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예산 대비 모자란 세입이 3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하면서,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를 인정했다. 그런데 지난해와 달리 이 30조원을 메꿀 대응책은 밝히지 않았다. 작년 국회와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세수 결손 대응 방안을 강행해 비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라지만, 일각에선 정부가 무책임하단 비판도 제기된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25일 ‘2024년 세수 재추계 결과 및 대응 방향’을 통해 올해 국세수입이 예산(367조3000억원) 대비 29조6000억원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법인세·양도소득세 등의 부진 탓이다. 작년 52조원가량의 ‘세수 펑크’보단 그 규모를 반으로 줄여냈지만, 2년 연속 세수 계획에 큰 구멍이 발생했다.
하지만 재정당국은 여기에 대한 대응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은 없다”는 원칙만을 고수했다. 안상열 기재부 재정관리관은 “크게 본다면 ①여유 재원 활용 ②지방교부세 등 교부금 조정 ③불용 등 3가지를 고민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답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 “추경 안해… 기금·교부금·불용 어떻게 활용할지는 몰라”
이는 세계잉여금 그리고 외국환평형기금·재정안정화기금 활용, 불용 등 수치와 함께 구체적인 대응책을 발표했던 지난해 9월과 비교된다. 안 차관보는 “지난해엔 숫자가 공개됐는데, 올해 결산 당시 국회와의 협의가 없었던 작년 세수 대응 과정과 관련해 여러 지적·우려·조언이 있었다”며 “올해는 국회, 관계부처, 지방자치단체(지자체) 등과 협의에 따라 대응책이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기에, 구체적인 숫자를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올해의 경우 작년과 달리 세계잉여금 활용은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여유 기금과 불용으로 구멍을 메울 것으로 예상된다.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세계잉여금 규모는 총 2조7000억원인데, 그 중 사용처가 명확히 정해져 있는 특별회계분이 2조6000억원이고 나머지 364억원이 일반회계분이다. 결손에 대응하려면 이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을 써야 하지만, 이마저도 국가재정법에 따라 교육교부금으로 처리되고 나머지 세입 이입 등 항목에 배정된 돈은 ‘0원’이라 더는 활용할 수 없다.
지난해 외평기금처럼 특정 기금의 여유 자금에만 의존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여유 있는 기금의 목록도 파악하지 못한 단계다.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은 “(여유분에 대한) 통계도 없다. 집계에 착수했다는 말씀만 드리겠다”며 “여유 자금이 있더라도 그 안에서도 쓸 수 있는 자금, 쓸 수 없는 자금 그 성격을 따져봐야 하고, 각 기금을 담당하는 부처 간 협의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국세에 연동돼 내려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역시 2년 연속 감축 위기에 처한 가운데, 정산 문제와 적절성도 추후 논란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교부세와 교부금은 내국세에 연동해 정률(약 40%) 지급하기 때문에, 세수가 줄면 이 역시 자동으로 연계해 조정된다. 이를 선(先)지급 후(後)삭감하는 정산 방식을 택할 것인지, 또 재정 축소에 따라 힘들어진 지방·교육 사업들에 대한 후속 대책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답이 잇따라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기재부는 추후 국회와 행정안전부·교육부와의 협의 사안이라고만 대답했다.
이에 대해 송경주 행정안전부 지방재정국장은 “지자체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하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했고, 전진석 교육부 교육자치협력안전국장은 “재정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여러 교육 개혁들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 “작년 대응 ‘사법 책임’ 논란 따른 궁여지책, 무책임”
정부가 대응책 마련의 공을 ‘추후 협의’로 모조리 넘긴 것을 두고, 재정 전문가들은 지난해 무리한 세수 결손 대응 과정이 ‘사법 리스크’로까지 번질 위기에 따른 정부의 궁여지책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세수 결손 대응 과정에서 우체국보험 적립금을 사용한 것과 관련해 “기재부의 재정 편법 돌려막기로, 이는 국가재정법 위반”이라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원에서 고발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세수 결손에 따라 지방교부세가 임의로 삭감된 것과 관련해서도 일부 지자체들은 지난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황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작년처럼 재정을 마음대로 돌리기가 어렵게 된 상황”이라며 “추후 책임 소재에 따라 공무원 징계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국회에 가서 설명한다’는 궁여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기재부는 이날 오전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참석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를 통해 세수 결손 대응책에 관해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소한의 대응 시나리오 공개도 없이 세수 결손을 공식화하기만 한 정부 태도가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야당 관계자는 “역대 두번째 규모인 29조6000억원 세수 결손에도 ‘가용재원 등 활용해 차질 없는 재정 집행을 하겠다’는 내용을 부끄러움 없이 기재위에 보고했다”면서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결국 올해도 자의적 불용으로 세수 결손에 대응할 것 같다”고 했다.
우 교수는 “내년 국세수입 예산을 382조원으로 잡았는데, 세수 결손이 나 올해 338조원 밖에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1년 만에 세입이 10% 이상 확대될 것이라는 건 무리한 시각 같다”며 “정부가 이 문제를 정상적으로 풀고 책임을 지려면, 수정 예산안부터 다시 현실적으로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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