를 하지 않고도 조 단위의 수익을 한꺼번에 실현하게 됐다. 구글의 이번 거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지분을 투자해 챗GPT 기술을 자사제품에 선제적으로 도입한 것에 비견된다.
셰지어는 회사를 운영하는 대신 연구에 집중하고 소수의 연구원을 감독하는 데 주력하게 됐다. 구글이 캐릭터.ai로부터 라이센스를 획득한 기술로 정확히 무엇을 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셰지어의 구글 복귀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업자는 최근 컨퍼런스에서 “구글이 그간 AI 서비스를 내놓는 데 너무 소극적이었다”며 “이제 가능한 한 빨리 AI를 개발하고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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